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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키운 '진품' 흑돼지…지리산에 살어리랏다

[경남맛집] 함양 안의면 '지리산 명가'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2년 11월 07일 수요일

함양군 안의면. 지금이야 함양군에 부속된 면지역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안의면을 비롯 서하면·서상면, 거창군 마리면·위천면·북상면 일대는 '안의현'으로 통했다. 안의면은 지리산과 소백산을 낀 산세 속에 분지 형태로 자리 잡아 농지도 많고, 물과 공기가 맑아 사람 살기 좋았다.

자연환경도 뛰어난 덕에 인구도 넉넉했고 학식이 뛰어난 인물이 많이 배출됐다. 대표적인 사람이 영남학파 거두인 일두 정여창이다. 안의현은 또 조선조 유명한 선비들이 현감을 많이 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연암 박지원이 그 중 한 사람이다.

안의면 사람들은 높은 학맥을 바탕으로 한 정신적 자부심이 무척 강하다. 나아가 일제강점기 안의면·서상면·서하면이 함양군에 통합되고, 마리면·위천면·북상면 일대가 거창군에 복속되면서 옛 명성과 위세를 잃었다는 데 마음 아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의인들은 기질이 억세고 강건하며, 한번 한다고 하면 꼭 하고야 마는 품성을 지녔다. "안의 송장 하나가 함양 열 당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뛰어난 유학자들이 대거 탄생하고 또 거쳐간 안의면에는 이들 업적을 받들고 이어나가고자 '안의향교 충효교육관'이 들어서 있다. 안의면 내 각종 행사 및 교육, 세미나 등이 진행되는 이곳 1층에 오늘 소개할 음식점 '지리산 명가'가 자리 잡고 있다.

   

   
  '지리산 명가' 정춘식 대표가 직접 키우고 가꾸는 형형색색 화초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어 눈 또한 즐겁게 만든다.  

돼지고기의 고급화를 이끈 선두주자이기도 한 흑돼지는 우리나라 전체 양돈 시장의 2%도 되지 않는 귀한 식재료다. 지리산 자락에는 이러한 흑돼지가 60% 이상 자라고 있다. 함양을 비롯한 전라북도 남원, 곡성 일대는 흑돼지를 이용한 음식이 많다.'지리산 명가'(대표 정춘식)는 '지리산 흑돼지'를 이용한 요리를 주로 한다. '지리산 흑돼지'는 함양 지역 특산물이다.

이런 이유로 '지리산 명가'가 흑돼지를 이용한 음식을 만들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대표 메뉴로는 '흑돼지 삼겹살'과 '뼈해장국'이 있다.

먼저 지리산 명가가 자랑하는 '뼈해장국'을 주문했다. 안의면 내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다는데, 매일 200인분을 준비하면 평소 150인분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닷새마다 안의장이 들어서면 200인분도 모자랄 정도로 인기다.

   
  1인분에 6000원 하는 뼈해장국은 한눈에 봐도 푸짐한 등뼈가 인상적이다.  

한 눈에 봐도 푸짐한 등뼈가 인상적이다. 인원 수에 맞춰 넓은 볼에 담겨 나오는데, 한 사람당 3~4개씩 담아낸단다. 4인 기준으로 하면 12개에서 16개 사이다. 여기에 함양 특산물인 느타리버섯을 비롯 팽이버섯, 파, 양파, 깻잎, 콩나물, 시래기에 잔잔히 육수가 받쳐진다.

시원 깔끔한 육수는 100% 돼지 사골로 우려낸다. 돼지 사골은 금방 잡은 것 아니면 도축한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것만 쓰기 때문에 신선하다.

육수에는 사골과 함께 무, 생강, 파뿌리, 양파, 대파만이 들어간다. 이들 재료를 넣고 꼬박 하루를 끓여 낸다. 등뼈는 세 시간 동안 삶아 기름기 등 불순물을 제거한 뒤 육수 및 각종 야채, 양념장과 함께 손님 상에 나간다.

뼈 마디마디 그득한 살코기들이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기름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한 번, 손님 상에서 한 번 모두 두 번 끓여져 전체적으로 살이 부드럽고 포실포실한 것이 젓가락을 살짝만 갖다대도 잘 발라져 나온다. 별다른 조미료 없이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만든 양념으로만 맛을 내 믿고 먹을 수 있다.

육수에서는 살짝 단맛이 도는데, 먹어 보면 인공조미료가 아닌 야채를 충분히 끓여내 만든 천연 단맛임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이런 뼈해장국이 1인분에 6000원. 밥 한공기, 그리고 기호에 상관없이 라면 사리를 하나씩 제공하니 적은 돈으로도 푸짐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뼈 해장국 육수가 가진 깊고 시원한 맛을 충분히 느끼려면 라면 사리는 빼고 먹는 것이 좋다.

함양 사람들은 워낙 질 좋은 돼지 고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외지에 나가 돼지고기를 먹으면 "입 베렸다"고 툴툴거리기 일쑤란다. 이를 증명하듯 지리산 명가의 흑돼지 삼겹살은 그야말로 명품이다. 두툼한 껍데기를 자세히 보면 미처 다 제거하지 못한 돼지털이 보이는데, 육안으로 봐도 검은 것이 진품 흑돼지임을 알 수 있다.

   
   
  흑돼지 삼겹살과 뼈해장국은 쫀득쫀득 살코기와 돼지 특유의 구수한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삼겹살은 껍데기가 붙은 미삼(오겹살) 형태로 나온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껍데기는 그 두께가 두꺼워 고소한 감칠맛이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껍데기 아래에 붙은 비곗살도 여느 살코기 못지 않게 조직이 단단하다. 오독오독 씹히는 껍데기의 질감과, 쫀득쫀득한 비계와 살코기가 돼지 특유의 구수한 맛을 깊고 충분히 느낄 수 있게끔 해준다.

지리산 명가가 이렇게 질 좋은 고기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정육점을 겸하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는 정춘식 사장 조카인 정강익 씨가 도맡아 손질한다. 조카 정 씨는 어려서부터 돼지를 선별하는 일과 정육을 해 온 터라, 좋은 고기를 고르는 데 여간 깐간한 것이 아니다.

음식에 들어가는 각종 채소는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매일 함양장이나 거창장, 멀게는 남원 인월장, 운봉장까지 가서 눈으로 직접 신선도를 판별해 사 들여온다. 비단 입으로 즐기는 맛뿐만이 아니다. 가게 안에는 정춘식 대표가 직접 키우고 가꾸는 형형색색 화초들이 창틀 빼곡히, 벽면 여기저기를 장식하고 있어 눈 또한 즐겁게 만든다.

힘든 농사일과 언제나 빠듯한 농촌 살림에 이런 좋은 음식을 내놓는 음식점은 어쩌면 지역의 보물이다. 많은 사람이 이 집 음식을 믿고 찾는 이유가 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흑돼지 삼겹살 1인분 8000원 △흑돼지 모듬(삼겹, 목살, 항정) 1인분 9000원 △뼈해장국 1인분 6000원 △냉면 6000원 △공깃밥 1000원.

◇위치: 함양군 안의면 당본리 5(우체국 뒤, 화목빌라 앞). 055-962-9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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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