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없으면 그 남자 하루도 못살걸요."

"챙겨놓은 밥도 혼자서는 못 먹어요."

아내와 절친한 이웃집 주부가 늘어놓는 하소연입니다. 주부들의 셋만 모이면 그릇이 깨진다고 할 정도로 이야깃거리가 많이 나온다고 하지만, 이 주부가 털어놓는 하소연을 듣다 보면 단순하게 일반적인 한 여자의 수다로만 여겨지지가 않습니다.

애기 같은 남편과 살아가면서 겪는 이야기가 한편의 드라마와 같습니다. 결혼한 지 10년이 훨씬 넘었고, 시댁에서 분가한 지 이제 5년째에 접어든다고 합니다. 외아들로 애지중지 커왔던 남편과의 연애시절에는 설마 이 정도 일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고 결혼 전에는 오히려 남편의 그런 모습이 순진해 보여서 좋았고 내가 없으면 못살겠다고 달려드는 남자가 한편 귀엽기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서로 좋아 죽겠다고 결혼을 하고 약 10년 동안을 시댁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그다지 문제가 되어 보이진 않았답니다. 출가 전에는 시누이들과 시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식사도 모여서 같이 하는 편이었고 궂은일이 있으면 서로 분담해서 했으며 간혹 남자의 힘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시아버지가 아직은 젊으셔서 그런지 거뜬히 해결하곤 하였답니다. 남편은 항상 귀한 대접을 받는 듯 보였으나 외아들이라 그러겠지 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이었죠.

우여곡절 끝에 분가를 하고 나서야 그동안은 크게 느끼지 못했던 남편의 문제점들이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한 가정의 가장인데, 살면서 좀 나아지겠지 하며 지내왔지만 시간이 흘러도 좀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해지는 것 같고, 심지어는 초등생 아들과 어쩌면 하는 짓이 그리도 똑같은지 혀를 내두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씻으러 들어가기 전에 미리 수건을 챙겨서 들어가라고 그렇게 누누이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는 남편은 가뜩이나 바쁜 아침 시간부터 정신을 빼놓습니다.

마치 하녀를 다루듯이 혼쭐을 빼놓으며 시작하는 하루, 퇴근 후 갈아입는 남편의 옷가지들은 죄다 소파 위에 던져집니다. 양말에서부터 양복까지 일일이 따라다니며 정리를 해야 합니다. 스스로 좀 해보라고 사정까지 해봤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벽에 못을 한번 박아 본 적이 없는 남편, 한두 번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직접 하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집안일은 모두 자신의 몫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싱크대 배수구 뚫기, 형광등 교체하기, 쓰레기 버리기, 심지어 가구 움직이는 일까지 남편을 두고 직접 손을 대야 합니다. 처음에는 못을 박다가 손을 찧어 다치기도 하였지만 이마저도 이제는 숙련이 되다 보니 여는 남자 못지 않게 되더랍니다. 더욱 웃지 못할 일은 이런 광경을 남편이 옆에서 보면서도 자기가 해보겠다고 달려들기는커녕 우리 마누라 잘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니 할 말 다했습니다.

한번은 외출했다 들어왔는데, TV도 보지 않고 있기에 왜 그러냐고 했더니 리모컨을 못 찾아 그런다는데, 알고 보니 요즘 TV는 리모컨 없이는 켤 수 없는 줄 알았다나요.

절절하게 하소연을 늘어놓는 이 주부는 남편이 이렇게 애처럼 살아가는 이유를 시댁의 과보호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1남 4녀의 외동아들로 자라다 보니 자라면서 부모와 누나들의 귀여움만을 받고 자라온 환경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것입니다.

온갖 일을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는 손에 군살까지 박혔다며 손바닥까지 보여주는 주부.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 초기에 확실히 습관을 들여 놓을 걸 그랬다고 후회는 한다는데. 제3자가 보는상황에선 남편의 증상(?)으로 보아 그것도 그리 쉽지는 않았을 듯 보입니다.

/파르르(내가 숨쉬는 공간의 아름다움·http://jejui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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