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생태·역사기행] (8) 순천만

9월 21일 경남도민일보와 경남풀뿌리환경교육센터가 주관하고 경남람사르환경재단이 후원하는 2012년 생태·역사기행 여덟 번째 걸음은 경남을 벗어나 전남의 순천만으로 향했다. 순천만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갈대밭이 있다.

순천만 갈대는 멀리 높은 데서 보면 둥글둥글 몽글몽글하다. 갯가를 따라 갈대들이 그런 동글몽글한 모양으로 줄이어 있다. 순천만은 또 탐방객을 위해 잘 가꿔져 있는 갈대밭이기도 하다. 갖은 시설이 들어서 있고 걸리는 시간대에 따라 탐방할 수 있는 길도 여럿 만들어져 있다.

오전 9시 조금 넘어 경남도민일보 앞을 출발한 일행은 버스를 타고 달린 끝에 오전 11시 30분 정도에 순천만에 가 닿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행은 먼저 가까운 밥집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순천만에 오면 순천만에서 나는 것들로 만든 짱뚱어탕이나 서대회덮밥을 먹어봐야 한다는 말을 들은 터이기에 그 둘을 절반씩 주문했다. 짱뚱어탕은 다른 생선국과 달리 생선가시 같은 건더기가 없었다. 짱뚱어를 잘게 간 다음 들깨를 넣어 만든다고 했다. 건더기가 없는 걸쭉한 국물이라 낯설게 여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다들 고소함을 느끼며 맛있게 먹었다. 서대는 여수나 순천 지역에서 많이 나는데 가자미 종류라고 한다. 입 안을 칼칼하게 만드는 서대회덮밥이었다고.

다음은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입장료(어른 개인은 2000원)를 내고 들어가면 자연생태관 천문대 등이 늘어서 있고 지역 농·특산물을 전시해 놓고 파는 데도 있다. 물론 이런 데는 나올 때 둘러봐도 되고 마땅찮으면 들르지 않아도 된다.

용산 전망대에 오르면, 순천만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순천만에 들렀으면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에 맞춰 갈대밭 누리기를 가장 먼저 해야 맞겠지. 안내판에는 1시간 코스, 2시간 코스, 3시간 코스 따위가 적혀 있는데 이날 기행은 오후 4시 안팎 돌아가는 시각까지 3시간 넘게 여유가 있으니 마음 편하게 한껏 둘러볼 수 있겠다.

순천만은 사실 언제 찾아도 좋다. 봄에는 연둣빛으로 솟아나는 새로움이 이미 져버려 서걱대는 갈색 사이로 보여서 좋고 여름에는 그 온통 푸른 갈대의 출렁임이 좋고, 가을에는 다시 조금씩 푸른빛을 벗어가는 한편으로 꽃을 날리는 품이 그럴 듯하고 겨울에는 차가운 날씨 가운데 더이상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벗어버린 갈대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는 풍경이 좋다는 얘기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가운데 여름철 풍경이 좀 빠진다고 하는데, 그래도 '덜 좋다'고만 하지 '나쁘다'고는 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조금은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일행은 흩어져 깜냥껏 순천만을 즐긴다. 이런 가운데 대부분이 꼭 들르는 데는 순천만자연생태공원 들머리에서 나무 데크를 따라 건너편으로 야트막한 산을 타고 올라가야 만나는 용산 전망대다.

정자에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있는 일행.

여기 가면 순천만이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바람도 시원하다. 가는 길에 조금은 땀을 흘리지만 여기 바람이 날려준다.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조용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이런저런 소리를 낸다. 저기 내려다 보이는 풍경 속에 들어 있을 갖은 생물들 또한 나름 소리를 내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동을 하리라.

데크를 따라 갈대밭 사이를 걸을 때는 그냥 갈대만 보고 사진만 찍을 일은 아니다. 바닥을 눈여겨 보면 온통 뻘칠을 한 짱뚱어들이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콩게 뻘떡게 칠게 같이 갖가지 크기와 모양을 한 게들과 그이들 거품 내뿜으며 살아가는 모습과 게 구멍도 볼 수 있다. 가만히 귀까지 기울이면 바닷물이 들거나 나면서 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이 때는 밀물이었는데, 물이 썰며 빠질 때만 소리가 나는 줄 알았으나 물이 밀며 들 때 내는 소리도 그럴 듯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천만에는 열차도 있고 배도 있다. 어른 기준으로 4000원을 내면 탈 수 있는 생태체험선은 35분 남짓 순천만 일대를 돌아보고 마찬가지 어른 기준으로 1000원을 내면 탈 수 있는 갈대열차는 가까운 데 있는 순천문학관까지 30분 걸려 오간다. 그러니 이를 누리고 싶으면 이런 정도 돈을 여벌로 더 준비하면 되겠다.

   
갈대숲 사이에 놓인 나무데크를 걸으며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는 아이들.

하지만 순천문학관까지 걸어가도 괜찮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지도 않았다. 열차가 다니는 길로는 걸을 수 없도록 돼 있었는데 그렇다고 걷는 길이 나쁘지 않았다. 순천문학관도 좋았다. 여기에서 '무진기행'의 소설가 김승옥과 '오세암'의 어린이문학가 정채봉을 만나리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했었다. 순천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인연을 만들었던 그이들이 여기 있었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안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없도록 해 놓았지만 바깥에서는 자전거를 마음껏 탈 수 있다는 점도 좋아보였다. 사람들 바글거리는 공원에서는 안전 문제 때문에 안 되겠지만 바로 바깥 주차장 끄트머리에는 돈을 내고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시설이 있었다. 그림처럼 자전거를 타고 미끄러져 들어오는 청춘 남녀 한 쌍이 그렇게 좋아보인다는 생각을 더 하게 만들었다.

생태·역사기행 일행이 깜냥껏 즐기거나 말거나 했다는 점은 나중에 판명이 났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길어 지겨웠다는 이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곳곳을 둘러본 사람도 있었던 반면, 오랜만에 바깥으로 나온 김에 함께 걸음한 일행이랑 정자에 올라 맥주 캔을 따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는 이도 있었다. 혼자서 또는 둘이서 나무 아래 그늘 긴의자나 정자에서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노라는 이도 있었고.

이렇게 한나절 좋게 보낸 다음 오후 4시 즈음이 돼서, 다들 조금씩 무늬가 다른 나른함을 안고서 창원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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