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국수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어~ 저렇게 많이 안 시켰는데." 분명 '칼국수 두 개'를 시켰건만 손님상으로 향하는 그릇 개수는 4개다. '우리가 시킨 게 아닌 것 같아…' 말하려는 순간 이내 빈 그릇 두 개가 먼저 놓인다. "휴~" 잠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눈앞에 놓인 칼국수를 본다. 이내 눈은 다시 한 번 놀란 토끼눈이 됐다. 흡사 밥솥 용기 만한 스테인리스 그릇을 보기만 해도 알이 굵고 실한 홍합이 그득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돼서야 빈 그릇의 정체를 알게 됐다. 다름 아닌 홍합 껍데기를 따로 담아 낼 그릇이었던 것이다. 홍합이 얼마나 많이 들었던지 면 찾기가 <인디애나 존스> 영화 속 보물찾기다. 간신히 찾아낸 면은 또 양이 얼마나 많은지 건져 먹어도 먹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경이적인 비주얼과 양으로 사파동 주변 검찰과 법원, 그리고 경찰, 언론계까지 입소문을 탄 국숫집이 있어 찾았다.

창원시 사파동 창원지방검찰청 옆 '국수로'. '고품격 면요리 전문점'을 내세우는 이집은 '해물칼국수'가 양도 많고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났다. 특히 해물칼국수 중에서도 빠알간 국물이 이색적인 얼큰한 맛으로 인기이다.

국수로 사장 이화권(58) 씨는 한 20여 년 전 창원 대방동에서 '찜요리' 전문점으로 소위 '대박'을 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음식에 일가견이 있었다. "어머니가 구마산에서 찜 장사를 했어요. 형제가 많은데 유독 저만 젊었을 때부터 요리하는 것을 즐겼어요. 아마 어머니 피를 많이 받은 모양이에요. 허허."

창원 일대에서는 처음으로 '해물찜'을 선보였을 정도로 음식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렇게 소위 대박 행진을 벌이다 이내 아파트 단지 내에 슈퍼마켓으로 업종을 바꿨다.국수로 사장 이화권(58) 씨는 한 20여 년 전 창원 대방동에서 '찜요리' 전문점으로 소위 '대박'을 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음식에 일가견이 있었다. "어머니가 구마산에서 찜 장사를 했어요. 형제가 많은데 유독 저만 젊었을 때부터 요리하는 것을 즐겼어요. 아마 어머니 피를 많이 받은 모양이에요. 허허."

시원한 명품 육수에 고추장·과일 등 갈아 넣은 해물 칼국수. 바다 내음이 물씬 나는 홍합이 입맛을 한껏 돋운다./김구연 기자

"처음에는 식당하려고 알아본 자리인데, 입지가 아파트 상가이고 해서 음식보다는 슈퍼마켓 장사가 낫지 싶어 그렇게 됐죠."

하지만 음식에 대한 자신감과 미련은 그대로 남았다. 10년 넘게 해 오던 슈퍼마켓을 정리한 이후에는 일을 안 하니 좀이 쑤셨다. 이를 견디지 못해 노후설계 차원에서 지난 2010년 4월 현재 자리에 '국수로'를 열게 됐다.

나이도 들고 밤늦게까지 술을 파는 것은 벅찬 일이라 '국수'를 주메뉴로 정했다. 찜으로 다져진 음식 솜씨야 나무랄 데 없었지만, 찜이 아닌 '국수 장사'는 별개였다.

   

때문에 약 한 달여 동안 전국의 이름난 국숫집은 다 다니며 맛을 보고, 가르침을 구했다. 이렇게 발품을 팔아 얻은 유명 국숫집 레시피 중 장점만 모으고, 이 사장만의 음식 노하우를 접목해 탄생시킨 것이 오늘날 국수로 국수인 것이다.

국수로 해물칼국수는 푸짐한 양만큼이나 진한 육수에서 우러나는 맛이 일품이다. 진한 육수가 가진 비결은 바로 최상급 멸치에 있다.

"우리집은 남해안에서 멸치 제철이라는 9~10월 사이에 잡힌 오사리 멸치를 주로 사용합니다. 여기에 게, 디포리 등 해서 모두 9가지 재료를 큰 들통에 넣고 두 시간 반 동안 푹 고아내죠." 60L 들이 들통에 멸치만 3㎏이 들어가니 육수가 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멸치는 마산수협에서 중매인으로 일하는 동서를 통해 신선하고 질 좋은 것만 들여오기에 의심할 나위 없다. 이렇게 질 좋은 멸치도 1주일 동안 햇볕에 말려 짠내와 군내를 제거한 것만 쓴다.

"같이 일하는 식구들끼리도 육수를 내면서 '야~ 이건 진짜 보약'이라며 감탄을 하는데, 이 정성과 맛은 손님들이 대번에 알아차립니다. 그러니 매일 이렇게 정성들여 육수를 뽑지 않을 수 없죠." 진하게 달여진 육수는 말 그대로 '진국'이다. 바다 내음이 물씬 나는 향이 입맛을 한껏 돋운다.

   

국수로가 자랑하는 얼큰한 맛 해물칼국수는 이러한 시원한 명품 육수에 고추장, 과일, 마늘, 양파 등 신선한 재료를 갈아 만든 양념을 더한다. 양념은 한번에 40~50㎏을 만들어 1주일 정도 냉장 숙성해 사용한다. 붉은빛 국물이 흡사 짬뽕을 연상시키지만, 그저 맵고 짜기 만한 짬뽕 국물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신선한 과일을 갈아넣어서인지 매콤하면서도 약간 달큰한 기운이 입에 착착 감긴다. 한 두 숟갈 떠먹다보면 '나도 빨간 국물이다'라고 항변하듯 맵싸한 기운이 온 몸을 휘감으며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게 만든다. 기본이 되는 육수 맛이 그렇듯 뒷맛 또한 깔끔하게 떨어진다.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해물칼국수를 한가득 뒤덮은 홍합은 따로 삶은 후 칼국수에 올린다. 마산 진동 홍합 양식장에서 매일 들여오는 것이라 믿고 먹을 수 있다. 직거래로 중간 마진이 빠지지 않아 싼 가격으로 매일 40㎏씩 들인다. 이마저도 하루면 다 소비된다고 하니 칼국수 인기가 실감이 난다.

밀가루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물온반'을 추천한다. 밥과 함께 얼큰한 육수에 새우, 오징어, 한치, 주꾸미, 얇게 썬 소고기 등을 넣고 끓인 시원 깔끔한 국물과 함께 먹으면 오슬오슬 추위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다.

"아직 우리집 국수는 완성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장사를 마친 밤이면 더욱 깊은 맛을 내고자 연구를 하죠. 국수로의 음식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맛에는 완성이란 없는 것이니까요."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음식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고 넉넉한 인심으로 푸근한 이화권 사장이 전하는 뜨뜻한 국수 한 그릇으로, 쌀쌀한 날씨에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이는 것은 어떨까?

<홍합의 효능>

홍합은 여성 스트레스의 보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대 의학서인 <방악합편>은 홍합을 두고 '오래된 이질을 다스리고 허한 것을 보충하며 음식을 잘 소화시키고 부인들에게 유익하다'고 전한다. 여성의 요통이나 냉대하증, 산후 회복식에도 좋다고 한다.

홍합은 체력 보강과 원기 회복에도 효능이 있다. 평소 식은땀을 흘리거나 자주 어지럽고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 홍합은 체내 조혈 작용을 촉진해 약한 기력을 보충한다. <동의보감>에는 홍합에 대해 '오장의 기운을 보호하고, 허리와 다리를 튼튼하게 하며 성기능 장애를 치료한다'고 쓰여 있다.

영양학적으로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빈혈 예방에 좋고, 몸속 유해산소를 제거해 노화 방지,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 있게 가꿔준다 해서 홍합을 '동해부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홍합 속에 함유된 칼륨은 체내 축적된 나트륨을 제거하는 역할도 해 중풍 환자의 영양식으로도 만점이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해물칼국수 6000원, 얼큰한 맛 6500원 △해물수제비 6000원, 얼큰한 맛 6500원 △해물온반 7000원 △비빔국수 4500원, 대 5500원 △물국수 4000원, 대 5000원 △김밥 2000원 △만두 4500원.

◇위치: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3번지 대한빌딩 1층(검찰청 서문 앞).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