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관람객만 혼란…국립은 원칙적으로 촬영 가능

다음 중 박물관과 미술관 안에서 사진 촬영이 불가능한 곳은 어디일까. ①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②영국 대영박물관 ③밀양시립박물관 ④미국 뉴욕현대미술관.

정답은 ③번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유명 박물관·미술관을 즐겨 찾는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③번을 선택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꽤 헷갈리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박물관은 왠지 '관람예절'이란 이름으로 사진 찍으면 안 된다, 큰 소리로 떠들지 마라, 만지면 안 된다 등 무언가를 하지 말아야 할 장소로 기억된다.

물론 외국의 주요 박물관·미술관 역시 예절을 강조하긴 마찬가지이지만 국내 일부 박물관처럼 사진 촬영까지 막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앞서 프랑스, 영국, 미국의 박물관·미술관 모두 사진 촬영이 허용된다. 도내 국립·공립·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을 중심으로 사진 촬영과 관련한 운영 실태를 살폈다.

   

◇국립박물관은 사진 촬영 가능 = 경남 소재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은 올해 6월 30일 현재 총 20개이고 (사)한국박물관협회에 등록된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은 총 15개다. 이 중에서 사진촬영이 불가능한 곳은 몇 군데나 될까.

현재 총 12개 국립박물관에서는 '플래시·삼각대 등을 이용한 촬영과 상업적 용도를 위한 촬영'을 제외하고는 촬영이 가능하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005년 재개관을 하면서 삼각대와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시물에 대한 사진 촬영을 허용했다. 부여·춘천·김해·진주 4개 국립박물관을 제외한 다른 국립박물관도 이를 따랐다.

국립진주박물관 임학종 학예연구실장은 "카메라로 촬영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카메라 플래시 불빛이 유물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플래시를 터뜨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다른 관람객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를 유의한다면 사진 촬영은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유물 사진을 논문이나 상업적 목적 등으로 쓸 때는, 박물관에 미리 이야기를 하면 심사를 해 통보해준다"고 설명했다.

◇공립박물관 제각각 달라 = 공립박물관은 사정이 좀 달랐다. 도내 공립박물관 15곳 대부분이 촬영이 가능했지만 밀양시립박물관과 산청한의학박물관의 경우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밀양시립박물관 관계자는 "'밀양시립박물관 및 독립운동기념관 관리운영 조례' 때문에 원칙적으로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 단, 학술적·공공적 목적 등으로 촬영을 할 때에는 사전 협의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조례 제2장 11조에는 '관리자의 허가 없이 조명 또는 촬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돼 있다. 산청한의학박물관도 이유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른 시·군은 같은 조례가 있음에도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었다. 창원시립박물관 운영 조례 제12조와 고성공룡박물관 운영 조례 제13조 '관장의 허가 없이 조명 또는 촬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 함안박물관 관리·운영 조례 제9조 '허가 없이 복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등 내용도 비슷했다.

결국 이는 도내 공립 박물관 운영에 사진 촬영과 관련한 일관된 원칙이 없음을 확인시켜준다. 밀양시립박물관과 산청한의학박물관은 조례를 너무 기계적으로 잘(?) 지켜 탈이었고, 다른 박물관은 스마트폰 이용 등 사진 촬영의 대중화·일상화 흐름에 맞춰 현실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금하는 쪽이나 허하는 쪽이나 조례 개정이 시급한 이유이다.

   

◇저작권자 허락 있어야 = 사립 박물관·미술관에는 또 다른 원칙이 적용된다. 국·공립 박물관의 유물은 공공의 자산이지만 사립 박물관·미술관의 소장품은 대부분 개인 재산이다. 이런 경우 박물관·미술관은 관장의 재량에 따라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이 있고 불가능한 곳이 있다.

전혁림미술관 전영근 관장은 "뉴욕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 등을 둘러보니 플래시 없이 사진 촬영이 되더라. 그래서 우리 미술관도 바꿨다"고 설명했다. 미리벌민속박물관 성윤석 학예사도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 선에서는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거제민속자료관 옥미조 관장은 "유물 훼손 우려가 크기 때문에 사진 촬영은 안 된다. 유물 1점당 일정한 금액을 지급해야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물과 달리 '저작권'이 있는 미술작품은 어떨까. 경남도립미술관 이성석 학예팀장은 "원칙적으로 미술관에서는 사진 촬영이 안 된다. 촬영된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저작권법에 걸리고, 미술품은 강한 빛에 민감해 손상이 쉽다"고 설명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작가 허락없이 사진 촬영은 안 된다. 또한 우리 미술관은 평면이 아닌 입체(도자) 작품을 주로 전시하기 때문에 관람객이 사진을 찍다가 작품을 깨뜨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사진 촬영이 허용되면 아무 상관 없겠지만, 종종 관람객들은 카메라를 꺼낼 수 없음에 몹시 당혹해하고 심지어 분노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적 재산이거나 저작권이 있는 경우엔 박물관·미술관 측의 사정을 이해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해당 박물관·미술관의 사진 촬영 관련 정보를 미리 잘 파악하는 것도 즐거운 관람 시간을 망치지 않는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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