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및 개천절을 낀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외국여행 계획을 세우고 여행 파트너를 구했다. 파트너는 미국에 이민 간 친구로 우리는 9일간 라오스행을 결심했다. 부산에서 출발해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를 예매했다. 왜 라오스가 아닌 방콕이냐면 예산상의 문제였다.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초저예산' 여행이 목표였으며 최대한 호화가 아닌 최대한 현지화된 여행이었다.

출국 당일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9월 29일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나는 친구가 늦어진다는 소식에 올 때까지 카운터 근처에 쪼그려 앉아 사람들이 체크인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혹시 표가 없으면 어쩌나 마음이 급해져 홀로 체크인을 하는 사이 친구가 왔고, 카운터 직원은 둘이 앉으라고 좋은 자리를 줬다. 손에 든 티켓 2장을 보니 내가 끊은 일반석이 아닌 비즈니스석 티켓이었다.

4시간의 비행과 3시간의 환승 대기, 그리고 또 2시간의 비행으로 방콕에 도착했을 땐 이미 오후 6시. 방콕에서 라오스 인접 국경인 농카이로 가는 교통편 정보를 얻기 위해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았다. 시내 기차역으로 이동 후 기차를 타는 방법과 공항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밤 버스를 타는 방법이 있었다. 기차에 좌석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전화밖에 없고, 남은 시간이 1시간 정도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친구와 함께였기에, 혹여 기차표가 없어 허탕치면 이미 장시간 비행으로 지친 친구가 라오스 도착도 전에 진이 빠질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버스표를 파는 카운터로 찾아갔다. 하지만 직원 한 명이 표 끊는 곳이 다른 데라며 자신이 함께 가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알려준 금액보다 더 비싼 금액을 제시했다. 우리는 동행을 거부했으나 막무가내였다. 버스 출발이 9시인데, 8시가 되기도 전에 자꾸 티켓 오피스에 가자고 하며 우리를 억지로(?) 데려가려고 했다. 우리는 여기에 있다가 나중에 따로 가겠다고 했지만 그는 지금 당장 가야 표를 살 수 있다며 끌고 갔다.

알고보니 그 직원은 티켓 오피스가 8시에 문을 닫는다는 것을 알았고, 자신도 퇴근하고자 그 버스 정류소로 가야 하는 길이었기에 우리를 데려다 준 것이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알려준 가격이 오래 전 것이었기에 가격 변동도 당연했다. 게다가 자리도 딱 3자리 남아 있었는데, 그 직원이 아니었다면 하마터면 버스를 타지도 못할 뻔했다.

버스에 올라 잠을 청하고자 눈을 감으며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났다.

   

친구 때문에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시작한 여행. 그러나 친구 덕분에 평소 탈 수 없었던 좋은 자리를 얻었다. 기차를 너무 타고 싶었지만 친구를 생각해서 이를 포기하고 밤 버스 타는 길을 택해야만 했다. 혼자였으면 생기지 않았을 변수가 함께이기에 생겨날 수 있었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일부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내 옆에 힘이 되고 의지가 되어 주는 여행 파트너가 항상 있기에 마음만은 그 어느 여행보다도 든든하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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