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58) 함안군 칠서면사무소 황진철 주사

"큰 강물은 흘러가면서도 소리를 내지 않잖아요."

자신이 나무판자에 손수 새긴 수류무성(水流無聲)처럼 숱한 장애가 놓인 인생길에서, 폭넓은 수양과 지혜를 쌓아 묵묵히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공무원이 있다.

함안군 칠서면사무소에 근무하는 황진철(54·산업담당 주사) 씨.

황 씨는 지역경제 전반과 산림보호, 산림조성, 녹지관리, 축산진흥, 농촌활력 증진, 농업교육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함안 유원초등학교와 칠원중학교, 당시 창신공고를 졸업한 황 주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단다.

   

1984년 당시 9급 행정직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하면서도 미술에 대한 여운이 남았던 그는 소질을 썩히기 아까워 틈틈이 끌을 잡았고, 4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전각인생을 걸어오고 있다.

광암(廣岩)이라는 호를 지닌 황 씨는 1999년 8월 '함안군 공무원·가족 작품전' 공예부문 출품을 시작으로 2012년 10월 28일 제8회 국제종합예술대전 서각부문 금상을 받기까지 수많은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수상작품만 무려 26회.

현재 창원에 있는 한얼서각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창원시 해석회 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끌과 망치로 작업을 하는 서각은 인격수양에 도움이 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고, 누구나 취미로 할 수 있다"며 관심있는 사람들의 도전을 권하고 있다.

1998년 우연한 기회에 서각을 접하면서 마음을 다듬고, 인생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는 서각에 매료돼 틈만 나면 서각에 몰입해 왔던 그는 "심신 수양과 건전한 취미생활에 딱인 서각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예술활동이며, 회원들과 서각 인생을 풀어놓는 이야기들이 자신의 삶을 활기차고 향기롭게 한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는 정성과 땀으로 빚어지는 만큼, 작품명에서부터 혼이 묻어난다.

제23회 대한민국 국제미술대전에 출품한 '호락'은 '모든 만물을 즐기면서 삶을 이야기한다'라는 뜻이며, 지난 2011년 1월 네팔에서 개최된 제2회 국제깃발 전 서각부문에서 그의 평소 생활신조처럼 '항상 푸른 마음으로 삶을 영위한다'라는 뜻으로 '청심난재'라는 작품을 출품해 초대작가 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10월 국제공예예술대전에는 일반부 753점과 학생부 300점이 출품돼 높은 대회 위상을 실감했단다.

1차 심사를 통과한 일반부 240점과 학생부 60점을 두고 최종심사한 결과 당당히 일반부에서 은상을 받았지만,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서각 예술인들의 땀과 혼이 깃든 경연이 펼쳐지는 자리인지라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졸이게 됐다는 것이다. 호탕한 성격에다 평소 술을 즐겨 마시는 탓에 가슴 졸이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는 그에게는 이번 대회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는 말이다.

황 주사는 수상 작품 덕분에 자신의 뜻과는 아무런 관련없는 법무부 감사패를 받은 것도 과분하단다.

법무부 서울분류심사원, 법무부 대구소년원 감사장, 부산노인종합복지관장 감사장 등 감사장만 다섯 개.

이들 감사장은 출품작을 해당 기관에 선뜻 기증해 받은 것으로, 한때 어긋났던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내 품은 뜻의 보답이란다.

"지금까지는 나무판자에 나타난 결 따라 무색의 작품을 빚었지만, 앞으로는 화려하게 색깔 있는 작품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그는 작품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작품은 색깔을 넣지 않은 무색작품이었다면, 이제는 화려한 색깔로, 변신한 작가로서의 작품을 선택한 것도 자신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뜻이다.

아직도 하위직 7급 공무원에서 벗어나진 못했지만, 그 누구를 원망하거나, 승진에 욕심 한 번 내본 적이 없단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가라면 가라는 데로, 그저 말단 공무원이 해야 할 임무에만 묵묵했기에, 그래도 면서기가 마음 편하다며 특유의 넉살에는 눈가에 잔잔한 주름이 선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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