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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선홍빛 유혹…몸도 마음도 발그레

[경남맛집] 진주시 칠암동 '참치예찬'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연분홍 빛 속살에 하얀 눈이 내렸다. 입에 넣자 씹기도 전에 녹아 사라졌다. 살점에서 그득 배어 나온 기름기는 비린듯 고소했다. 입술 주변이 맨질맨질 빛이 나는 느낌이다. 지방질이 차지고 여물다. 가늘지만 질긴 힘줄이 씹는 맛을 더한다. 단 한 점 맛봤는데도 태평양 바다를 힘차게 누비는 생기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평소에 참치 좀 드셔보셨어요?", "아니요, 오래 전에 딱 한 번. 무한리필해 주는 데서…. 나머지는 싸구려 기름치에 김을 싸서 먹어 본 정도."

"하하, 그때 맛을 기억하면 지금 먹은 참치는 뭔가 달라도 다를 겁니다."

정말이다. 많이 다르다. 서걱서걱 얼린 비계 씹는 기분이 아닌 오독도독 씹히며 입에 착 달라붙는 맛. 순간 '참치'란 이런 것이구나 싶은 생각에 무릎을 탁 쳤다.

참치 신출내기인 기자에게 자상한 선생님처럼 한 점 한 점 맛을 음미하는 법을 알려주는 '참치예찬' 허진호 사장. 허 사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오랜 음식 수련을 끝내고 지난 2010년 5월말 진주 칠암동에 가게를 열었다.

   
  한국·일본을 오가며 수련한 허진호 사장. 뛰어난 요리 내공을 가진 그는 참치 전공만 8년 째다.  

"대개 참치 하면 오도로(대뱃살)가 맛이 최고라고들 하는데 맞나요?" 자리에 앉자마자 편견 가득한 질문을 던졌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오도로가 지방질이 많고 비싸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오히려 느끼하다고 즐겨 먹지 않는 부위가 오도로이기도 해요."

참치예찬은 참다랑어와 눈다랑어, 황새치를 주로 쓴다. 모두 다랑어계에서는 고급으로 치는 어종이다. 가격이 비싼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웬걸. 메뉴판을 보니 가장 저렴한 코스 1인분이 2만 5000원이다.

"요즘에 다른 참치집 가면 이런 가격 보기 드물어요. 최근 들어 다들 조금씩 올렸는데, 우리는 아직 안 올렸어요. 싸다고 기사 나가면 올릴 수나 있으려나…. 허허." 동글동글 인상 좋은 허진호 사장은 진주 토박이다. 대학은 요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대 기계과를 졸업했다. 요리계에 발을 들인 사연이 궁금했다. "대학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해 어학을 공부했어요. 거기서 지인 소개로 시부야 내 한 이자카야(선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죠. 처음에는 설거지부터 시작했는데, 얼마 안 가 우연한 기회로 주방 보조가 돼버렸어요. 또 보조를 하다가 1년 만에 주방장이 되고요. 이렇게 요리를 계속하게 됐죠."

본격적으로 참치를 전문으로 하게 된 것은 한국으로 돌아와서였다. 어느 날 한 지인 소개로 경기도 용인의 한 참치전문점에서 일하게 됐는데, 이때부터 도제식으로 참치 요리를 만들게 됐다. 참치만 전공으로 삼은 것은 8년이 넘어간다.

40대 후반~50대 연령층이 주 고객인 참치예찬.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사람들은 이 가운데서도 코스메뉴 미(味·1인당 3만 원)를 가장 선호한다.

   
  참치 '머릿살' 모둠.  
   
  눈살(맨 왼쪽).  

먼저 푸짐한 밑반찬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참치죽, 새우·참소라 버터구이, 은행구이, 샐러드, 미소된장국, 생마늘종이 나오면 손님 먹는 속도에 따라 생선구이, 튀김 등 모두 8~9가지 음식이 이어진다.

이어 눈다랑어 아카미(속살)와 황새치 목살을 얹은 초밥이 4개 나온다. 보기만 해도 배부를 것 같이 알이 굵어 먹음직스럽다. 밥에 뿌려진 촛물이 약간 강하게 밴 듯하지만, 참치가 이를 달큰하게 감아안는다.

초밥으로 입가심을 하고 나면 회가 준비된다. 참치는 부산에서 들여온다. 대부분 태평양 원양산이라고 보면 된다. "참치의 생명은 세 가지입니다. 신선한 물건, 해동 그리고 숙성입니다. 물건을 자주 보러 가지는 못하지만, 한 번 가면 수산회사 창고에 있는 참치란 참치는 죄다 꺼내서 좋은 물건을 골라옵니다. 배달돼 들어오는 것도 마음에 안 들면 돌려보내는 것도 부지기수고요."

해동은 소금을 쓴다. "해동에도 유수법 등 요리사마다 저마다 방법이 있는데, 저는 미지근한 소금물에 참치를 녹이는 방법을 주로 씁니다. 삼투압 효과로 참치에 성에도 안 끼고 부드러운 맛이 잘 살기 때문입니다. 염도도 요리사마다 다 다른데, 저는 대개 4% 미만으로 주로 합니다."

숙성 정도는 부위마다 다르다. 부위별 숙성 시간을 잘 지키는 것이 참치 맛의 핵심이다. "해동 후 숙성이 참치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바로 녹여 먹으면 육질에 냉기가 남아 있어 향은 물론, 씹는 맛을 충분히 즐기기 어렵죠. 어떤 부위는 먼저 냉장고에 넣고 나중에 빼야 하고, 어떤 부위는 나중에 넣고 먼저 빼야 하는 등 다 다릅니다."

   
  코스 애(愛) 기본.  

황새치 뱃살은 기름기도 적당히 밴 것이 씹히는 맛도 있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다. 참다랑어 목살과 눈다랑어 뱃살 역시 기름기가 적당히 밴 부위다. 고추냉이를 담뿍 올린 후 간장에 찍어 먹거나 초절임을 곁들이면 한층 맛이 산다.

그 다음 머릿살이 나온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는 참치 머리는 대개 버리는게 상식. 하지만 유독 우리만 머리까지 발골해 회나 조림을 만든단다.

머릿살로는 이마살, 볼살, 눈살, 턱 안살 등 네 가지 주요 부위가 나온다. 대체로 붉고 기름기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흡사 모양도 씹는 질감도 소고기 육회와 같아 기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배가 된다. 특히 눈을 덮고 있는 근육인 눈살이 맛이 독특한 편인데, 단단한 육질 위로 신경다발을 뒤덮은 지방질이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오묘한 맛을 낸다.

   
  모던함과 심플함이 묻어나는 인테리어와 올드 팝, 옛날 가요가 흐르는 '참치예찬'은 멋스런 분위기에 반해 자꾸 찾게 되는 매력적인 곳이다.  

일본 냄새가 약간 나지만, 모던함과 심플함이 강조된 독특한 인테리어. 참치와 어울리지 않을 듯하면서도 오묘하게 어울리는 올드 팝과 옛날 가요까지…. 맛은 물론, 멋 또한 흘러넘치는 아늑한 분위기 속에 수더분한 요리사와 정담을 나누며 좋은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것 같은 매력적인 곳이 바로 참치예찬이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코스 1인당 본(本) 2만 5000원, 미(味) 3만 원, 애(愛) 5만 원, 찬(讚) 7만 원, 스페셜(特) 시가. △단품 한 접시 5만 원, 특접시 7만 원. △사이드 초밥 2만 원 △모둠튀김 1만 5000원.

◇위치: 진주시 칠암동 488-17번지 1층. 055-743-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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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