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수능 앞둔 창원 성주사

7일 오전 성주사(창원시 성산구 천선동) 입구 주차장은 차로 가득했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성주사까지 가는 길은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사람들은 이미 이른 시각에 이 길을 지난 듯하다. 입산 통제 시기가 시작됐으므로 사람들은 대부분 절로 갔을 테다. 8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이다.

성주사 입구에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소풍을 왔다. 뛰어다니는 아이들 뒤로 펼쳐진 노랗고 붉은 산 빛깔은 이제 막바지다. 경내에 들어서기 전 넓은 뜰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동선을 그리며 뛰어다닌다. 선생님들은 나름 익숙한 구호로 흩어진 아이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아무렇게나 섞인 듯한 아이들은 곧 제 무리를 찾아간다.

경내에 들어서자 지저귀는 듯한 소란은 뚝 끊긴다. 안쪽에 있는 대웅전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만 낭랑하다. 대웅전으로 다가갈수록 목탁소리는 뚜렷해진다. 그리고 목탁소리에 묻혔던 '관세음보살' 읊조림도 들리기 시작한다. 대웅전은 이미 중년 아주머니로 가득했다. 대웅전 한쪽에 늘어선 신발을 보니 50명이 넘는다.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무릎을 굽힌다. 이마가 땅에 닿는 것에 맞춰 양쪽으로 펼쳐진 손은 손바닥이 하늘을 향한다. 다시 일어서면서 합장한다. 단순한 동작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절을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지만 얼굴에 서린 표정은 한없이 애절하며 진지하다. 대웅전 밖에서 한참 기웃거리던 아주머니 한 명은 용케 자리를 발견한다. 조심스럽게 올라가 방석 하나를 챙기고 나서 다른 사람들과 같은 동작을 되풀이한다.

일정한 박자로 이어지던 목탁소리가 짧게 여러 번 울리며 잠시 멈춘다. 목탁과 같은 박자로 이어지던 '관세음보살' 읊조림도 함께 멈춘다. 다시 시작되는 목탁소리를 신호로 스님은 불경을 읽기 시작한다. 한 박자 쉬었던 사람들은 다시 몸을 낮춘다.

수능과 전혀 상관없을 외국인이 대웅전 안을 신기한 듯 기웃거린다. 그는 많은 사람이 같은 동작으로 정성을 들이는 모습이 신기한 듯 카메라를 살짝 들이댄다. 대웅전 둘레를 돌며 열린 문마다 고개를 들이민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자세로 셔터를 누른다. 그는 플래시도 터트리지 않았다. 뭔지는 몰라도 엄숙한 표정과 동작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감이 오는 듯했다.

사람들 속에서 한 아주머니가 살짝 대웅전 밖으로 나온다. 눈에는 웬일인지 눈물이 가득하다. 뒤따라 나온 아주머니가 어깨를 어루만지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진다. 긴 시간 졸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는지, 아이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졌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른 아주머니는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그저 등과 어깨를 토닥인다. 처지가 같은 사람들은 그렇게 또 서로 위로한다. 아주머니는 겨우 손등으로 눈물을 훔친다. 그리고 다시 대웅전으로 들어간다.

   

대웅전 옆에 난 문으로 안을 살피던 중년 부부는 자리를 찾지 못하고 주변을 맴돈다. 결국, 대웅전 불상을 마주 보는 자리에서 서서 합장을 하며 허리를 굽힌다. 아내는 아쉬운 듯 대웅전 옆에 산신을 모신 법당으로 들어가 절을 올린다. 그곳도 대웅전만큼은 아니지만 절하는 사람들 행렬은 끊이지 않는다.

절에 들어오는 사람은 하나둘씩 늘어난다. 그래도 절을 나가는 사람은 드물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내는 애절한 바람으로 가득 찰 듯하다. 어쨌든 수능은 점수로 아이들을 줄 세울 것이다. 부모님은 그 순위가 아이들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이들은 그렇더라도 부모님들 정성에 순위를 매길 수는 없다. 시험 점수가 부모님이 바치는 정성과 비례하지 않겠지만 엄숙하고 비장한 의식을 막을 이유도 찾기 어렵다.

절 밖으로 나오니 오르막길 끝에서 어린이집 아이들이 줄을 맞추고 있다. 선생님 신호와 뒷걸음질에 맞춰 아이들이 내려온다. 12~13년쯤 뒤, 이 아이들 부모님도 어디에선가 간절하게 빌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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