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운전 학원

타원형 광장은 실제 도로와 비슷한 모양새다. 건널목, 철길도 있고 신호등도 있다. 광장 둘레를 차로 돌다가 안쪽으로 접어들면 갖가지 코스도 있다. 직진-좌회전-우회전으로 빠져나오는 '굴절 코스', 방향 감각과 조종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S자 코스', 직선으로 들어가서 후진으로 차를 돌리고 나서 다시 직진으로 빠져나오는 'T자 코스' 등이 보인다. 예전에는 초보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 코스를 쉽게 통과하는 요령이 있었다. 백미러에 나무가 보이면 핸들을 이만큼 꺾으라든지, 기둥을 기준으로 멈추라든지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제 이런 요령은 운전 면허증을 따는 과정에서 의미 없다. 몇 년 전부터 바뀐 시험에서는 따로 이런 능력을 확인하지 않는다.

50m 직진하며 차로를 벗어나지 않는지, 그리고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지 정도만 확인 사항이다. 멈춘 상태에서 전조등, 방향지시등, 와이퍼, 기어변속을 할 수 있는가도 확인한다. 하지만,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이 시험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른바 '장내 기능 시험'이라는 이 과정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을 확률은 매우 낮다.

   

시험장에 있는 도로에서 소형 트럭이 제법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운전 학원 안에서는 좀 지나치다고 느껴지는 속도다. 커브를 틀어야 하는 지점에서도 속도는 별로 줄지 않는다. 아닌 게 아니라 여성 운전자 옆에 앉은 강사는 다급하게 수강생과 함께 핸들을 잡고 왼쪽으로 꺾는다. 차는 조금 오른쪽으로 기우는 듯하더니 가까스로 속도를 줄이면서 중심을 잡는다. 직선 도로로 접어들자 트럭은 한쪽에 선다.

강사는 차를 세우고 수강생에게 설명을 시작한다. 수강생은 당황한 듯, 그러면서도 멋쩍은 듯 웃으며 설명을 듣는다. 다시 기어 조작부터 시작한다. 강사 손짓에 따라 수강생은 기어 위치를 바꾼다. 강사는 손바닥을 내렸다 올렸다 하면서 가속기와 브레이크를 밟는 강도를 가르친다. 수강생은 계속 고개를 끄덕인다. 곧 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면허증만 따는 게 급하다면 학원 안에서 가르쳐야 할 내용은 별로 없다. 그러나 학원 안에서 배워야 할 내용은 또 많다. 속도에 대한 감도 익혀야 하고, 조작에 따라 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방향 지시등은 차가 서 있을 때 필요한 게 아니라 차가 움직일 때 필요한 장치다. 브레이크를 어느 정도 밟아야 멈추는지, 속도를 줄일 수 있는지도 몸으로 익혀야 한다. 도로에서 연습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학습이 면허 시험 과정에는 없다. 지금은 큰 의미가 없어진 넓은 시험장이 유용한 이유다.

   

소형차 한 대가 주차를 시도한다. 강사는 차에서 내려 밖에서 조작을 지시한다. 운전 초보자가 가장 어렵게 여긴다는 '평행주차'이다. 주차할 위치보다 좀 더 앞으로 나간 차는 잠시 멈추더니 후진하기 시작한다. 차 밖에 있는 강사 동작에 따라 핸들은 더 돌아가고 차는 섰다 가다를 반복한다. 선에 제대로 맞추지 못했는지 차는 주차선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갔다 한다. 강사는 바퀴 부분을 보면서 운전자에게 손으로 지시한다. 허공에 마치 핸들이 있는 것처럼 급하게 돌리면 차도 그만큼 꺾여서 뒤로 움직인다. 가까스로 차가 주차선 안으로 들어가니 강사는 운전자에게 OK 사인을 보낸다. 앞으로 수없이 겪어야 할 큰 과제다.

학원 밖에서 소형 트럭과 소형차가 몇 대 줄지어 들어온다. 운전자는 강사다. 교육 과정에 들어가는 도로를 주행하고 나서 이날 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다. 속도를 별로 줄이지 않고 한 번에 주차까지 마치는 능숙한 운전은 수강생들에게 늘 부러운 모습이다. 차에서 내린 수강생들은 각자 강사에게 인사를 건넨다. 앞으로 한동안 반복해야 할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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