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셀프 주유소

아가씨가 운전하고 다른 아가씨를 뒤에 태운 소형 오토바이가 주유기 앞에 선다. 뒤에 탔던 아가씨가 재빨리 내리며 주유기계 앞에 선다. 그동안 운전하던 아가씨가 소형 오토바이 주유구를 연다. 주유기계 앞에 선 아가씨는 작은 화면을 보며 이것저것 단추를 누른다. 그리고 곧 주유기를 뽑아든다. 주유가 진행되는 동안 운전하던 아가씨는 오토바이 뒤쪽에 있는 보자기로 싸인 쟁반을 떨어지지 않게 지탱한다. 주유를 마치자 이들은 도착할 때만큼 재빨리 떠난다. 도착했을 때부터 떠날 때까지 동작에 낭비는 없다. 커피 한 잔이 벌어들이는 돈이 크지 않은 만큼 오토바이에 넣는 기름 값은 몇 푼이라도 아끼는 게 맞다.

12일 이 셀프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88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00원을 넘어섰던 휘발유 가격이 1900원 근처에서 맴돌더니 1800원 대까지 내렸다.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는 오를 때는 감당하지 못할 만큼 치솟던 가격이 왜 인제야 겨우 조금씩 내리는지 못마땅하다. 한동안 치솟던 휘발유 가격은 많은 운전자에게 주유기계 사용법을 학습하게 했다.

소형 트럭을 몰고 주유소로 들어온 아저씨가 한참 있다가 운전석에서 내린다. 그리고 주유기를 빤히 쳐다본다. 셀프주유소인지 모르고 들어온 듯하다. 이리저리 기계를 둘러보던 아저씨는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주유소 안에 있던 직원이 달려나온다. 이런 일이 흔하게 있는 듯 대뜸 화면을 손가락으로 누른다. 휘발유와 경유 중 경유를 선택하고 지급 방법을 선택하는 화면이 나오자 화면을 가리키며 운전자를 쳐다본다.

   

"카드로 하지요."

운전자는 점퍼 안쪽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카드를 건넨다. 주유소 직원은 재빠르게 카드를 주유기계에 넣고 긁어 내렸다. 주유 금액을 선택하는 화면이 나오자 다시 운전자를 쳐다본다. 운전자는 화면을 훑어보더니 금액을 하나 가리킨다.

"네, 3만 원 주유하겠습니다."

직원은 금액을 한 번 확인하고 나서 화면을 누르고 주유기를 뽑는다. 머쓱하게 서 있던 운전자는 차로 다가가 주유구를 연다. 직원은 구멍에 주유기를 꽂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간다. 주유기를 건네받은 운전자는 화면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숫자를 확인한다. 주유를 마치자 기계에서 나오는 안내대로 주유기를 뽑고 주유기계에 건 뒤 주유구를 닫는다. 그리고 운전석에 올라탄다. 기계에서 나오는 영수증이 나풀거린다. 차가 출발하고 나서 근처에 있던 다른 직원이 영수증을 뽑아 휴지통에 버린다.

외제 소형 승용차 한 대가 들어온다.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능숙하게 화면을 누르고 나서 경유 주유기를 뽑아든다. 같은 크기 국산 승용차라면 휘발유 차가 많겠지만, 외제 소형차는 디젤 엔진을 쓰는 차도 많다.

   

이 운전자는 일반 주유소에 갔다면 주유소 직원에게 경유를 넣는 차라고 반드시 확인해줬을 것이다. 만에 하나 경유 차에 휘발유가 들어가면 차 주인도, 주유소도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이 생긴다. 주유기를 운전자가 알아서 선택할 수 있는 셀프주유소는 그런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셀프주유소가 가격에만 경쟁력이 있는 게 아니다.

차에 가만히 앉아서 기름을 채우는 편리함은 포기해야 한다. 당연히 휴지나 생수 같은 서비스도 없다. 그래도 리터당 적게는 50원, 많게는 100원까지 차이 나는 가격은 운전자에게 그런 덤을 포기할 만한 가치는 있어 보인다.

문제는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일반 주유소와 가격 차이다. 셀프주유소 기름 값이 싸면 당연하지만, 간혹 셀프주유소보다 기름 값이 싼 일반 주유소도 있다. 그럴 때 운전자는 셀프주유소 가격을 의심하거나 일반 주유소 기름 품질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의심은 종잡을 수 없는 기름 값 자체에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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