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 못한 창원시청사 문제, 결국 발목 잡혀버린 박 시장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전 대표가 도지사로 선출되면 '도청을 마산으로 이전하고, 진주에 제2청사를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홍준표 후보가 박완수 창원시장을 누르고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도청 마산이전, 제2청사 진주 건립' 공약도 큰 몫을 하였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박완수 창원시장으로서는 경남도지사로 정치적 입지를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도청 마산 이전 문제'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창원시청 청사 위치 선정 문제가 박완수 시장의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만약, 박완수 시장이 도지사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기 전에, 통추위의 결정을 존중하여 마산이나 진해 중 한 곳으로 결정하였다면 홍준표 후보의 도청 이전 공약은 아예 나올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나서서 정치력을 발휘하여 통합 시청사 이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것이 도지사로 나아가는데, 결정적 걸림돌이 된 것입니다. 홍준표 후보는 박완수 후보의 약점을 가장 잘 파고들어 새누리당 도지사 경선의 핵심 쟁점으로 '도청 마산 이전'이라는 공약으로 돌파한 것입니다.

통합시청사 이전을 반대하던 창원지역 시의원들과 창원지역 민간단체들도 홍준표 후보의 기습적인 '도청이전 공약'에는 아무런 대응을 못하였습니다. 시청사 이전 문제처럼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찬성이나 반대의견을 내놓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지요. 어~~하는 순간에 지나가 버렸고 박완수 창원시장은 낙마한 셈입니다.

앞으로 경남도청의 마산이전이 과연 현실화 될 것인가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공약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완수 창원 시장은 통합 후 2년이 지나도록 창원 시청사 문제 해결을 위하여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했지만, 홍준표 후보는 도지사 출마와 함께 곧바로 창원 시청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내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후발 주자인 홍준표 후보가 '발상의 전환'과 발군의 '정치력'을 보여준 것입니다. 홍준표 후보가 선발 주자인 박완수 후보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정치력'의 차이였다고 보는 것이며, 홍준표 후보가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가 된 것은 바로 이런 '정치력'의 차이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뿐만 아니라 '도청 이전 문제'는 앞으로도 박완수 창원시장의 새로운 정치적 진출이나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시청사 마산이전을 요구해왔던 옛 마산 시민들이나 단체들은 "시청이나 도청 둘 중 하나는 마산으로 이전하자"고 주장할 것이 뻔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현재 판세로는 도지사 당선이 유력시되는 홍준표 후보가 도청 마산이전을 공약했기 때문에 같은 당 소속 창원시장으로서는 도지사 선거 이전에 창원 시청사 이전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거나 확정짓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무엇보다도 통합창원시 다섯 명의 국회의원들도 모두 통합창원시청사와 경남도청 이전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난 총선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공약한 '2012년 연말까지 시청사 이전 문제 확정' 약속도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도청 마산 이전과 진주 제2 청사 건립'은 타당할까요? 우선 누가 봐도 분명한 것은 도청이 마산으로 이전되면, 창원시청은 현재 자리에 그냥 남아야 합니다. 아무리 통추위가 마산, 진해를 1순위로 이전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도청 마산이전, 시청 진해 이전으로 마무리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도청, 시청이 마산, 진해로 나눠 이전되면 옛창원은 그야말로 빈껍데기만 남을 테니까요.

이미 시중에는 '도청 마산 이전' 공약을 놓고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홍준표 후보의 공약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폄훼하지만, 현실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만하면 적절한 대안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대안은 통추위의 결정대로 창원 시청을 옮겨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도청 이전 공약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되었듯이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도청과 시청을 모두 창원에 두는 것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홍준표 후보의 공약으로 시청사 이전을 반대하던 창원시민들과 시의원들이 창원에는 도청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도청, 시청이 모두 옛 창원 지역에 있으니 통합 이후 도시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시청사는 마산으로 이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통추위 결정에 따라 시청사 위치 선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창원시의회에서는 도청 이전 문제라는 새로운 쟁점까지 포함하여 시청사 이전문제를 하루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창원시청 이전 문제가 통추위 결정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신속히 결정되지 않으면 결국은 도청 마산 이전 문제가 도지사 보권 선거 이후에도 계속 지역의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시청과 도청 중에서 둘 중 하나를 마산으로 이전한다면 어떤 것을 이전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회적 혼란과 막대한 이전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창원시청을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남 도청이 옛 창원으로 이전하고 난 뒤에 마산에 있던 각종 도 단위 기관들이 끝내 대부분 창원으로 이전하였습니다.

도청이전은 도청사의 이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 기관의 이전으로 이어지고 막대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창원시청사 이전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청 이전문제가 쟁점이 되기 전보다 더 어려워진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윤기(세상읽기, 책 읽기, 사람 읽기·ymca.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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