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선거법 저촉돼, 중립" 이유로 도민·의원 '알 권리' 차단 논란

홍준표 새누리당 도지사 보궐선거 후보가 도청 이전 공약을 내걸었고, 어쨌든 지역 사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과연 경남도청에 근무하는 구성원들은 문제의 이 공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전체 구성원들 생각을 모두 취합할 수 없다면, 임채호 도지사 권한대행을 비롯한 간부공무원, 그리고 실무부서에서는 도청 이전의 타당성과 가능성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 권한대행 체제의 경남도 입장은 '노 코멘트다'다. 도청 이전 가능성 여부를 밝히라고 추궁하는 것도 아니고, 현재 '경남도청 터'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팩트만 알려달라는 요구에도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입을 닫고 있다. 선출직 도지사가 공석이라는 점도 감안해야겠지만 지나친 눈치보기 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임채호 도지사 권한대행은 22일 경남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이천기(통합진보당·김해6) 의원이 제기한 도청 이전 관련 질의에 대해 "대답할 수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천기 도의원

이날 이천기 의원은 임 대행에게 도청 이전 공약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임 대행은 미리 준비된 답변서를 통해 "공직선거법이 강제하는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의 소지가 많아 답변을 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 정도에서 그쳤다면 문제될 게 없었겠지만, 임 대행은 현재 경남도청 터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팩트를 따지는 질문에 대해서도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천기 의원이 "현재 도청 터가 중심상업지구냐"고 묻자 임채호 대행은 "모르는 사항이다"라고 답했고, 이 의원이 재차 "도청 터를 매각한다면 1종 지구단위 계획을 바꿔야 하는데……"라고 말을 꺼내자 "사전에 자료를 못받았다. 담당 국장이 답변하도록 하겠다"며 거듭 발을 뺐다. 또한 이 의원이 "도청 이전이 현실화 되면 창원시와 행정적 업무 처리는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하자 "실정법 차원에서 어떤 협조가 필요한지 검토한 바 없고 정확한 말씀을 못드린다"고 응대했다.

지루하게 이어진 공방의 끝머리에 이 의원이 "사실관계를 확인하자는 것이고 행정도 미리 주요 변수에 예측을 하고 있어야 한다. 팩트 확인도 하지 못하나"라고 따지자 "선거 끝나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사전에 검토하는 것 자체가 공직자 중립 의무에서 어긋난다"고 말했다.

임채호 권한대행

이날 경남도는 지난 총선 때 기획재정부가 정치권의 복지공약에 소요되는 예산액을 언론에 발표한 것을 두고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결론을 내렸던 사례를 언급했다. 임 대행이 도의원의 도정질문에 '노코멘트'로 응대한 근거였다.

하지만 선관위 관계자는 "특정 의도를 가지고 입장을 밝히는 것도 아니고, 팩트를 왜곡하는 것도 아니라면, 사실관계를 놓고 묻고 답하는 것까지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의아해 했다.

임 대행의 중립 소신이 지나치게 뚜렷한 때문인지는 몰라도, 도의원과 도민들은 당연히 알아야 할 정보를 차단 당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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