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초등학생에 화장까지…의상·도구 구입비도 전가

초등학교 학예발표회에서 의상과 장비, 심지어 분장·머리 비용까지 학부모에게 부담시키는 실태가 확인됐다. 악기 연주와 춤, 연극이나 합창까지 보통 한 학생이 세 가지 정도의 발표를 준비하기 때문에 학생입장에서도 이만저만 힘이 드는 게 아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학예발표회인지, 그래서 불만도 많다.

다음은 진주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얼마 전에 보낸 학예발표회 공문 내용이다.

'화장은 파운데이션과 파우더를 충분히 바릅니다. 아이섀도는 핑크와 연보라색으로 립스틱은 빨간색으로, 속눈썹을 붙이고, 전체적으로 붉은 톤으로 화사하게 해주세요. … 머리카락은 단 한올도 내려오지 않게 젤을 발라 주세요.'

그리고는 '선택사항'이라는 조건을 달아 분장·머리 비용 1만 5000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의상대여비 2만 원과 스틱대여비 5000원은 필수였다.

   

비상식적 요구에 학부모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게 도대체 초등학생들에게 요구하는 화장법이냐. 보통 미용실에 가면 이정도 화장하는데 4만 원씩 든다고 하는데 직접 화장을 해 보내라는 말인지, 아니면 학교에 돈 내고 하라는 건지…."

"어떻게 아이들에게 이렇게 과도한 화장과 복장을 요구하고, 그 비용마저 전가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 평소에 아이들 복장이나 머리모양이나, 옅은 화장은 호들갑을 떨며 왜 그리 단속을 하는 거냐?"

이 학교는 15일 오후에 학예발표회를 한다.

또 다른 학교의 학부모도 최근 열렸던 학예발표회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오케스트라를 한다고 해서 복장비용 부담을 했고, 앞의 학교처럼 분장·머리 비용까지 들였다. 더 큰 스트레스는 학예발표회 시간이었다. 금요일 오전 9시로 시간을 잡아, 맞벌이 부부의 입장에서는 가서 볼 수조차 없었다.

이로 인해 이 학부모는 학예발표회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건 학생이나 학부모를 위한 행사가 아닙니다. 아이들도 숨은 기량을 발견하고 그걸 뽐내는 차원이 아닙니다. 이 행사 저 행사 준비한다고 고생이 말이 아니에요. 이건 뭔가 실적을 점검하거나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들어요."

그는 "제 아이는 그날 세 가지나 준비를 했다. 가야금 연주와 댄스, 합창이었다.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진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완전히 학교장 재량이다.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 가을에 학예발표회를 한다. 교육활동 실적을 발표하는 장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의상이나 장비대여, 분장 비용 등의 학생 부담 문제를 묻자 그는 "그런 세세한 상황까지는 파악을 하지 못했다. 학교장 재량이기 때문에 관련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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