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구니·횡격막 등 탈장, 방치할 경우 '괴사' 유발

인간을 흔히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그것은 인간이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두뇌를 가졌고 복잡한 도구를 사용하며 문명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직립 보행을 함으로써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다. 두 손으로 도구를 사용해 눈부신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직립 보행의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직립 보행에 따른 대가는 바로 척추질환, 치핵, 하지 정맥류, 탈장 등의 질환이다. 척추질환은 신경외과, 정형외과에서 다루고 있으며 외과 영역에서는 치핵, 하지 정맥류, 탈장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탈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탈장이란 말은 복부장기 중 일부가 원래 위치에서 벗어났다는 뜻이다. 탈장에는 사타구니(서혜부) 탈장이 가장 흔하고, 이전 수술 상처에 발생한 절개 탈장, 신생아나 간질환 환자에서 발생하는 배꼽 탈장, 횡격막 탈장 등이 있다.

탈장은 평상시 또는 기립 상태, 배에 힘을 주었을 때 등 복압이 증가한 상태에서 무엇인가 불룩 튀어나오는 증상이다. 대부분은 환자 자신이 진단을 해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사로서는 참 편한 질환이라 생각한다.

탈장은 무엇인가 튀어나오는 증상만 있을 뿐 통증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내버려두는 일도 있다. 심지어 몇십 년 동안 탈장대를 차고 지내는 노인들도 가끔 외래 방문을 한다. 간혹 내버려둘 경우 탈장된 장이 괴사를 일으켜 큰 수술을 해야 하는 일도 있다. 그래서 탈장이 의심될 때는 꼭 병원을 방문하여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대부분 사타구니 탈장은 보통 남성에게 잘 발생한다(사타구니 혈관 탈장은 여성에게 많다). 신생아 때 진단되어 수술적 치료를 받는 일도 있고,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쇠퇴해 진단되는 일도 있다.

사타구니 탈장은 육안이나 간단한 초음파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성인의 경우 수술 시간은 1시간 이내이고, 국소 마취, 척추 마취, 전신 마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술할 수 있다. 3일 정도 입원 기간이 필요하고, 1주일이면 정상 사회 복귀가 가능하다. 소아는 수술 시간이 30분 이내이며 전신 마취와 하루 정도 입원 기간이 필요하다.

소아의 경우 탈장구를 단순 폐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술이 된다. 그러나 성인은 좀 더 복잡한 수술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탈장구를 인근 조직을 이용해 폐쇄하는 긴장 수술을 시행했다. 그 때문에 환자의 통증이나 재발의 확률이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탈장구를 인공막을 이용해 폐쇄하는 무긴장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절개 방법을 이용하거나 내시경을 이용한 탈장 수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사타구니 탈장은 가족들조차 질환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본인 의지가 없으면 병원 방문이 어렵다. 사타구니 탈장이 의심된다면 지금이라도 망설이지 말고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길 권한다.

/창원파티마병원 외과 윤경진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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