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경비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권리…비정규·자영업자 투표권 보장 필요

나이 육십이 넘도록 세상을 살면서 세상에 너무 무관심했던 모양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누가 정권을 잡건 나하고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며 세상을 살았습니다. 사실 나 같은 사람이 나선다고 해서 세상이 바뀔 일도 만무하니 밥 먹고사는 문제에 급급해서 정치를 등지고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원칙도 없고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사실에 나는 너무 놀라고 말았습니다. 내가 더는 주저하지 않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시민모임'을 결성했던 이유입니다.

그래도 나는 어떤 경우에도 내가 머리에 띠 두르고 거리에 나서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기준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을 지탱하는 법과 상식을 기준으로 세상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법대로 지켜지지 않고 법은 부조리한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시민들과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맨 왼쪽이 필자.

태어나 처음으로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1인시위'에 참여했습니다. 나는 무슨 이유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박근혜 후보는 이를 반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투표시간을 연장하자는 것은 모든 국민이 국민의 기본권인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좀 달라는 것입니다. 나는 국민의 당연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부채공화국'에 살고 있습니다. 투표일이 임시공휴일이라고 하지만 저녁 6시가 넘도록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이 나라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원칙과 규정만 따지며 실제 국민이 필요한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한다고 합니다.

그간 우리는 99%의 사회적 약자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1%를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틀을 짜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대선후보들이 하나같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는 99%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1%의 배려가 아니라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문제에 100억 원이라는 경비를 두고 따지는 것이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라면 나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인 투표권은 모든 국민이 동등하고 평등한 가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기본이념을 실현하는 기준입니다. 시장에서 날품을 파는 사람이나 대통령의 한 표는 같은 가치와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한 표라도 소중한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에 막대한 선거비용을 감수하며 바다에 떠 있는 배에서 선상투표도 합니다. 이제는 외국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도 투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로 투표시간 연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사고를 나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무슨 이유로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새누리당이 불리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반대하는지 그 이유도 알기가 어렵습니다.

모든 국민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시간은 반드시 연장되어야 합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회적 약자들인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들의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는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것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이야기하는 경제민주화의 실체인지 모르겠습니다.

/장복산(진해사랑·http://blog.daum.net/ii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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