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산호랑나비 애벌레…자극 주면 악취 뿜어 방어

◇먹이감 애벌레 = 화려한 빛깔의 단풍이 칙칙한 낙엽으로 떨어지면, 차가운 북풍과 함께 자연 속에도 추운 겨울이 찾아든다. 생물다살이에서 어미들의 걱정은 겨울과 함께 자손을 남겨두는 것과, 그 자손이 거친 자연과 함께 살아남는 일이다. 특히 작은 곤충의 다살이는 어렵고도 험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애벌레는 산이나 들에서 사는 새들과 독충들이 좋아하는 먹이다. 움직임이 느리고 스스로를 지킬 재간이 없어 늘 좋은 먹이감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애벌레의 삶은 고달프다.

◇애벌레와 농부 = 애벌레는 사람들에게 이로운 벌레로 여겨지기도 하고 해로운 벌레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해로운 벌레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는 애써 기른 농작물을 갉아먹어 피해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농부들에게 해로운 벌레로는 배추·양배추 등을 먹고 사는 배추흰나비 애벌레, 감귤류에 기생하는 호랑나비류 애벌레, 당근을 해치는 산호랑나비 애벌레, 벼를 해치는 줄점팔랑나비 애벌레 등을 들 수 있으나 편협한 사람의 시각에서 그런 것이지 성충인 나비가 꽃가루를 운반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유익하기도 하다.

산호랑나비 애벌레.

◇산호랑나비 애벌레 = 애벌레 중 산호랑나비 애벌레는 미나리과의 바디나물·미나리·회양 등, 때로는 귤·산초나무의 잎을 먹기도 하는데, 주로 미나리·당근·유자나무 등의 산형과 식물과 운향과 식물(레몬·오렌지·라임 등)의 잎을 먹고 자란다. 그 후, 번데기로 겨울을 나고 다음 해 봄이 되면 어른벌레로 깨어난다. 애벌레는 초록 바탕의 검은 줄무늬가 있어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으며, 호랑나비와 마찬가지로 자극을 주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노란색 뿔을 내밀어 자신을 방어한다.

◇애벌레의 다살이 = 산호랑나비는 좋아하는 꽃에 단체로 모이기를 좋아하는 호랑나비와는 달리 혼자 다니기를 좋아한다. 독특한 삶의 방식은 자라나는 과정에서도 볼 수 있는데, 애벌레와 어른벌레가 사는 곳이 다르다. 물론 애벌레와 어른벌레의 모습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한 장소에서 자라나는 다른 벌레들에 비해 천적이나 위험으로부터 살아남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또 많이 먹어서 자라야 하는 애벌레 때와 짝짓기로 번식을 해야 하는 어른벌레 때를 나누어 그 삶의 형태를 효과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자연의 이치를 잘 아는 지혜로운 어미는 알에서 깬 애벌레가 바로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먹이식물의 잎에 자신의 사랑스러운 알을 낳아 둔다. 생물다살이에서 느껴지는 미물의 자식에 대한 어미 사랑은 사람의 자식사랑 행위 그 이상의 치밀하고 깊은 예상과 계획을 엿볼 수 있어 경이롭다.

/김인성(우포생태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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