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박은생(34)·오경욱(37)

박은생(34·사진 왼쪽)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늘 친절하고 애교 넘치는 사람이다. 게다가 또래보다 어려보인다. 그가 유치원 교사가 됐을 때 주변 사람들은 참 어울리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여겼다.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이 자기 친구 중에 괜찮은 사람이 있다고 소개해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선생님 2명과 함께 3대 3 미팅 자리를 마련했지요."

2004년 6월 부산 서면에 있는 한 삼겹살집에서 남자 셋, 여자 셋이 만났다. 오경욱(37) 씨는 그때 나온 남자 셋 중 한 명이다.

"일단 여럿이서 만나니까 크게 어색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분위기는 별로였지요. 고기 굽는 소리 때문에 무슨 얘기를 해도 잘 들리지도 않았고, 그래서 서로 다른 얘기 했던 것 같아요."

남자 셋, 여자 셋은 따로 짝을 정하지는 않았다. 그냥 편하게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적당한 시간이 되자 헤어진다. 그때 은생 씨는 경욱 씨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은생 씨는 흔한 '접대용 멘트'라고 기억하는 안부 인사였다.

"다른 2명에게는 별로 마음이 없었어요. 그중에서는 남편이 괜찮더라고요. 남편도 저한테만 문자를 보냈다고 하던데요."

   

물론 확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쨌든 은생 씨와 경욱 씨는 서로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그리고 며칠 동안 안부를 전하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은생 씨는 경욱 씨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문자만 주고받다가 전화가 왔어요. 그러더니 '곰 한 마리 키워라'라고 하더라고요."

은생 씨는 느닷없이 웬 곰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누가 들어도 사귀자는 말을 정말 곰을 한 마리 기르라는 말로 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그 말이 사귀자는 말이라는 것을 해석해냈다. 모든 유치원 선생님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은생 씨는 아이들을 좀 닮은 면이 있다.

곰을 키우기로 결정하고 나서 다시 만난 두 사람. 그러니까 두 번째 만난 경욱 씨와 은생 씨는 피자를 먹으러 갔다. 은생 씨는 즐겨 먹던 고구마 들어가는 피자를 주문했다. 경욱 씨는 마치 굶은 사람처럼 피자를 맛있게 먹었다. 은생 씨는 같은 것을 좋아하는가 싶어 보기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경욱 씨 속사정은 달랐다.

"나중에 알았는데 고구마 들어가는 피자를 정말 싫어한다고 하더라고요. 억지로 맛있게 먹었다더군요. 그냥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요. 어쨌든 그때부터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게 됐죠."

만 5년 동안 데이트는 평범했다. 주로 시내에서 만났고 저녁을 함께 먹곤 했다. 그리고 은생 씨는 일찍 집에 들어갔다. 특별한 일이 생길 시간이 별로 없었던 셈이다. 물론 은생 씨가 집에 일찍 들어간 것은 엄한 부모님 탓도 있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수면시간이었다.

"제가 잠이 많아서 밤 10시 정도면 자야 해요. 그러니까 어디서 늦게까지 놀지를 못해요. 밥 먹고 얘기 조금 하면 금방 10시가 되거든요. 그러면 자러 들어가야 해요. 어쨌든 그래서 5년 동안 사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은생 씨는 어렸을 때부터 한 사람 만나면 그 사람과 계속 만나고, 그러다 보면 결혼하는가 보다 생각했다고 한다. 만나는 사람은 경욱 씨였고, 은생 씨는 자연스럽게 결혼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경욱 씨도 은생 씨와 함께라면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5년 연애 뒤 프러포즈까지 가는 것은 자연스러웠고 당연했다. 그런데 이 부부, 서로 기억하는 프러포즈 시점이 다르다.

"남편이 발목에 차는 발찌를 사줬어요. 저는 그때 프러포즈라고 생각했는데 뒤에 남편이 목걸이·귀걸이 세트를 사준 적이 있거든요. 남편은 그때가 프러포즈였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저는 풍선도 막 날아가고 꽃도 받는 그런 이벤트를 생각했는데 그런 것은 없었어요."

2009년 6월 결혼한 은생 씨와 경욱 씨는 부산 사하구에 집을 얻었다. 지금은 1남 1녀를 키우고 있다. 은생 씨는 다니던 유치원을 결혼하면서 그만뒀다. 경욱 씨는 사회복지사 일을 하고 있다. 은생 씨는 자신에게 잘 맞춰주고 싸울 때마다 먼저 사과하는 경욱 씨가 고맙다.

"남편 혼자 일해서 아이들이 크면 풍족하게 뭘 못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상처받지 말고 밝게 잘 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항상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남편이 고마워요."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