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25) 장영길 사천 영길농장 대표

"뉴질랜드의 제스프리 골드키위를 뛰어넘는 우리 골드키위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싶습니다."

사천시 이홀동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영길농장'이라는 참다래 농장을 운영하는 장영길(55) 대표는 우리나라 키위 산업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라 할 만하다.

개인 농장의 키위가 품질 향상되고 인기를 얻기보다는 우리나라 전체 키위가 소비자에게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장 대표가 내세우는 것은 수확물 품질 규정을 정하는 '유통 명령제' 등 전 농가의 품질을 균일하게 향상시키는 방안이다.

장영길 사천 영길농장 대표./김구연 기자

"선친이 농사를 짓다가 1983년 타계했습니다. 이를 물려받아 당시 한국전력에 근무하면서 쌀 농사를 지었죠. 그런데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이뤄지면서 쌀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든다고 느꼈습니다."

1986년 키위를 첫 재배 했다. 밭농사를 짓던 곳에서 키위를 키웠다. 당시 삼천포 지역에서 키위를 키우는 농가는 단 다섯 농가. 생소한 과일이었다. 뉴질랜드 묘목을 도입해 심었다.

"1989년 15농가로 늘어났습니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벼 품종을 바꾸어야 하는 등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1990년 전 과원을 작목 전환했습니다. 골드키위와 레드키위를 남들보다 먼저 도입했습니다. 농가들은 소득과 직결되지 않으면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키위도 생소하니까 망설이는 농가가 많았죠."

뉴질랜드가 키위로 유명하지만, 의외로 키위 원산지는 중국이라고 한다. "100년 전 중국에서 뉴질랜드로 건너가 재배됐습니다. 우리나라의 목화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뉴질랜드에 키위라는 새가 있는데, 이 새와 모양이 비슷해서 키위 프루트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합니다. 이후 육종 개량이 돼서 다시 아시아로 들어온 거죠."

1990년 경상남도 농업기술원이 품목별 도 협의회를 구성하자 장 대표는 사무국장을 맡아 일했다. 이때도 전업농은 아니었다.

1982년 입사했던 한국전력은 2001년 퇴사했다.

"대부분의 기계와 자재를 일본 등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농가 부담이 컸습니다. 여기서 제 전공을 살렸죠."

장 대표는 상인이 아니라 직장인이었다. 한편으로는 농사꾼이었다. 우리보다 재배 기술이 앞섰던 일본에서 많은 자재가 수입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고, 애로도 많았다.

장영길 대표는 2만 ㎡(6000평)의 하우스에서 키위를 재배한다. 1만 6500㎡(5000평)가 골드키위인 '제시골드'이고, 나머지에서 레드키위와 스키니 키위를 생산한다. 아직 키위 나무가 다 자라지 않아 올해 수확량은 20톤 밖에 안 되지만, 성목이 되면 40~50톤을 기대한다./김구연 기자

장 대표는 1991년 수입에 의존하던 인공 수분기를 개발해 1993년 경남 지역 400여 농가에 보급했다. 또, 1995년 자체 인공수정에 필요한 석송자를 대체하기 위해 숯가루를 연구해 인공수정한 결과 수입품과 효과가 비슷해 참다래 생산 농가에 보급, 생산비를 절감하기도 했다.

1996년에는 꽃가루 건조기를 국산화해 농가에 보급했다.

2004년 칠레로 농업 연수를 갔다. 한·칠레 FTA로 한국 농업이 위기감에 싸여 있을 때였다.

"한국 농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러 칠레로 갔습니다. 그런데 가보니까 별것 아니라고 생각됐습니다. 칠레는 대규모지만, 우리는 소규모입니다. 소규모 영농이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른 산업은 기계로 가능하지만, 농업은 결국 수작업, 즉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소규모 영농에서는 보다 품질에 신경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칠레 FTA 이후 키위 소비량은 더 증가했다고 한다. 생소했던 키위가 외국산 물량 공세로 친숙한 과일이 되면서 소비가 늘어났던 것. 여기서 장 대표는 국내 과일이 균일한 고품질을 유지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 농장에서 레드키위를 맛보고 반한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가족이나 친구와 서울에 갔다가 마트에서 레드키위를 보고 '아, 레드키위란 게 참 맛있더라'며 샀는데, 먹어보니 아주 맛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별것 아니네'라고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 키위 전체의 신뢰를 잃는 겁니다. 품질이 균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망에 대한 소비자 후유증은 최소 3개월은 갑니다."

여기서 장 대표가 주장하는 것이 '유통 명령제'다.

"일정 수준 이상 품질이 되는 것만 수확해서 유통시키는 법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은 키위를 수확하려면 당도가 6.5브릭스 이상 돼야 합니다. 6.5브릭스면 수확해 숙성하면 13브릭스가 됩니다. 품질 낮은 과일이 달리면 낙과시켜야 하지만, 농민들은 아까워서 그러지 못합니다. 제스프리가 고가 전략을 쓰고 있지만, 품질이 균일하고 맛이 좋으니까 소비자들이 사 먹습니다. 국내 농민들도 연합해서 과일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장 대표는 2005년 도 농기원 주관으로 싱가포르 수출박람회에 참가했다. 의외로 소비자의 반응이 좋았다.

"아시아 소비자들은 이미 과일의 단맛에 젖어 있었습니다. 유럽은 그렇지가 않아요. 섬유질을 섭취하려고 텁텁하거나 질겨도 먹지만, 아시아는 달지 않으면 선호하지 않습니다."

   

단맛을 찾아야 했다.

"제스프리가 제주에서 골드키위를 1000ha 계약 재배하며 연간 엄청난 금액을 로열티로 가져갑니다. 제스프리를 사천에 유치하려고 사천시 농업기술센터 등과 서울에 있는 지사를 찾아갔지만, 'NO'라고 하더군요. 그러던 때 농촌진흥청에서 2006년 제주에서 신품종 품평회를 했습니다. 바로 '제시골드'라는 골드키위 육종품종이었습니다.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 2007년 육지부에서는 처음으로 골드키위를 도입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골드키위 유통체계와 재배기술이 만족할 만큼 갖춰지지 않았지만, 1~2년 내에 소비자 누구나 만족하는 고품질 골드키위를 선보일 겁니다. 막대한 로열티를 아끼는 것이 바로 앉아서 돈을 버는 방법입니다."

그린키위는 저장성이 좋고 신맛이 나는 반면, 골드와 레드키위는 저장성은 약하지만, 단맛이 강하다.

그런데 국산 신품종 골드 키위 '제시 골드'를 자랑하는 장 대표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영길농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골드도 레드도 아닌 '다른 키위'였다.

바로 '스키니 키위'. 이 키위는 털이 없다. 색깔이 아기 호박과 비슷할까. 크기도 작다. 마치 2~3배 크기로 자란 대추와 비슷한 모양이다. 손으로 잡으면 매우 보드라운 감촉을 느낄 수 있다. 그대로 입에 넣는다. 껍질을 깎아낼 필요가 없다. 한입에 넣을 수 있지만, 신기한 마음에 반을 베어 문다. 나머지 반의 모양은 틀림없는 키위다. 껍질째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맛 역시 키위가 틀림없다. 이 신기한 미니 키위가 영길농장에서 자라고 있다. 이 역시 농촌진흥청에서 육종한 품종으로, 생산량이 적어 '나비의 땅'이라는 경상남도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 전문 쇼핑몰에만 납품하고, 농장에서 별도 판매는 하지 않는다.

영길농장의 수확물은 무농약으로 재배한다.

장 대표는 우수한 우리 키위를 국내 소비자는 물론 세계에 알리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농가 간 기술·정보 공유와 품질 균일화. 장 대표는 전국 참다래 생산자 자조회 영농조합 등을 만들어 한국 참다래 산업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또한, 현재 캐나다 수출 준비에 한창이다. 제품 문의 010-3879-9313.

왼쪽부터 스키니 키위, 제시골드 키위, 레드 키위.

<추천 이유>

△이상규 사천시 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담당 = 장영길 대표는 농가소득 증가를 위해 고품질과 노동력, 경영비 절감을 위해 노력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개발로 부가가치를 창출했습니다. 수입에 의존하는 고가 장비와 자재를 국산으로 대체 보급해 지역에 정착함으로써 참다래 재배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고, 전국 참다래 생산자 자조회 영농조합과 한국골드키위(국내 육성) 생산자 연합회장을 역임하면서 참다래가 최고의 농가소득원이 되는 데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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