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의 후원으로 경남도민일보가 주관하는 하동 전통차 아카데미 일곱 번째 마지막 강의가 10월 16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 열렸다.

'전통차 1번지 하동'을 주제로 이종국 하동녹차연구소 소장 겸 하동군 경제통상과 과장이 강의했다. 2013년 하동 전통차 관련 프로그램은 새롭게 마련할 예정이다.

이 소장은 하동의 역사와 화개·악양면의 지리 등을 바탕으로 하동이 전통차 1번지인 까닭을 풀어냈다. 바다 건너 제주나 같은 경남의 사천이 새롭게 차산업에 나서고, 전남 보성이 예쁘게 잘 가꿔진 차밭을 내세우지만 차는 '역시 하동'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삼국사기>를 따르면 "신라 흥덕왕 3년(828)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나무 씨앗을 갖고 오자 왕이 지리산에 심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차와 관련된 최초 기록이다. 그런데 여기 적힌 지리산이 어째서 하동이냐? 이 소장은 하동 사람이 그런 주장을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런 주장은 사단법인 한국차인회(茶人會)가 먼저 했다. 진주 촉석루에서 1981년 5월 25일을 '차의 날'로 삼는 선포식을 하고, 하동 화개면 쌍계사 일주문 앞에 '신라견당사 김대렴공 차시배추원비'를 세웠다. 근거는 지리산 일대서 화개 기후가 차 재배에 가장 알맞다는 사실이다.

전남 구례가 차 시배지라고 말하는 비가 있다. 구례 화엄사가 하동 쌍계사보다 60년 앞서 지어졌음이 근거다. 당시 화개 골짜기는 호랑이가 나왔는데 어떻게 사람이 살았겠느냐 한다. 화개는 가야 문화권이었다. 화개 골짜기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일곱 아들이 수도하던 데는 원래 이름이 운상원이었다.

나중에 일곱 아들이 득도한 뒤 칠불암으로 이름을 바꿨다. 땅이름에도 남아 있다. 보기를 들자면 화개 침전마을은 김수로왕 옷고름을 왕비가 기웠다 해서 붙었다고 한다.

대비마을은 왕비(허황옥)가 잠잔 곳이라 하고 왕성마을은 왕(김수로)이 머물렀다고 붙은 이름이라 한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1168~1241)는 문집 <동국이상국집>에서 "화계에서 차 따던 일 말하자면(因論花溪菜茶時)/ 관의 다그침 장정이나 노인 어린아이 구분 없었네(官督家丁無老稚)/ 험한 산중에서 간신히 손으로 거둬(장嶺千里현手收)/ 서울까지 만리길을 어깨로 져 나르네(玉京萬里痒肩致)/ 이는 바로 억조창생의 피고름과 살점이니(此是蒼生暠與肉)" 했다.

이어 "일천 가지 망가뜨려 한 모금 차 마련하니(破却千枝供一철)/ 이 이치 생각함에 참으로 어이없네(細思此理眞害耳)/ 그대 다른 날 간원에 가면(知君異日到諫垣)/ 내 시의 은밀한 뜻 부디 기억하게(記我詩中微有旨)/ 산과 들판 불살라 차세 금하면(焚山燎野禁稅茶)/ 남녘 백성 편히 쉼이 여기서 시작되리(唱作南民息肩始)"라 덧붙였다.

이규보는 당대에 화개가 대표적인 차 산지로 알려져 있었고 그로 말미암은 백성들의 고생이 심했기에 산과 들판 불사르자고 이 시를 받을 사람(진주부 부기를 보던 관리인 손득지)에게 보냈던 것이다.

차는 벼슬아치에게 상납의 대상이었고 토호들에게 축재의 수단이었다. 화개에는 차를 공납하는 다소(茶所)가 있었다.

조선 시대 중반 1600년대에 지구 전체에 간빙기가 왔다. 굉장히 춥다 보니까 자생하던 다른 지역 차들이 말라죽어버렸다. 화개 골짜기를 일러 호중별유천지(壺中別有天地)라 했다. 호리병 한가운데라는 뜻이다. 찬 기운은 지리산이 막고 섬진강에서 따신 바람이 들어와 따뜻한 기운이 머문다. 그래서 하동 일대에서는 차나무가 살아남았다.

지금도 이런 영향은 있다. 화개에서는 4월 5일부터 보통 차가 나온다. 같은 하동이지만 진교는 열흘 이상 늦다. 전남 보성은 13일 이상 늦다. 차 재배에 가장 알맞은 땅이다. 지리산에서 유일하게 정남으로 만들어진 곳이며, 악양도 있지만 남쪽이 터져 있다.

우리 차와 다도를 되살려 다성(茶聖)으로 일컬어지는 초의선사는 <동다송(東茶頌) > 18편 가운데 8편을 화개 차에 바쳤다. 정조의 부마 홍현주에게 보내는 글이다.

"화개동에는 차나무가 40~50리에 걸쳐 자라는데 우리나라에 이보다 넓은 차밭은 없다. <다경>에 이르기를 차는 바위 틈에서 자란 것이 으뜸인데 화개동 차밭은 모두 골짜기와 바위 틈이다".

하동은 안개와 습기가 많고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차나무에 가장 좋은 조건이다. 풍화토여서 자갈이 많아 물이 잘 빠진다. 뿌리가 2~3m까지 내려가기에 절로 자라도 영양분을 제대로 빨아들인다. 겨울을 이기는 힘도 세고 새순도 힘차게 뻗어낸다.

가장 오래 됐다고 공인된 차나무도 하동 화개에 있다. 화개면 운수리 산 74번에 있는 차나무로 1000살이 넘었다. 2006년 5월 열린 제11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에서 이 나무 찻잎 100g짜리 한 통 분량만 따 만든 천년차가 경매에서 13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하동에서는 주로 씨앗으로 번식시킨다. 사천이나 제주 같은 다른 지역은 주로 꺾꽂이로 번식시킨다. 영양 번식을 하면 씨앗으로 할 때와는 달리 성질이 똑같다.

또 나무뿌리가 깊이 못 들어간다. 게다가 비료가 주어지면 뿌리가 비료를 따라 가지 깊이 땅 속으로 박히지 않는다.

하동 차나무는 300평에 260kg을 생산한다. 보성은 1.2t, 사천이나 제주는 2t이다. 많이 생산하려면 많이 먹어야 한다. 인공 비료다.

게다가 하동은 씨앗으로 번식시키기 때문에 나무마다 성질이 달라 손으로 낱낱이 딸 수밖에 없고 꺾꽂이로 번식시킨 사천이나 제주는 성질이 같아서 기계로도 할 수 있다.

하동은 '덖음' 기술을 활용해 고급 차 생산을 지향한다. 우전 세작 중작 대작 같은 고급 차가 전체 생산액의 95%를 차지한다. G20정상회의, 핵안보 정상회의 모두 하동차를 선택했다. 국제행사가 닥치면 주최쪽에서 차 시음을 하동에서 하려고 한다.

어쨌든 전체 전통차 산업이라는 측면에서는 하동만이 으뜸은 아니다. 차산업은 보성이나 제주를 못 따라간다. 하동은 차문화만 앞서 있다. 전남 보성도 잘 되고 사천이나 제주처럼 새로 나선 지역의 차산업도 저마다 특성을 살려 다 잘 돼야 한다. 하동도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