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꽃 같은 듯 다른 '씨앗'…싹 틔울 물과 흙 부족

인구와 자본의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역 불균형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이는 문화예술분야도 마찬가지. 현재 도서관·미술관·박물관·공연장 등 주요 문화시설과 인력 5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문화산업의 경우에도 자본·시설·콘텐츠 90% 이상이 수도권에 있어 지역문화 현실은 어려운 형편이다.

이렇게 문화 자원이 지나치게 수도권에 편중됨에 따라 지역 간 문화격차는 심화되고,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기본적인 문화적 욕구조차 지역 내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역주민들의 서울 이주에 또 하나의 요인이 되어왔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가운데 현 19대 국회에서 '지역문화진흥법'이 지난 6월 새누리당 이병석, 8월 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두 건이나 입법 발의됐다. 두 법안은 서로 같은 듯 달라 국회 내에서도 다양한 논의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어 어느 때보다 관련 법 통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역 문화 균형과 다양성 추구 = 이 두 법안은 전체적으로 지역 간 문화 불균형을 바로잡고 다양성을 추구하자는데 있어서는 이견이 없다.

두 법안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하여금 매 5년마다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을 수립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문화예술인·단체 지원 △지역문화시설 확충 △농산어촌 등 문화환경 취약지역과 문화소외계층 지원 △문화예술·문화산업·관광·전통 등 다양한 분야별로 문화도시 지정 △지역문화진흥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지역문화재단 설립 등이 공통적으로 제시돼 있다. 이들 내용은 대부분 국가 또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지역 내 문화예술 지원책을 마련하는 거시적 관점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더불어 두 안 모두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선언적 규정에 그치지 않고, 재정적 뒷받침에 대한 실질적 방안을 논하고 있는 점이 매우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생활문화, 지역문화 실태조사 등 세부적 차이 보여 = 다만 세부적으로는 이병석 의원안이 '생활문화조성과 지역문화유산 보존'을 규정해 강조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위치시킨다면, 도종환 의원안은 '창조성, 삶의 질 향상'이라는 포괄적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두 법안에는 미미한 차이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두 법률안 내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시행 조항에서 이병석 의원은 생활문화, 전문인력양성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면서도 지역문화실태조사는 별도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도종환 의원은 지역문화 현황 및 실태조사를 기본계획에 포함시키면서, 더 나아가 기본계획 지정 계획에 대한 명시와 함께 평가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병석 의원 안에는 도종환 의원안과 달리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별도 기관 지정 및 지원을 법적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더불어 지역문화정책역량 강화를 위한 지역 대학, 관련 단체 자문 사업단 지정과 이에 대한 예산 지원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반면, 도종환 의원안은 중앙정부 산하에 지역문화진흥원을 설립해 운영할 것을 규정하면서 진흥원을 통해 지역문화인력 발굴, 양성을 제안하고 있다. 더불어 지역문화협력위원회를 두어 지역간 교류, 기본계획 수립과 시행·평가 기능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도종환 의원안에는 이병석 의원안에는 없는 문화예술인 및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지원근거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법안은 문화예술인 및 단체에 보조금 지급과 국·공유 재산 무상대여 및 우선 사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독자 규정해 뒀다.

도종환 의원안은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지구를 지역문화진흥법안으로 이관해 관리를 일원화함으로써 지역문화진흥을 지역에서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두 법안은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대안 모색'이라는 궁극적인 문제의식에 기반을 둔 점에서 근본적인 추구 내용 차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성공적인 입법 필요하지만, 실효는 글쎄 = 이번 두 법안을 비교 검토한 유승희 의원(민주통합당)은 "이 법안들의 성공적인 입법을 위해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지역 문화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지역문화진흥을 위해 지역과 중앙이 권한과 책임을 놓고 다투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도종환 의원 안이 제안하는 지역문화협력위원회 경우, 현재 전국문화재단연합회와 한국문예회관연합회 등이 실질적인 지역문화정책 실천과 네트워크를 모색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이들 기단체 및 기관 등과 협력관계를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 법안에 대해 도내 한 문화예술인은 "이들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된 것이 반갑기는 하지만, 내용을 보면 지역 문화재단 같은 새로운 기관을 만들면 지역문화소외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다"면서 "이들 기관들이 지역문화 발전과 예술 창작 활성화를 옥죄는 또하나의 옥상옥으로 기능하지 않도록 하는 세부적인 기능 정립에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내 문화예술계 인사는 "이들 법안이 시행되면 중앙·지역을 막론하고 행정력 과부하가 우려된다"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단계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 인사는 이어 "이들 법안을 보면 시민을 위한 것인지, 지역문화예술인을 위한 것인지, 지방정부를 위한 것인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면서 "법률이 시행된 후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이 결과의 수준에 대한 합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후 또 다른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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