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고속도로 휴게소를 채우고 있는 것들

고속도로 휴게소 하면 화장실·식당·자판기·잡화점, 대충 이런 것들이 떠오른다. 찬찬히 둘러보면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것들이 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식당건물 오른쪽 뒤편에서 공 치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 발길 많지 않은 곳에 야구연습장이 있다. 오른손잡이용 세 곳, 왼손잡이·오른손잡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자리 하나가 있다. 1000원으로 공 칠 수 있는 기회는 15번이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 한 남자가 열심히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았는지 나올 때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그 바로 앞에는 한때 유행했던 펀치볼·발로 차는 볼 기계가 나란히 놓여있다. 그 맞은편에는 두더지잡기·흔들 자동차·농구공 던지기·총쏘기 게임기·팔씨름 기계 같은 것이 주르륵 놓여있다. 한번 이용하는데 500원 혹은 1000원이다.

게임기계.
야구연습장.

게임기 있는 곳 뒤를 돌아가면 산책로·연못·물레방아 있는 작은 공원이 나온다. 운동기계 3개도 한쪽에 놓여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안내판에는 '운전으로 지친 심신의 휴식을 위하여 조성된 공간'이라고 적혀있다.

공원 옆으로는 구름다리가 도로 위에 놓여있다. 반대편 차로 휴게소로 걸어갈 수 있는 곳이다. 화장실과 가장 가까운 곳에는 장애인주차공간 3면이 있다. 그 바로 앞에는 목발·휠체어를 비치한 장애인물품보관소가 있다. 앞 기둥에는 도움벨도 있다.

화장실 바로 옆에는 현금인출기·동전 넣는 공중전화가 나란히 있다. 공중전화 아래에는 자동심장충격기가 있고, 벽면에 작동법을 그림과 함께 설명해 놓았다.

스낵코너에는 핫도그·통감자·치킨 파는 집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고, 그 중간에 계산대가 있다. 가게에서 바로 주문하려다 판매원 얘길 듣고, 옆 계산대로 발걸음 옮기는 이가 적지 않다. 그 앞에는 등산아웃도어점이 자리하고 있는데, 관광버스에서 내린 단체 손님 가운데 몇몇은 안으로 들어가지만, 빈손으로 나온다.

식당으로 들어가는 옆문에는 뽑기기계 4대가 있다. 종류에 따라 가격도 1000·2000·3000원으로 다르다. 그 옆에는 '항상 행운이 가득하시길'이라는 문구를 붙여놓은 1000원짜리 운세기계가 있다. 애완견 보관함 6칸은 모두 비어있다.

애견보관함과 손금·뽑기 기계.

식당으로 들어가는 문 옆에는 '식중독지수 알림이'라는 것이 있다. 전광판 같이 온도·습도·식중독지수를 나타내는데, 낮에는 가까이서도 그 수치가 잘 보이지 않는다. 관심·주의·경고·위험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에 불이 들어와 있는 것 정도다.

옆문을 통해 식당에 들어서면 무인식권발매기가 눈에 들어온다. 이용설명이 잘 되어있지만, '품절된 메뉴가 있으니 카운터 메뉴판을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5만 원 권은 안 돼요'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식당 또 한편에는 손소독기·고객용 전자레인지가 있고, 그 옆에는 판매용 찻잔·컵·그릇 같은 것이 진열돼 있다.

식당 한구석에는 무료도서 코너가 있다. 책 10여 권과 몇몇 잡지가 비치돼 있고, '구입용 도서는 편의점에 준비되어 있습니다'라고 되어있다.

무료도서.

건물 바깥에는 안마의자 3개가 놓여있다. 5분에 1000원, 25분에 5000원, 50분에 1만 원이다. 한 아주머니는 무료인 줄 알았다가, 돈을 넣어야 한다는 것을 알자, 미련 없이 가버린다.

자판기는 식당건물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한 남자는 찾기 쉽지 않았는지 투덜투덜 하며 동전을 집어넣는다. 뽑기기계가 또 한 무더기 자리하고 있는데, 그 위에는 '미아찾기' 포스터 6개가 작게 붙어있다. 그 옆에는 '장애인표준사업장 생산품 홍보관'이 있다. 자판기와 나란히 있어 커피 뽑는 이들이 가끔 눈길 줄 뿐이다.

햇빛 잘 들어오는 곳에는 조형물이 있다. 휴게소가 있는 고속도로 구간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조형물에 '소통·화합·미래를 여는 길'이라는 무미건조한 문구가 크게 적혀있다.

조형물.
식중독지수 알림이.
안마기.
장애인 표준사업장 생산품 홍보관.
자동심장충격기.
무인식권발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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