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을 살리자 삶을 바꾸자] (32) 창원 북면 도랑 살리기 한해살이 마감

창원시 의창구 북면의 올해 도랑 살리기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북면을 가로질러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지방하천인 신천을 살리려고 추진되는 도랑 살리기다.

2014년까지 북면 40개 마을에서 상류 도랑을 살려 하류 신천 수질을 2급수에서 1급수로 바꾸겠다는 목표다.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을 2.4ppm에서 2ppm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도랑 살리기 운동은 마을 풍경과 주민 삶을 조금씩 바꿔놓았다. 그간 마구 버렸던 쓰레기를 분리해 버리는 등 생활 속 작은 행위이겠지만, 마을에는 큰 변화가 찾아온 셈이다. 한동안 무관심했던 도랑에는 풀이나 물고기로 생명이 돌아온다는 것도 목격했다.

내년에도 도랑 살리기는 북면지역 범시민 운동으로 확산한다. 모두 16개 마을에서 2억여 원 예산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올해 진행된 도랑 살리기 운동과 내년에 개선해야 할 점 등을 정리해봤다.

   

◇한해살이 = 올해는 사업비 1억 7000만 원을 들여 지난 3월부터 도랑 살리기가 진행됐다. 올 2월 1일 '신천 1급수' 만들기 추진 계획이 세워진다. 이어 참여할 마을 5곳도 선정한다. 곧바로 이번 프로젝트를 돕는 추진협의회와 자문위원회도 구성된다. 마을 주민, 지역 시의원, 환경단체 전문가, 관계기관 등이 한 데 모여 북면 도랑 살리기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훗날 사업에 대한 평가도 가능하다.

지난 4월 24일 '신천 1급수 만들기 선포식'이 열린다. 주민들의 다짐을 대외로 알리는 자리였다. 기업들은 도랑 살리기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때 '마을 도랑 살리기 운동 교육장'도 문을 연다. 비어 있던 마을회관 2층에 자리를 잡아 규모가 크지 않지만, 북면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이 도랑 살리기의 중요성을 배워갔다.

북면의 활기는 서울에 있던 한 방송사에도 전해졌다. 이들은 6월 중순 북면 도랑 살리기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갔다. 또, 7월에는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 경남지역협의회가 '도랑 살리기 참여 선언식'을 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도랑 살리기 운동 벤치마킹을 위해 현장을 찾은 횟수는 9회, 모두 183명이 다녀갔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도랑 살리기 운동이 본격화한 시기다. 주민들은 먼저 도랑 살리기 운동을 벌인 마을을 견학하고, 이후 도랑 관리와 쓰레기 분리 등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견학이나 교육 여부에 따라 도랑 살리기 성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총 1.7㎞ 물길을 정비했고, 쓰레기 수거 체계를 개선했다. 매달 도랑 수질을 분석하면서 생태계 또한 조사했다. 마을 3곳에서는 1200m가량 수질 정화를 위해 꽃창포도 심었다.

◇마을별 특징 = 대표적으로 외감·대한·지개·고암·마산 등 5개 마을의 올해 도랑 살리기 성과를 살펴봤다.

외감마을은 지난 4월 500m 구간 물길 조성으로 도랑 살리기를 시작했다. 이어 물놀이장과 수변 공간을 조성했다는 게 특징이다. 회관 앞과 도랑변에는 벽화를 채워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지난달 솟대 3개도 세웠고, 물길 양쪽 둔치에 길이 200m 정도로 창포도 심었다.

도심 주민들이 농촌 체험 활동을 하는 대한마을은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EM(유용미생물군) 활용과 친환경 농법 교육을 진행했다. 도랑 살리기는 결국 친환경 농사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역시 도랑에는 수변 공간을, 마을회관 옆 등에는 벽화를 조성했다.

지개마을은 재활용 쓰레기 분리 수거함을 설치해 마을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회관 옆을 어지럽혔던 쓰레기는 이제 반듯한 통에 담긴다. 아울러 주민들은 세제 등을 대신해 EM을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나눠쓰기도 했다.

고암마을은 지난달 도랑 수질을 개선할 방법으로 '인공 습지'를 하나 조성했다. 플라스틱 구조물 안에 창포, 미나리, 연꽃 등 수생식물을 심었는데, 여기서 도랑 물을 몇 차례 걸러내는 과정이 눈길을 끈다.

마산마을 역시 EM 활용과 친환경 농법 교육을 진행했고, 재활용 쓰레기 분리 수거함을 설치했다. 주민들은 도랑 수질을 바꾸려고 여러 차례 EM 활성액을 지원받아 쓰기도 했다.

내달 마을별로는 올 한해 사업을 마감하면서 현판을 세운다. 마을 들머리 도랑 변에 설치할 이 현판은 '도랑 살리기 운동을 하는 마을'이라는 의미다. 작은 현판 하나이지만, 마을 주민들의 약속이자 자부심이다.

◇내년 살림은? = '낙동강 유역 신천 1급수 만들기 추진(실무)협의회'가 지난 1일 창원 북면 대한마을 회관 2층 '도랑 살리기 교육장'에서 열렸다. 올해 나타났던 문제점을 보완해 내년 추진 방향을 제대로 세우려는 취지에서다. 지난 2월 꾸려진 추진(실무)협의회는 올해 사업을 훑어보고 과제를 짚었다.

도랑 살리기, 신천 1급수 만들기를 지원하는 창원시, 의창구, 북면, 낙동강유역환경청, 한국수자원공사 경남지역본부, 한국생태환경연구소 관계자들이 모였다.

성과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왔다. "신천은 본포취수장과도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신천 1급수 만들기는 가치가 있다.", "도심에서 이뤄지던 쓰레기 분리수거 체계를 시골 마을에 정착시킨 점은 훌륭하다.", "지개마을은 쓰레기 분리 배출의 롤모델이다. 음식물 쓰레기도 퇴비로 자원화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도랑 살리기를 통해 고철, 빈병, 캔 등을 거둬들이면, 그리 많지 않아도 마을 공동 기금도 마련할 수 있다."

개선점도 언급됐다. "한해를 잘 마무리한 만큼, 사후 관리 또한 중요해졌다.", "도랑 살리기 사업 기간이 농번기와 겹쳐 주민들이 함께하고 싶어도 못 하는 예도 있었다. 1~3월부터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을 비롯한 지도자 교육을 먼저 하고, 이후 사업과 주민 교육을 동시에 진행하면 좋겠다. 그러면,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시작이 반'이지만, 지속성은 도랑 살리기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올해 운동을 시작한 마을에서 내년, 그다음 해에도 계속 도랑 살리기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기존 북면 9개 마을에서 내년에는 16개 마을로 늘어난다. 올해와 비교하면, 내년 도랑 살리기 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도랑 물 두 단계 정화 '오염·악취' 싹~

-고암마을 인공습지 '눈길'

창원시 의창구 북면 고암리 마을 도랑을 둘러보면, 눈에 띄는 구조물이 있다. 지난달 고암마을 회관 앞에 들어선 플라스틱 인공 구조물인데, 언뜻 보면 도랑 변에 큰 욕조를 만들어놓은 모양새다.

다단계 간이 인공 습지다. 도랑 수질을 개선하려고 설치한 것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공 습지'를 구조물 2개 안에 각각 조성해 도랑 물을 두 단계로 정화한다.

   
  고암마을 도랑에 설치된 인공습지.  

애초 고암마을 회관 앞 도랑에는 인근 2가구에서 생활하수가 그대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도랑에 생활하수 오염원이 곧바로 침투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일부는 정화조를 거쳐 나왔으나 일부는 가정에서 바로 배출돼 수질오염도 심각한 상태였다. 이 문제를 인공 습지를 통해 해결한 셈이다.

우선,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하수를 1개 배출구로 모았다. 도랑 주변 터에는 2단계의 인공 습지를 설치했다. 배출구와 인공 습지, 그리고 도랑까지 연결해 완성했다. 이로써 생활하수는 두 차례 인공 습지를 거치다 보니 오염원이 거의 제거된 상태로 도랑으로 흘러가게 됐다.

인공 습지에는 창포, 연꽃, 미나리, 부레옥잠, 물옥잠 등 다양한 습지식물을 심어 정화 효율을 높였다고 한다. 아울러 유용 미생물군(EM)을 지속적으로 조금씩 투입하는 장치도 설치됐다. 이 또한 인공 습지와 함께 악취를 없애고 수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또, 이번 인공 습지 조성을 계기로 생활하수관 위에 놓여 도랑 오염원으로 꼽혔던 닭 사육장도 철거됐다.

한국생태환경연구소 수질환경센터는 "암모니아성 질소 등 악취 유발 물질은 EM에 의해 흡수·분해되고, 각종 유·무기물들은 저층 토양과 습지식물에 의해 정화 처리된다"며 "수질 개선 정도는 현재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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