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창원 김종기·박미경 부부

2011년. 남자는 36살, 여자는 40살이었다. 그해 여름 지인이 두 사람을 맺어주려 했다. 말 무게에서 '선'보다는 조금 가벼운 '소개팅' 개념으로 제안했다.

남자는 하겠다고 했다. 자신보다 4살 위라는 걸 알았다. 평소 '아래·위로 4살 이내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하지만 여자는 자리에 나갈 여유가 없던 시기였다. 남자 처지에서는 이유야 어쨌든 마음 좋을 리 없었다. "싫다면 할 수 없는 거지"라며 그냥 잊고 있었다. 그런데 가을 무렵, 지인이 다시 자리를 마련하려 했다. 이번에는 여자 쪽에서도 'OK'했다. 11월 어느 날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또다시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돌고 돌아 마침내 만남이 이뤄졌다. 그 날짜는 12월 31일이었다. 두 사람은 커피 한잔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둘 다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유형이었다.

남자는 생각했다. 여자가 대화를 잘 받아주는 것 같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남자가 착해 보이고 또 과묵하지 않아 호감이 간다고.

주거니 받거니 대화가 물 흐르듯 흘렀다. 그렇게 호감을 안은 채 자리를 옮겼다.

   

2011년 마지막 날이었기에 타종행사장으로 향했다. 타종식 주최 측에서 무료로 주는 떡국·어묵탕을 함께 먹었다. 남자는 생각해 보니 여자에게 미안했다. 첫 만남인데 겨울날 바깥에서 무료 음식이나 먹게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싫은 표정 없이 즐거워하는 여자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그렇게 2011년에 만난 두 사람은 2012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미 마음은 서로를 향해 있었다. 두 번째 만난 자리에서 교제하기로 했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나이 때문에 서두른 것도 아니었는데, 걸림돌 없이 착착 나아갔다. 남자는 2012년 5월 여자에게 청혼했다. 집 앞에서 음악 틀어놓고 무릎 꿇고 꽃다발 전하는, 그런 그림이었다. 여자는 훗날 "그때 너무 성의 없이 프러포즈했다"고 한마디 하기는 했다. 하지만 남자는 보았다. 프러포즈할 때 여자 얼굴에 드러난 그 표정을.

결혼 준비하면서 둘 뜻에는 어긋남이 없었다. 둘은 "지금 사용하는 것들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데, 돈 들여가며 새로 장만할 필요 뭐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식적인 혼수·예물은 생략하고 실속있게 준비하자는데 동의했다.

그러다 보니 신경 쓸 일도, 돈 들어갈 일도 별로 없었다. 신혼살림은 각자 쓰던 것으로 채웠다. 텔레비전 하나 사기는 했다. 그리고 결혼반지 하나씩만 맞췄다. 본인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어른들은 격식을 좀 따질 만도 한데, 양 집안 모두 별말 없었다.

식도 웨딩홀 같은 데서 하지 않았다. '창원의 집'에서 전통혼례로 했다. 번갯불에 콩 볶듯 20~30분 만에 후다닥 해치우는 의례적인 결혼식이 싫었다. 탁 트인 야외에서 전통혼례로 하니 당사자도, 하객들도 좋았다. 비용이 저렴한 것은 덤이었다.

남자 김종기(37)·여자 박미경(41) 씨는 그렇게 지난 9월 9일 부부로 하나가 되었다.

박미경 씨는 매우 꼼꼼한 사람이다. 집안이 흐트러져 있는 걸 못 본다. 이를 몰랐던 남편은 옷가지를 여기저기 놔두었다가, 한 소리씩 듣기도 했다. 하지만 상대방을 빨리 이해하고 맞추겠다고 생각했기에 문제 될 것 없다.

둘 다 바깥 일을 하고 있어 집안일은 먼저 퇴근하는 사람 몫이다. 특히 김종기 씨는 아내 눈치를 봐서가 아니라 "가사 를 여자에게만 맡기는 건 정말 아니다"라며 힘주어 말한다.

둘은 이제 병원에 함께 다니며 아이 준비를 하고 있다. 한명이면 감사할 듯하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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