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원대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국가정보원 직원 부인, 유진그룹 등에서 9억 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광준 서울고등검찰청 부장검사가 구속되었습니다. 현직 검사의 구속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김 검사의 구속이 결정되자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2010년 스폰서 검사를 시작으로 벤츠 여검사, 이번 금품수수까지 검찰비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검찰총장이 사죄한다고 해서 검찰이 국민에게 잃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재벌과 권력에 대한 '봐주기식 수사'와 금품수수 같은 비리를 이어왔던 검찰, 그래서 늘 선거철이면 후보들이 주요정책으로 내놓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검찰개혁입니다.

검찰은 왜 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있는 걸까요? 공정하고 정의로움을 지향해야 하는 검찰이 온갖 비리로 얼룩지면서 국민은 '검찰 = 비리'가 당연하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검찰에 대한 국민신뢰가 낮아짐에 따라 최근 대검찰청에서는 사법환경변화, 대국민신뢰제고, 인재 유치를 위해 '검찰수사관 이미지 홍보를 위한 미디어 활성화 방안'이라는 연구용역을 실시했는데요. 2012년 4월 2일부터 5월 9일까지 진행한 이 연구 용역에 들인 예산이 2000만 원입니다.

   
   
  대검찰청이 지난 4월 '검찰수사관 이미지 홍보를 위한 미디어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연구용역을 했다. 2000만 원의 예산을 들였지만 결과는 부실하다. 위 사진은 연구계획서. 아래는 검찰 홍보물.  

연구용역을 통해 만든 홍보책자를 보았더니 검찰수사관에 대한 소개와 검찰수사관 채용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더군요. 어디에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언론의 보도 등으로 왜곡되었던 검찰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검찰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채용정보를 알려주는 수준의 홍보책자를 보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2000만 원짜리 연구용역이 검찰수사관을 홍보하기 위한 8페이지짜리 리플릿, 24페이지짜리 안내서, 8분여짜리 영상을 만드는데, 쓰인 겁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요?

대검찰청의 2011년도 연구용역현황을 보면 총 53건인데, 이 가운데 11건만 공개되어 있습니다. 53건의 연구용역 중 검찰의 신뢰도와 청렴도 등과 관련된 연구용역('검찰의 대국민 소통강화를 위한 신뢰지수 개발', '검찰 신뢰도 조사', '대검찰청 청렴도 실태 평가지표 개발 및 조사 보고서', '수사관 리더십 역량향상 교육')은 모두 비공개입니다.

'검찰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합니다. '캐도 캐도' 드러나는 비리 때문에 양파에 비유되는 검찰의 현실,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의지를 보여도 국민이 '봐줄까 말까' 한데 국민신뢰를 다시 얻고자 한 연구용역이 이 정도 수준이라니 황당합니다.

검찰만 모르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려운 이유! 지금 당장 검찰이 해야 하는 것은 진심으로 사죄하고 스스로 투명해지고, 개혁하려는 실천입니다.

/강언주(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http://www.opengirok.or.kr)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