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심원보·김나영 부부

2003년 심원보(38·경기도 군포) 씨는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갑갑한 현실, 가늠할 수 없는 미래, 원보 씨에게는 위안이 필요했다. 예전부터 자주 다녔던 일본으로 훌쩍 떠났다.

"그냥 바람이나 쐬러 갈 생각이었어요. 일본에 도착해서 그냥 도움이나 받을까 싶어 전에 다니던 회사의 동경지사에 연락을 했지요. 평소 일하면서 연락하던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지사에서 근무하는 여직원 2명이 나왔습니다."

여직원 2명 중에 한 명이 김나영(36) 씨였다. 3명은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에서 일로 얘기할 때는 몰랐는데, 실제 만난 나영 씨는 매력적이었다. 원보 씨는 자연스럽게 나영 씨에게 마음이 끌린다.

"인상이 참 좋았어요. 분위기나 이야기하는 거나 무척 끌리더라고요."

잠깐 바람 쐬러 가겠다는 일정은 한없이 늘어졌다. 비자 없이 일본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3개월, 결론부터 말하면 원보 씨는 일본에서 3개월을 꼬박 채운다.

   

나영 씨와 헤어진 원보 씨는 메신저로 꾸준히 연락을 한다. 그리고 첫 만남이 있은 후 일주일 뒤에 다시 만나게 된다. 술 한잔하면서도 대놓고 좋다고 이야기하기는 쑥스러웠다. 원보 씨는 어디서 들었던 한 가지 이야기를 응용하기로 한다.

"어떤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어요. 남자는 등산을 좋아하는데 그 남자에게 산에 가면 자신을 닮은 돌을 하나 찾아달라고 부탁했다더라고요. 그게 꼭 돌을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남자가 돌을 찾는 동안 여자 생각을 할 수밖에 없잖아요."

원보 씨는 나영 씨에게 그 얘기를 해주면서 자기도 같은 부탁을 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유치할 수도 있는 뻔한 얘기가 한 사람에게는 통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얘기는 한 사람에게만 먹히면 된다. 나영 씨는 생각해보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실업자였잖아요. 미래도 불투명하고, 여자 처지에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에요."

나영 씨는 원보 씨 마음을 받아들였다. 일본에서 연애는 그렇게 시작됐다. 원보 씨는 매일 나영 씨 출퇴근 시간 옆을 지켰다. 그리고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잠은 아는 후배 집에서 잤다. 오로지 연애만을 위한 체류였다. 하지만, 낭만적인 데이트는 오래가지 않았다. 2개월 정도 지나자 나영 씨는 결별을 통보했다. 일본에서 취업까지 생각했던 원보 씨는 당황했다. 하지만,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별 통보를 받고 새벽부터 아내 집 앞에서 기다렸어요. 마지막으로 출근길 바래다주겠다고요."

출근하면서 나영 씨는 계속 울었다. 원보 씨는 나영 씨가 지하철을 타기 직전에 앞으로 2년 동안 사귀는 사람이 없으면 다시 만나자고 했다. 지하철 문이 닫혔고 둘은 그렇게 멀어졌다.

하지만, 이별은 정말 오래가지 않았다. 귀국한 원보 씨는 부산에 있는 아버지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신저를 통해 나영 씨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아쉽다는 연락이 곧 왔어요, 두 달 동안 공을 들인 덕이지요. 다시는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선물 공세를 폈습니다."

3개월 뒤 나영 씨는 휴가를 받아 한국으로 왔다. 원보 씨와 나영 씨는 서울에서 만났다. 원보 씨는 차를 빌려 서울에서 바로 강원도에 있는 스키장으로 여행을 떠났다. 나영 씨는 집에도 들르지 않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뒤 나영 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에서 직장을 구하게 된다.

"혼자 일본에서 있기가 외로웠던 것이지요. 저는 그때도 부산에서 일했고, 한동안 주말 데이트가 이어졌습니다."

원보 씨와 나영 씨는 2006년에 결혼한다. 2년여만에 맺은 결실이었다.

행복한 생활을 보내던 부부에게 가장 큰 고민은 아기였다. 서로 원했지만, 아기는 쉽게 생기지 않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았던 게 시간이 갈수록 큰일이 됐다.

"힘들고 서로에게 미안했지요. 병원도 많이 다녔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 있는 병원까지…. 힘든 시간이었지요.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아내에게 미안합니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10년,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을 받는다. 심규탁(3) 군, 부부는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가 그저 대견하다. 물론 육아나 살림 등 이들 부부를 괴롭히는 일상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마음만큼 못해줄 때가 많아요. 미안할 때가 많지요. 앞으로 더 잘하려고요. 애를 한 번씩 보면 아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겠더라고요."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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