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피라칸사스…위 염증 치료 효과도

가을 내내 매력적인 향기로 우리를 즐겁게 하던 금목서·은목서도 늦가을 추위에 꽃도 향기도 숨겼다. 이르게 예쁜 꽃을 뽐내던 벚나무는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다른 나무들보다 일찍 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를 먼저 드러낸다. 도롯가의 은행나무들도 겨울준비를 마쳤다. 뒷산은 점점 어두운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서울은 첫눈도 내렸다는데 벌써라 할 것도 없다. 2012년의 가을은 끝났다.

가을 끝자락 봉덕초등학교의 화단에 새빨간 나무가 눈에 띈다. 주렁주렁 달린 예쁜 열매의 주인공은 피라칸사스다. 피라칸사스는 피라칸타, 피라칸스 등으로 불리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 피라칸타속 식물의 총칭이다.

이 식물이 피라칸타인지 피라칸사스인지 의견이 엇갈리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피라칸타 속 식물이 총 6종이 있는데 이 식물들을 통틀어 피라칸사스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피라칸타(Pyracantha)는 라틴어로 불의 가시라는 뜻인데 아마 열매의 색이 불처럼 붉고, 줄기에 가시가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포도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열매가 탐스러운 피라칸사스. /박대현

피라칸타는 유럽 남부와 중국이 원산지로 꽃도 예쁘고 열매도 예쁜데, 생명력까지 강하니 조경용으로 제법 인기가 있다. 또 줄기에 가시가 있고 늘푸른나무라서 울타리 용도로도 적당하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꽃은 따뜻한 5~6월 핀다. 열매보다 꽃의 인상이 강하지 않아 학교에 핀 피라칸사스 꽃을 보고 나무 이름을 찾기 위해 한참 도감을 뒤졌었던 기억이 있다. 꽃은 손톱만 한 크기로 열매만큼이나 촘촘하게 피는데 하얀색이다.

열매는 배지로 다는 '사랑의 열매'의 열매만 한 크기다. 10월쯤에 열매가 열리고 주황색에서 빨간색으로 점점 변해서 11월쯤 되면 절정에 이른다. 사과를 작게 만들어 놓은 것 같이 생겼다.

피라칸사스의 꽃말은 '알알이 맺힌 사랑'이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참 잘 지었다. 보면 알이 꽉 찬 포도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열매가 정말 탐스럽다. 해롭지 않다고 들었기에 하나를 입에 넣어 봤다. 첫맛은 약간 달지만, 떫은맛이 강하다.

피라칸사스는 약으로도 많이 쓰인다. <한국본초도감>에는 '적양자'로 건위작용을 하여 소화력을 증진하고, 위의 염증을 치료하며 설사와 이질에 효력을 얻는다고 나온다. 부인의 자궁출혈을 멈추게 하고, 산후에 어혈을 제거하여 통증을 완화한다고 나와 있다.

가만보니 피라칸사스 나무에서 새가 많이 날아온다. 동박새, 참새, 딱새 같은 작은 새들이 피라칸사스 열매를 좋아한다. 나무도 사람도 나누는 이들은 외롭지 않은 것 같다.

/박대현(봉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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