상류 물이 맑고 깨끗해야, 김해·부산 시민 믿고 마시죠

"우리 마을에서 흐르는 물이 북쪽에 있는 낙동강으로 흘러갑니다. 결국, 창암취수장, 매리취수장으로 가서 김해와 부산 시민들이 먹는 물이 되는 거죠." 하사촌마을 하원식(56) 이장은 도랑 살리기의 중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도랑 살리기는 먹는 물 문제와도 절대 무관하지 않다. "취수장에서 강물을 정화하지만, 원천적으로 상류 물이 깨끗해야 합니다."

본격적인 도랑 살리기를 앞두고 짧지만, 창원시 의창구 북면 대한·신음마을에서 주민 교육과 도랑 살리기 선진지 견학을 했다. 자신이 있다고 한다. "전국 대회에서 상을 받은 동네도 가봤지만, 우리 마을은 오·폐수를 처리하는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어 연말 되면 그보다 더 큰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생각합니다."

'난개발'로 친환경 축사 운영과 도랑 살리기 운동 등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공장을 짓는다고 땅을 깎아 '머리 벗겨진 산'이 쉽게 발견되는 동네가 이곳 김해시다.

   

"우리 마을이 속한 김해시 생림면에만 공장이 400여 개라고 한다. 거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유해 환경 공장도 많은 실정이다. 그런데 매연이나 악취 등은 측정이 어렵고 결과가 구체적이지도 않다. 실생활과 동떨어진 이런 점은 아쉽다."

하 이장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주변이 점점 공장화하고 있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커지게 됐다. 다 망가지고 남는 게 없으니까. 주민들 생각도 변하고 있다. 노인 60~70여 명이 전부이지만, 솔선수범해 일주일에 한 번씩 자발적으로 청소하고 있다. 도랑뿐만 아니라 마을의 미래를 위해 그냥 내버려둬선 될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1960~70년대만 해도 도랑도 마을도 엄청나게 맑고 깨끗했다."

하사촌마을은 농지가 적어 축사가 삶의 터전이나 다름없다. 친환경 축사 운영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도랑을 더럽힐 수 없는 구조다. "과거에는 똥과 오줌을 그냥 흘려보냈지만, 지금은 톱밥과 벼 껍질 등을 섞어 퇴비로 만들어 밭으로 온전히 가져간다. 또, EM(유용 미생물군) 발효액을 농가에 보급하고 축사에도 뿌려 오염물질을 희석해 낙동강에 도달할 때까지 정화되는 것이다. 우리 마을에서도 4~5년 전부터 자리를 잡았다. 예전에는 소가 배설물을 깔고 앉고 눕고 그랬다. 음식물 발효사료, 퇴비화는 그야말로 인기가 대단하다."

올해 마을 도랑 살리기에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김해시, 환경 봉사 단체인 화포천 환경 지킴이가 힘을 보탠다. 주민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단다.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마을과 도랑 청소를 돕고 있지만, 대문 앞 쓰레기양이 예전과 지금 비교해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홍보와 교육을 통해 더 변화할 것이다." 마을의 한 벽면에는 하 이장이 붙여 놓은 '과잉 사용 합성세제 하천 오염 가중된다'라는 표어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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