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제갈삼 전 부산대 교수의 미수(88세)를 기념하는 음악회가 열린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받았을 때에는 여건이 되면 참석하겠노라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당일에는 타 지역 수업 관계로 참석을 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왜냐하면 부산 원로 음악인의 대명사인 그가 마산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이제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30세 무렵 부산여중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해서 부산대 사범대 음악교육과 교수가 돼 1991년 정년퇴임하기까지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한 탓일 것이다.

그의 지난 발자취를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해방 직후 마산중학교에서 교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마산 태생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제갈삼은 관립대구사범학교, 동아대 법학과, 계명대 음악대학원을 졸업했다.

음악가로서 그의 활동은 경남음악사에도 많은 흔적을 남겼다. 경남음악협회가 발간한 〈경남음악사〉 '마산의 음악' 부분을 보면 1949년 윤이상 작곡, 김춘수 대본에 의한 창작음악극 〈마의 태자〉에 출연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그 뒤로 1949년에 마산에서 있었던 이상근 작곡발표회에서도 소프라노 전경애, 바이올린 김지문과 함께 피아노 연주자로 출연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는 마산 중심으로 부산, 나아가 경남 전 지역을 활동 무대로 삼았다. 부산은 물론이고, 지역 음악계의 발전을 위해, 또 후학들을 위해 많은 일을 했고 이제 미수 음악회까지 갖게 되셨다니 지역 음악계 후배로서 참으로 존경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제갈삼 선생을 만나 인사를 드린 적이 없다. 몇 년 전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작곡가 모임인 향신회를 통해 먼발치에서나마 뵌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후배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훌륭한 선배 음악가, 예술가들의 수고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젊은 우리가 있었고 좋아진 문화 환경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연주회에서 더욱 기대됐던 것은 그의 평생 음악지기인 첼리스트 배종구, 백재진과 함께 직접 무대에 오르신다는 소식이다. 아직까지 무대를 향한 그의 열정이 보이는 프로그램이다.

10월과 11월을 지나면서 많은 대학에서 여러 젊은 음악도들의 졸업연주회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 중 얼마나 음악계에서 살아남아, 우리의 음악계를 이끌어갈지 사뭇 걱정스러운 현실이다. 많은 이들이 현실 문제로 음악계를 떠나가고 있다. 이런 저런 고민들로 상담을 해오는 제자나 후배들을 볼 때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그래도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이전보다 좋아진 예술환경에 토를 달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날 어려운 시절 우리 선배들만큼이나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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