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 창동에서 '콩국' 장사하는 박미영 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평안안과 맞은 편. 개조한 1톤 트럭에 커다랗게 '콩국'이라는 글씨가 붙어있다. 원래 이 자리에서 십수년을 장사하던 아저씨가 있었다. 지금은 박미영(46) 씨가 햇수로 4년째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왜 콩국을 팔게 되었냐고요? 제가 콩국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내사랑 콩국 = 11살 무렵 거창에서 창원으로 이사온 박 씨는 15살쯤 사촌 오빠가 사다준 콩국을 처음 맛봤다.

"그때 이렇게 맛있는 게 있었나 싶었죠. 그러고는 그 음식 이름도 모르고 살아왔어요. 그런데, 6~7년 전에 제가 몸이 좀 아플 때였어요. 우리 남편이 '따뜻한 콩국 한번 먹어 볼래'하며 사왔는데 글쎄 30여 년 전에 먹었던 그 맛인 거예요. 그때부터 2년동안 매일같이 이 자리에 콩국을 먹으러 왔어요."

박 씨는 '자연식'을 좋아했다. 기존에 장사를 하던 아저씨가 건강상 문제로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자 평소 콩국을 좋아했던 박 씨가 장사를 잇기로 한 것이다.

   

◇콩국은 '친절'을 싣고 = 인터뷰를 하던 30여분 사이에 족히 20그릇은 팔았다. 한 그릇에 2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은 구매력을 높인다. 손님들은 한 그릇은 먹고 한 그릇은 포장해 가는 손님이 많았다.

"하루 120~130 그릇 정도 파는 것 같아요. 겨울이 되면 하루에 200그릇 팔때도 있고요. 100% 국내산 콩을 써서 사람들이 맛있어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정작 장사가 잘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박 씨는 모든 손님에게 '말벗'이었다. 한 사람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요즘 사업은 잘되는지, 아이는 잘 크고 있나 등 이야기를 나눈다. 그저 주거니 받거니 소소한 일상적인 대화일 법하지만, 박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은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다.

"저한테 오는 손님 99%는 다 파악하고 있어요. 간을 어떻게 맞추는지, 혹은 어떤 일을 하시는지. 저 나름대로 소통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재밌기도 하고요."

밝은 표정과 웃음은 기본이다. '착한 가격'과 '든든함'과 박 씨의 '친절'까지 더해 장사는 잘되지 않을 수가 없다.

박 씨는 바로 옆 2층에 점포를 얻었다. 그곳에 재료를 갖다 놓고, 직접 만든다. 청결을 위해서다. 아무리 길거리 음식이라지만 '깨끗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점포에는 화장실도 있어 손님들이 급할 때(?) 사용할 수도 있다.

◇긍정과 열정사이 = 박미영 씨는 1년 중 11개월을 쉬지 않고 장사를 한다.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새벽 4시까지 한결같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장사가 잘 된다고 했다. 장사가 잘되지 않는 8월은 '통째로' 휴가란다.

"여름엔 더우니까 장사도 잘 안되고요. 저도 좀 쉬어야지요. 그래서 남편이랑 둘이 떠납니다. 제가 여행을 좋아하거든요. 주로 배낭여행을 가요. 울릉도, 독도도 다녀왔고요. 강원도에서 돌아다니다가 길거리에서 자보기도 하고요. 정말 재밌어요."

박 씨 말에서 여유와 부러움이 느껴졌다. 그것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에서 비롯한 것만은 아니었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인 박 씨. 비결은 무엇일까.

"제가 맏이인데요. 18살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는 30살 때 돌아가셨고요.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다보니까 경제적으로 집안 상황이 좋지 않았죠. 하지만 그 덕에 생활력이 강해진 것 같아요. 또 '이왕이면 좋게 좋게'라는 생각을 하다보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박 씨에게서 뿜어나는 '긍정 에너지'는 올겨울 동장군 심술도 녹여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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