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으로 고향 떠날 고3학생 위해…지자체 '우리지역 역사탐방' 운영 어떨까

얼마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 공채시험에 이런 문제가 있었다.

"해방 후 경남지역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에 대해 아는 대로 서술하시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제대로 답을 쓴 이는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명색이 지역신문 기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자기 지역의 역사에 대해 그만큼 무지하다는 말이다.

오래 전 일이지만, 90년대 진주지역에서 발행되던 한 신문사의 기자직 시험 문제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진주 삼장사(三壯士)의 이름을 아는 대로 쓰시오."

알다시피 진주 삼장사는 임진왜란 당시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마지막까지 왜군과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3명의 장군을 말한다. 혹자는 김성일 조종도 이로 등 3명이라 주장하고, 다른 이들은 최경회 김천일 고종후라고도 한다. 고종후 대신 황진을 포함하는 연구자도 있다. 어쨌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역사 논쟁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기자 지망생들의 답이 기상천외했다. 최욱진 이기수 등 씨름선수들의 이름을 써넣은 이들이 꽤 있었다는 것이다.

이건 들은 이야긴데, 88년 막 창간한 신문사에서 기자 공채를 하면서 당시 경남도지사였던 최일홍 씨에 대한 문제를 냈다고 한다. "최일홍에 대해 아는 대로 쓰시오"라고 했더니 '백일홍 과의 식물 이름'이라고 쓴 답안도 있더라는 것이다. 하긴 당시 경남도지사는 관선 임명직이었으니 그럴만도 했으리라 이해한다. 그런데, 이번 경남도민일보 시험에도 "현재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의 이름을 아는 대로 쓰시오"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역시 제대로 쓴 이는 절반 정도였다.

대학까지 졸업하고 20대 중·후반대의 젊은이들이 이럴진대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아이들은 어떨까? 그들 중 상당수는 이제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고향을 떠나 서울 등 객지의 대학에 입학할 것이다. 졸업 후에도 고향에 돌아오기보다는 서울에서 취업해 살기를 원할 것이다.

그들은 고향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들이 고향에 대해 아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수능 시험을 마치고 졸업을 기다리고 있을 고3 학생들을 위한 '우리 지역 역사·문화 탐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보면 어떨까?

경남도교육청에서 해도 되고, 경남도에서 해도 되겠다. 아니 시·군에서 해도 되겠네. 프로그램을 잘 짜면 1박 2일 정도로만 해도 충분할 것 같다. 1박하는 저녁에는 강의도 듣고 토론도 하고 소감도 발표하고…. 그래서 대학 진학을 위해 곧 고향을 떠날 아이들이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신청자가 많으면 1박 2일 1개팀 20~30명 단위로 내년 2월 입학 전까지 계속 프로그램을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청이나 행정기관에서 직접 운영하는 게 어려우면 지역언론사와 각 시·군 문화원, 박물관, 또는 시민단체 등이 함께 진행해도 괜찮을 듯하다. 문제는 예산인데, 버스 전세 비용과 네 끼 정도의 식대, 숙박비, 강사료 정도가 필요할 것 같다.

다들 내년 예산에서 세입이 줄어 아우성이라지만, 이 정도 의미있는 일에는 좀 투자해도 되지 않을까. 각 단체장과 관련 공무원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의 의견도 좀 들어보면 좋겠다. 이런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당신의 자녀를 보낼 마음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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