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따라 나선 할아버지 마을 텃밭…캐는 곳마다 고구마 술술~ 쏟아져

지난 일요일 고구마를 캐고 왔습니다. 지난봄부터 우리 가족은 텃밭 가꾸기를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 마을에 텃밭이 있는데, 우리는 거기에 땅콩도 심고, 고구마,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땅콩은 평일에 부모님께서 가셔서 캐오시고, 오늘은 고구마를 캐러 갔습니다.

저도 우리 집의 한 일원이기에, 앞으로 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살기 위해(이곳에 따라 가지 않으면 엄마가 밥 공급을 끊겠다고 하셔서ㅠ.ㅠ) 오늘 계획을 모두 취소하고 따라갔습니다.

고구마를 심을 때에도 따라갔었기 때문에 애착도 있어서 얼마나 캘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갔습니다. 솔직히 예전에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용서(씨엔블루 용화, 소녀시대 서현)커플이 고구마를 심었었는데, 거의 망했던 것이 생각이 나서,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할머니 댁에 가니, 할머니께서 추운 날씨에 우리가 온다고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침에 아빠가 빨리 가자고 재촉을 하셨는데, 느기적 거리면서 늦게 챙긴 것이 떠올라 죄송해서, 할머니의 차가워진 손을 제 손의 온기로 따뜻하게 해드렸습니다.

할아버지 텃밭에서 캔 고구마. 얼굴 만한 것에서 새끼손가락 만한 것까지 다양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할머니와 함께 밭으로 갔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에는 나름 고구마밭인데, 줄기는 말이 아니게, 흐물흐물 해있었습니다. 줄기가 색도 파래져서, '저기서 어떻게 고구마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민을 하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시작하는데, 캐는 곳곳마다 고구마가 그야말로 화수분처럼 나왔습니다. 여기를 캐도 고구마, 저기를 캐도 고구마…. 고구마를 심을 때에는 그냥, 심기만 했었는데, 고구마를 캐는데, 누군가가 고구마를 박아놓은 듯하게 고구마가 술술 나왔습니다.

자갈밭에서 자갈 보듯이 고구마를 여기저기서 캘 수 있었습니다. 고구마가 막 나오는데, 한 5분 정도는 그것을 보면서 정말 엄청 웃었습니다.

한 번 캘 때마다 우와! 우와! 감탄사 연발이었습니다. 농사할 때의 수확이 이런 기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신기했습니다.

제 얼굴 만한 것에서 새끼손가락 만한 것까지 크기와 질의 차이가 매우 컸습니다.

허리를 숙이고 한가지의 자세로만 캐다 보니 허리가 엄청나게 아팠습니다. 왜 농사일하시는 분들이 허리가 아프다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름대로 허리가 아프지 않고자 이렇게도 앉아보고 저렇게도 서보았는데, 결국 선택한 방법은 그냥, 풀썩 주저앉아서 일하는 것! 한 번 앉을 때마다 옷이 너무 더러워져서 한 번밖에 앉지 않았지만, 앉아서 일하는 것이 옷 더러워진다는 것만 빼면 제일 편한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는 계속 나오는 고구마가 밉기까지 해서 이제 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다 먹나, 라는 고민도 하고, 제 얼굴만 하게 큰 것은 한 솥에 넣으면 자리 차지를 모두 해서 어떻게 먹노, 라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일을 하다가 중간에 잠깐 장갑을 벗었는데, 손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손톱 밑에 흙이 들어가서 손은 정말 할머니 손 같았습니다. 쭈글쭈글해져서 할머니께서 그 모습을 보시면서, 농사일을 해서 손이 거칠어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고구마 캐기는 거의 다 마무리 짓고 나니 캔 고구마를 선별해서 넣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농사일이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단순 노동이라는데, 왜 그런지 뼈저리게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집에 왔는데, 일을 안 하다가 해서인지, 뼈의 마디마디가 아파지는 것 같습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고…. 그런데, 감기까지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고 내일 아침에 들어간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몸이 아파서, 집에 있는 것이지만, 기숙사의 원래 규칙에서 벗어나서 자유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에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허재희(유별난 첫째·http://herjaehu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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