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오동동 이야기] 예술촌-창동 함께 살아남는 법에 대하여

마산은 지금 창동예술촌이 대세입니다. 모처럼 마산 시내에 다녀오신 분들은 "요새 창동에 무신 일이 있는겨?"라고 묻곤 합니다. 사람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은 물이 흐르는 것이나, 길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골이 깊으면 물길도 따라 생기는 것이고, 사람이 많이 다니게 되면 자연스럽게 길이 나는 법입니다. 창동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 수 있는 주변 여건이 변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창원시에서 진행하는 창동예술촌 만들기 프로젝트는 요즘 한창 바람을 타는 '마을 만들기'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 지역 특성을 살려 볼거리 누릴거리를 만들고 다듬어서 사람들 발길을 모아 지역을 활성화한다는 면에서 보자면 취지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창원시에서 하는 '창동예술촌' 만들기는 창동에 남아있는 추억과 역사라는 풍성한 소재에 예술이라는 소재를 조합해서 창동의 옛 영화를 되살리는 일을 시도하게 됩니다. 제대로만 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을 많이 가진 곳이 창동입니다.

   

이번 창동예술촌을 알리는 블로거 팸투어는 지역에 사는 블로거와 타지역에 사는 블로거들을 의도적으로 다양하게 섞어서 진행했습니다. 안에서 보는 시각과 밖에서 보는 시각을 골고루 반영하고 싶은 창원시 의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여한 블로거들은 공통으로 창동이 많이 달라졌고 좋다는 느낌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칭찬 말고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과연 창동예술촌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 창동살리기를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창원시에서 지원을 하니까 이 정도 부활이 가능한 것이지 지원이 끊어지게 되더라도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다들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지역이 살아나려면 인위적인 힘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들 인지하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데 저는 창동을 살리는 일을 두고 창동이 안은 현실적인 한계와 도시 전체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의식과는 다르게 순수하게 '창동예술촌' 만을 두고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창동예술촌 팸투어를 앞두고 이런 분야에 많은 관심이 있는 어떤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음 내용은 그분과 나눈 대화를 대략 옮긴 것입니다.

   

- 창원시에서 기획하고 있는 창동예술촌 만들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창동을 살리자는데 예술촌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는 훌륭하다. 다만 방법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 방법상의 문제라면?

"창동예술촌을 만들어놓고 인위적인 홍보를 해서 알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 가장 위력이 있는 것은 입소문이다. 입소문을 활용해야 한다."

- 소문도 무조건 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맞다. 입소문의 바탕에는 실력이고 실력이 없으면 파급력이 생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우선은 창동예술촌이라는 프로젝트를 두고 창동을 살린다 만다는 싹 빼버리고 오로지 '창동예술촌' 이라는 것에 올인해야 한다."

- 올인한다는 의미는?

"말 그대로다. 공무원이 나서서 이러쿵저러쿵 관여를 하게 되면 우선 전시 효과는 있겠지만 예술촌으로 성장하는 것은 어렵다. 관이 직접 나서서 예술촌을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공무원은 배후에 있고 예술인을 키울 수 있는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 이 기획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주신다면?

"대한민국 공무원은 최고급 엘리트다. 물론 공무원이 나서서 직접 할 수도 있겠지만 전문인을 앞세우고 전문인을 관리하는 쪽으로 업무 형태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가난하지만 능력 있는 예술가들을 키워라. 그 일을 에이전시에 맡기는 것이다. 창동에 가면 전도유망한 예술가들이 많더라. 창동에 가면 훌륭한 작품을 마음껏 구경할 수가 있다. 이런 입소문이 나면 창동은 저절로 살아나게 될 것이다. 창동에서 활약하는 작가가 유명해지면 창동도 저절로 유명해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인가?

"미국에서도 그런 사례는 있다. 허름한 상가를 공짜로 빌려주고 마음껏 작업을 하게 하고 그 작가가 명성을 얻으면서 그 지역 전체가 유명해진 경우가 그렇다. 창동예술촌에서 전국대회도 개최하고 해서 작가들을 키우는 일을 해야 한다."

- 그러기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공무원들의 마인드와 입주 예술인들의 기량이다. 두 가지가 맞아떨어진다면 창동예술촌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 양보다 질이라는 말은 이 경우에도 아주 중요하다.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예술적인 안목도 상당한 수준이 되었다. 눈요깃거리를 전시해놓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기량을 바탕으로 하는 자생력이 예술촌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이 대화를 읽으시는 분들 가운데는 고개를 끄덕이는 분도 있을 거고, 이론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하기에는 너무 거창한 게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어떤 쪽이 더 옳고 그른지를 떠나 창동예술촌을 두고 한 번쯤은 새겨볼 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창동예술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팸투어를 하면서 만나본 예술인들 가운데는 역량과 열정을 가지고 계시는 분도 많았지만, 적당히 간판만 내 걸고 있거나 문을 닫은 곳도 눈에 띄었습니다.

열악한 지원에 대한 불만도 있었고 불안정한 수입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제 생각이긴 하지만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예술을 열심히 잘하겠다 이런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자신의 기량을 다듬어가면서 작품 세계를 완성해나갈 수 있는 열정과 끼가 예술인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겠지요. 일단 시작은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시 지원이 끊어지는 2년 후에는 창동예술촌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궁금합니다.

/블로거 달그리메(dalgrim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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