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21) 손민우 함양 삼민목장 대표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 명인. 함양 삼민목장 손민우(54) 대표를 칭하는 말이다. 손 대표는 지난 2009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축산분야 최고 농업기술 명인으로 선정됐다.

시작은 단순했다. 낙농인의 작은 자존심과 자부심이 자연치즈 경연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지금의 손 대표를 있게 했다.

"보통 손님이 오면 커피를 대접하지요. 하지만, 그건 낙농인의 자세가 아니다 싶었습니다. 손님에게 대접하고 이웃과 나누고자 유가공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997년쯤이었죠. 10년쯤 지난 어느 날 그동안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나도 모르게 국내 최고에 와 있었습니다. 가려고 간 길은 아닌데…. 그러면서 상들도 들어왔습니다."

손민우 대표는 2009년 농촌진흥청이 선정하는 최고농업기술명인에 선정됐다.

손 대표는 올해 농림수산식품부 선정 신지식농업인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민목장에서는 좋은 우유를 업체에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원유로 치즈와 요구르트를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목장을 시작한 것은 약 30년 전. 양산의 큰 목장에서 관리인을 한 부친의 영향이 컸다. "당시 아버지께서 젖소 5마리만 있으면 웬만한 회사 과장이 부럽지 않다고 분석하셨습니다. 그래서 1983년 젖소 2마리를 사서 시작했습니다."

1985년 낙농 후계자로 선정, 자금을 지원받아 2마리를 더 샀다. "힘들지만 열심히 일하니 먹고 살만은 했습니다. 그 후 2마리를 더 샀죠. 그렇게 목장 규모를 늘려 갔는데, 도리어 살기는 더 어려워지더군요. 수입 개방으로 물가는 상승하는데 우유 가격은 그대로였으니까요. 우리 농촌이 참 힘든 환경입니다."

삼민목장에는 현재 젖소가 100마리가량 있고, 그중 45마리에서 젖을 짠다.

삼민목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부인 송선희(왼쪽)씨와 손 대표.

손 대표가 유가공에 관심을 둔 1997년 당시는 요즘과 같은 인터넷 환경이 아니었다. "천리안이라는 인터넷 공간에 전국 낙농가가 모임을 만들어 교류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순천대 배인휴 교수가 유가공 기술 교육을 한다는 공지를 했더군요. 새벽에 순천으로 찾아가서 치즈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거창과 순천을 많이 오갔죠. 그 후 인터넷이 발달하니 정보 습득과 교류가 한결 수월해지더군요. 더 쉽게 현장에 접목할 수 있고요."

그동안은 투자와 공부만 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의 유럽 정통 자연치즈 제조기술 워크숍 등 각종 교육을 수료하고, 치즈 생산 시설과 저장시설 등을 갖췄다. 올 초에야 유가공장을 완공해 소비자들에게 내놓기 시작했다.

"조금 배웠다고 돈맛을 알면 기술이 늘지 않습니다. 눈앞에 돈이 있으면 기술 개발이나 축적 없이 돈을 좇아갑니다. 같은 공장에서 같은 원료로 만들어도 기술에 따라 맛 차이가 큽니다. 기술이 쌓이면 돈은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치즈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손 대표.

초창기에는 치즈를 만들면서 실패도 많이 했다. 정성스럽게 만들어도 부패하거나 잘못되기도 했다. 원하는 맛이 안 나는 경우도 많았다.

"형태만 치즈일 뿐 실제로 치즈 맛이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잘라서 먹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죠. 실패하면 원인을 찾아 다음에는 잘 만들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치즈는 단순한 것 같지만, 미생물 작용과 숙성 과정에서 변화가 많아 쉬운 것이 아닙니다."

빨리 소비해야 하는 신선치즈와 몇 개월씩 숙성시켜 만드는 숙성치즈 중 손 대표가 대회에서 수상한 것은 숙성치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치즈를 만들 수 있지만, 소비자 입맛 등을 고려해 상품으로 내놓은 것은 3가지 종류. 고우다(Gouda·가우다) 치즈와 로마노(Romano) 치즈와 스트링 치즈를 선택했다. 고우다 치즈는 3개월 이상, 로마노 치즈는 6개월 이상 숙성시켜야 하는 숙성치즈이고, 스트링 치즈는 만든 지 보름 이내에 먹어야 하는 신선치즈다. 삼민목장의 요구르트는 우수한 HACCP 우유로 단맛을 덜하게 만들어 깔끔하고 산뜻한 맛이 일품이다.

치즈를 만드는 작업은 종일 걸린다. 오전 9시에 시작하면 오후 5~6시는 돼야 끝난다. 먼저 원유를 살균하고 냉각한다. 그 후 유산균을 접종하고 '렌넷'이라는 응유효소를 첨가한다. 그러면 우유가 유산균과 렌넷의 작용으로 반고체 상태인 '커드'가 되는데, 이를 절단한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치즈가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이후부터 치즈 종류에 따라 과정이 다르다.

"이것저것 첨가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신선하고 질이 좋은 원유를 이용해 그동안 쌓은 기술로 정성껏 만드는 것, 그것이 전부입니다."

손 대표는 보통 1~2시간 만에 끝나는 치즈 체험에 아쉬움이 많고, 그래서 삼민목장에서는 어린이 체험은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하는 것은 그야말로 '교육'. 대학생이나 일반인 중 치즈 만드는 것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이곳에서 손 대표가 살균·냉각 시켜 놓은 우유로 나머지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손 대표가 숙성실에서 치즈를 살펴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여러 가지 교육으로 유가공 기술 습득에 매진하는 손 대표이지만, 기본은 바로 젖소. 그러므로 손 대표가 평생의 과제로 하고 있는 것이 우수한 품질의 가축을 생산하는 '종축개량'이다. 종축개량은 손 대표가 낙농업에 종사하는 한평생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돼지나 닭·오리 등은 개인이 개량하기 어렵지만, 소는 개인이 해야 합니다. 특히 젖소는 목장에서 해야 하죠. 소는 1년에 한 번 새끼를 낳기 때문에 정부가 우수 품종을 만들어 업계에 한 번에 보급하는 게 어렵습니다. 젖소를 사육하면서 개체별로 장단점을 일일이 파악해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계속 이어가는 일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량은 많은데 체형이 좋지 않은 젖소가 있으면, 체형이 좋은 젖소 정액을 사 와서 수정합니다. 체형이 좋지만 다리가 시원찮은 소가 있으면 다리가 강한 종류를 선택하죠. 이렇게 매년 조금씩 개량하면 10년 후, 15년 후에는 건강하고 오래 살고 유량도 많은 젖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목장의 경쟁력입니다." 현재 삼민목장에는 유량·혈통·체형 등을 심사해 '고등 등록'된 소가 20마리가량 있다.

손 대표의 꿈은 단순하다. 하지만, 크다. 꿈은 두 가지.

"하나는 유가공 사업을 키워 우리나라 모든 소비자에게 내가 만든 치즈를 먹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종축 개량을 잘해서 그해 최고 젖소를 품평하는 대회에서 그랜드 챔피언이 되는 것입니다."

삼민목장은 손 대표와 부인 송선희 씨, 아들 현윤·현철 씨가 함께 일하며 우리나라 낙농업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제품 문의 삼민목장 홈페이지(www.smfarm.net). 

<추천 이유>

△노치원 경남농업기술원 소득기술담당 = 손민우 대표는 개방화 시대 수입 낙농제품 확대에 따른 잉여원유 소진과 낙농업 수입원 증대 및 열린 낙농현장을 소비자에게 보여줌으로써 국산 우유와 낙농환경에 대한 신뢰감을 구축해 충성도 높은 소비자 확보로 우유소비를 촉진하는 낙농 3차 산업 육성에 앞장서는 강소농입니다.

고부가가치 낙농기술 개발 또는 실천으로 농업·농촌의 변화를 선도해 목장형 유가공 분야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인정, '2009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 명인'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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