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아파트 쓰레기 분리 배출

#1.

양복을 입은 30대 남성이 비닐봉지를 들고 나온다. 반투명한 봉투 밖으로 온갖 색이 섞인 불결한 내용물이 살짝 비친다. 음식물 쓰레기다. 남자는 현관을 나서며 아내가 내미는 봉투를 멀찌감치 손을 내밀며 받았을 테다. 봉투를 몸에서 최대한 멀게 든 남자는 음식물 쓰레기만 담는 통 앞에 선다. 그리고 다시 최대한 멀게 손끝으로 뚜껑을 연다. 이미 채워진 음식물을 본 남자는 그 모양새와 냄새 때문에 얼굴을 잔뜩 찌푸린다. 그리고 봉투 끝을 최대한 조금만 쥔 채 통 위에서 뒤집는다. 음식물 쓰레기가 쏟아지고 남자는 두 번 정도 봉투를 위아래로 흔든다. 찌푸린 얼굴을 좀처럼 펴지 못한다. 돌아서는 남자는 손끝을 살짝 코에 대서 확인하고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2.

재활용 쓰레기는 △페트 △플라스틱 △비닐 △캔 △유리병 등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요구르트병은 또 따로 모은다.

제법 큰 봉투에 각종 쓰레기를 담아 온 중년 아주머니 한 분이 분리 수거대 앞에 섰다. 그리고 능숙하게 쓰레기를 분류하기 시작한다. 양이 만만찮은 쓰레기는 불과 1~2분 사이에 제자리를 찾아간다. 봉투를 툭툭 털고 아주머니는 성큼성큼 집으로 향한다.

   

#3.

젊은 여성 한 명이 분리를 시작한다. 앞서 아주머니보다 분류 작업은 훨씬 더디다. 그는 플라스틱 우유병을 '페트'와 '플라스틱' 중 어디로 넣어야 할지 계속 헷갈리는 듯하다. 플라스틱 우유병에 적힌 분리 배출 기호를 확인하고 잠시 주저하다가 '페트' 쪽으로 던진다. 그는 또 떠먹는 요구르트 용기를 들고도 망설였다. 플라스틱인지 요구르트로 가야 하는지 주저하다가 요구르트병 쪽으로 분류한다. 떠먹는 요구르트 용기 분류는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른 듯하다.

50대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분리 배출을 시작한다. 한 손에 봉투를 든 그는 다른 한 손으로 쓰레기를 하나씩 꺼낸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쓰레기를 툭툭 던지며 분류한다.

하지만, 앞서 젊은 여성이 페트 쪽에 넣었던 플라스틱 우유병을 그는 플라스틱 쪽으로 던진다. 용기에 적혀 있는 글귀보다 평소 손 감각을 더 믿는 듯하다. 한참 분류를 한다 싶더니 그는 곧 쓰레기를 담은 봉투를 통째로 뒤집어 플라스틱 쪽으로 내용물을 쏟아버린다. 플라스틱만 있으면 괜찮지만 금속성 소리도 섞여 나온다. 중년 남성은 성큼성큼 자리를 뜬다.

   

#4.

경비실 아저씨가 긴 막대기를 들고 쓰레기 앞에 선다. 그리고 막대기로 분리된 쓰레기들을 휘젓기 시작한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 쓰레기를 찾는 게 그에게는 고단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아이 참! 이건 스티로폼이 아니라고 해도…."

그는 신경질적인 한탄을 쏟아놓는다. 그가 스티로폼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주로 사과나 배를 포장하는 껍데기다. 얼핏 스티로폼과 감촉이 비슷한 그것들은 사실 일반 쓰레기다. 또 많이 헷갈리는 것은 역시 우유병이다. 그냥 보면 플라스틱이 분명할 것 같은 쓰레기 중에는 페트가 많다. 비닐 같지만 비닐이 아닌 쓰레기와 비닐이 아닌 것 같지만 비닐인 쓰레기를 분류하는 것도 까다롭다. 또 병이 아닌 사기그릇이나 일반 유리도 재활용 쓰레기가 아니다. 아저씨는 막대기로 휘저으며 그런 쓰레기들을 찾아낸다. 그리고 높게 올라온 쓰레기를 아래로 꾹꾹 눌러준다.

젊은 엄마가 아이를 멀찌감치 밀어놓고 음식물 쓰레기통을 연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손을 멀리 뻗어 작은 봉투를 툭 털고 뚜껑을 닫는다. 그리고 봉투는 옆에 음식물 쓰레기봉투만 모아놓는 통에 버린다. 어쨌든 대부분 사람에게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상당히 껄끄러운 가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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