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부터 떼죽음 이어져…환경단체 "보로 인해 퇴적된 유기물로 산소부족"

낙동강 물고기들의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죽은 물고기들이 4일이 지난 27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낙동강 남구미대교 상류 동락공원쪽 강가에는 누치, 쏘가리, 모래무지, 참붕어, 메기 등 성어와 치어 수천 마리가 즐비하게 입을 벌린 채 죽어 있었다.

해평취수장 하류 2km에서부터 남구미대교까지 약 8km에 걸쳐 죽은 물고기들이 눈에 띄었고 강가로 밀려나와 죽어있는 물고기들도 수천 마리에 달했다.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입을 벌리고 있으나 입을 다물고 죽은 물고기도 상당수 있었다. 아가미가 선홍빛을 띤 것들도 있었다. 이는 산소 부족일 가능성과 독극물에 의해 죽었을 가능성이 모두 있다는 뜻이다.

매일 둥둥 뜨는 물고기들, 아가미 선홍빛 띤 물고기도 있어

대구지방 환경청은 지난 24일 1000마리, 25일 400마리, 26일 1000마리 등 모두 2400마리를 수거해 소각했다고 발표했으나 현장에서 수거한 관계자들의 말은 달랐다. 이들은 25일 최소 150포대 정도를 수거하고 26일에는 오전에만 100포대 이상을 수거했다고 말했다.

낙동강 남구미대교 상류쪽에서 구미시 직원들이 죽은 물고기들을 수거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조정훈 기자

그러나 4대강범대위와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이 26일 오전 현장에서 죽은 물고기를 수거한 포대를 열어 확인한 결과 63마리가 들어 있었다. 1포대에 50마리 정도만 잡아도 25일 7500마리, 26일에도 오전에만 100포대를 수거했으니 5000마리, 이날 하루 동안 최소 1만마리 이상 수거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경상북도와 대구환경청이 죽은 물고기의 마리수를 은폐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최소 만마리에서 수만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국장은 "환경부가 물고기 폐사의 원인을 밝히지도 못하면서 비난을 우려해 숫자를 줄여 발표하는 것은 원인규명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행위"라며 "민관 합동조사단을 꾸려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복원범대위 이항진 상황실장도 "누치와 같이 여울성 물고기가 죽은 금강과 달리 낙동강에서는 모든 종류의 물고기가 죽었다"며 "금강의 물고기 집단폐사와 다른 또다른 추가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산소부족이다" vs 대구환경청 "산소부족 아니다"

하지만 대구환경청은 현장에서 수심별 용존산소량(DO), pH 등을 측정한 결과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산소부족으로 인한 폐사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구환경청 안유환 수질총량관리과장은 "용존산소량을 측정한 결과 9.0ppm 이상의 결과가 나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산소 부족으로 죽었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확한 폐사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구환경청은 또 "원인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4대강 사업이나 인근에서 발생한 불산 유출사고 등을 폐사원인으로 추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해당 지역과 지류에 대한 생태독성, 중금속 및 미량유해물질 등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환경청은 폐사한 물고기의 원인규명을 위해 사체를 지난 24일 경북어업기술센터에 보내 분석 중이며 25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국립수산과학원에도 분석을 의뢰했다.

물고기가 집단페사한 낙동강 구미유역 8km구간. 해평취수장 2km하류에서부터 남구미대교까지 죽은 물고기들이 널려있다./오마이뉴스 조정훈 기자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이번 물고기 폐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4대강 사업과 산소부족을 꼽았다. 4대강 사업으로 물고기들의 산소공급원인 여울이 존재하지 않아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평균 6미터 깊이로 파이고 평균시계가 30cm도 되지 않는 강물의 탁도에서는 어떤 식물도 강바닥에 뿌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며 "설령 뿌리를 내렸다 하더라도 극심한 탁도로 인해 광합성을 할 수 없어 산소를 생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환경공학) 교수는 "물고기가 입을 벌리고 죽거나 아가미가 붉은색을 띠는 것은 질식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산소부족으로 인한 질식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경부가 수심별로 용존산소를 측정한 결과 이상이 없다고 한다면 하천바닥 부근의 수심을 24시간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낮에는 용존산소가 높게 나올 수도 있지만 밤이 되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보로 인해 퇴적된 각종 오염물질이 분해되고 유기물질이 분해되면서 산소 소모가 바닥에서 일어나고 식물플랑크톤의 호흡으로 인해 야간에 산소 소모가 급격히 늘어나 물고기의 질식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대구녹색연합도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낙동강 생태환경의 변화 등으로 집단폐사가 일어났다"며 "낙동강 퇴적물 조사와 조사항목 외의 유해화학물질 등 다양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폐사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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