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갈수록 낮아져 '대표성' 논란…예산 문제라면 아침 투표시간 늦추는 방안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오후 6시에 끝나는 투표시간을 오후 8시 혹은 9시로 연장하자는 주장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투표시간 연장을 둘러싼 여야의 주장이 나오고 있고,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도 비정규직을 비롯하여 임시공휴일에도 사실상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서 투표시간을 연장하고 유급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과 시민사회는 투표시간 연장에 적극적이지만 새누리당은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100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경선과정에서 "(투표시간을) 늘리는데 100억 원 정도가 들어가는 데 그럴 가치가 있겠느냐?"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였기 때문입니다.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야권의 '투표시간 연장' 요구를 무력화시키고자 대선후보 사퇴 시 국고 보조금을 환수하는 일명 '먹튀방지법'을 연계 하자고 역제안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 측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관철하고자 '대선 후보 중도사퇴 시 선거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자'는 새누리당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후 별다른 대응이 없는 상태입니다.

   

최근 <오마이뉴스> '사실 검증팀'은 민주당이 전국 곳곳에 내 걸어 놓은 "투표시간 우리나라만 6시"라는 현수막이 사실이 아니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의 투표시간을 정리 한 기사를 통해 민주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검증을 한 것이지요.

그런데 세계 주요국가 투표시간을 정리한 자료를 보면 투표시간만 가지고 선진국 혹은 후진국(이런 구분이 웃기지만), 혹은 부자나라 가난한 나라, 혹은 민주국가 독재국가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나라마다 사정과 형편에 따라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심지어 미국은 주마다 투표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 우리나라는 투표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낮은 투표율로 말미암아 선출된 대표자의 대표성 문제마저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에 투표율을 높이려는 방안으로 투표시간 조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최근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오후 6시 이후 투표율이 높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투표시간을 연장하여 선거에서 선출된 대표자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높이는 것이 선거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 앞 월영광장에서 열린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 2012년 대통령선거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을 하는 캠페인에 참가한 한 시민이 서명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외국은 투표율을 높이고자 의무투표제를 도입하고 심지어 벌금을 물게 하거나 여권발급, 운전면허증 발급 등을 할 때 불이익을 주는 일도 있다고 하는데, 단순히 투표시간만 조정하면 투표율을 늘일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투표시간 연장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국회에서 여야의 논의는 답보 상태이고, 물리적으로 12월 19일 치르는 이번 대통령 선거의 투표시간을 변경하려면 지금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누리당을 더 압박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되어 있는 투표시간을 9시까지 연장하자는 주장을 철회하고,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로 투표시간을 조정하면 좋겠습니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로 투표시간을 조정하면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막대한 선거 예산 문제는 저절로 해결됩니다.

새벽 6시부터 투표를 시작하지 않아도 어차피 임시 공휴일로 출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9시부터 투표를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물론 새벽 6시부터 투표를 하고 일터로 나가시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분들도 투표시간이 9시로 연장되면 퇴근 후에 투표를 하면 그만입니다.

대신 마치는 시간이 9시가 되면 시민사회와 민주당이 요구하는 투표시간 연장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윤기(세상 읽기, 책 읽기, 사람살이·http://www.ymca.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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