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게 이런 곳] 의령 '관정 이종환 회장 생가'

의령 출신인 이종환(89) 삼영화학 회장은 장학재단을 통해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가로 유명하다. 아흔 가까운 나이가 되자 고향 옛집에 대한 향수가 커졌다고 한다. 평소 역사·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후세에 물려줄 '21세기형 문화유산'이 딱히 없다는 점도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생가복원을 하되, 이왕이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만들기로 했단다.

문화재위원 등 전문가 의견을 구했다. 일본·중국·미국·유럽 등 세계 명소도 직접 다니며 독창적인 전통문화공간을 머리에 그렸다. 이를 전통건축전문가 손에 맡겼다. 촉석루·덕수궁 같은 문화재 보수·복원 경력이 있는 이였다. 옻칠 인간문화재·대목장·소목장·와공·미장 등 문화재 수리기능인들도 다수 참여했다. 공사 1년 8개월 만에 '관정 이종환 회장 생가'가 용덕면 정동마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생가는 겉모습만으로도 으리으리하다. 까치발을 해도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을 만큼 담장은 높다.

이종환 회장 생가./박일호 기자

생가는 이종환 회장이 살던 집 원형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전통사대부 양반가옥을 재현했다. 전통기법에 현대적인 요소를 섞어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게 했다. 생가는 안채·별채·광채·사랑채·행랑채·우사, 그리고 우물·장독대 같은 것이 있다.이곳은 5610㎡(1700평) 터에 생가·전통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사주문'을 통해 옆 공간으로 이동하면 전통정원이 펼쳐진다. '인간과 자연의 몰아일체' '한국적 대자연의 심산유곡 절경 재현' 같은 것을 담았다고 한다. 시원스런 연못 위에 '관정헌'이라 이름 붙은 정자가 떠 있다. 인공섬·기암괴석·폭포수도 있다.

생가 관리를 하고 있는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은 군과 협의해 이 지역 출신인 호암 이병철·의병 곽재우·독립운동가 안희제 선생과 연결한 '의령 4대 인물 관광자원 벨트'를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단순히 둘러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통문화교육 체험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통문화체험 및 공연·전시·연수 같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현재는 사랑채·행랑채에서 민박도 가능하다.

이종환 회장 생가./박일호 기자

지난 11일 복원 기념식이 열렸고, 현재는 임시개방해 놓았다. 한 할머니가 '관정 이종환 회장 생가'를 찾았다. 허리가 불편한데도 한번 둘러보고 싶어 어려운 발걸음을 했다. 여기저기 둘러본 할머니는 혼잣말로 "잘해 놓았네"라고 했다. 바로 옆 도로를 지나다 눈길을 뺏겨 둘러보러 온 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출입구 한편에 작은 건물이 하나 있다. 앞으로 매표소로 활용할 곳이다. 임시개방한 지금도 입장료를 받고 있다. 어른 5000원·청소년 3000원·초등학생 1000원이다. 생가를 관리하는 재단 측에서는 "타 관광지와 연계하는 방안을 군과 협의하고 있고, 임시로 정해 놓은 가격"이라고 밝혔다. 5000원을 내고서까지 둘러볼만한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긴다.

위치: 의령군 용덕면 정동리 641-1

이종환 회장 생가./박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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