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42) 김해 화포천습지생태공원

가을이 파도 친다. 산에 도착한 가을은 온통 울긋불긋 불태우지만 습지에 내린 가을은 '쏴아' 바람을 따라 은색빛 흔들리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갈대와 물억새를 볼 수 있는 김해시 한림면 화포천습지생태공원.

연둣빛 습지가 짙은 녹색으로 바뀌고, 다시 물억새로 하얗게 빛나기 시작하면 이곳엔 가을이 깊숙이 찾아들었다는 뜻이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면 단풍은 맹렬히 불타오르지만 억새는 이내 황갈색으로 변하며 가을과 이별을 예감한다.

우리나라 최대의 하천형 배후습지로 노랑부리저어새와 큰기러기를 비롯한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 김해시 대암산에서 발원해 진례천, 고모천, 퇴래천 등 11개의 지천과 합해지고 남에서 북으로 진례면·진영읍·한림면을 적시며 낙동강과 만나는 하천이다.

국내 최대 하천형 배후습지인 김해 화포천 습지 전경.

하지만, 화포천 습지는 처음엔 그냥 버려진 땅이었다. 화포천 상류의 공단 탓에 수질오염이 심각했고 큰비가 내리면 습지의 곳곳은 떠내려 온 쓰레기로 넘쳐났다. 그러나 3∼4년 간 생태공원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올해 마무리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화포천 습지 가꾸기에 많은 노력을 해왔던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하천을 따라 화포천 습지 하류에 있는 생태공원은 큰기러기뜰·노랑부리저어새뜰·노랑어리연꽃뜰·창포뜰·물억새뜰로 나뉘는데, 잘 닦인 데크로드와 흙길을 번갈아 30분∼1시간 정도 거닐면 산책 코스로 그만이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쏴아 쏴아' 소리를 만들어내는 화포천습지생태공원.

단풍이 수줍은 새색시의 붉은 얼굴 같다면 억새는 열정을 불태우고 이제는 하얗게 머리카락이 센 아버지의 그것과 닮았다.

'쏴아아 쏴아아'.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분다. 쓸쓸해진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눈 부시다. 온전히 햇볕을 받은 은빛 억새는 반짝이지만 바람이 이끄는 대로 파도를 만들어내며 넘실대는 은빛 물결은 스산하다. 가을이 소리가 되어 와 닿는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개관한 화포천 생태학습관. 화포천 습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학습관은 아담하다. 그곳에 가면 화포천에 대한 이야기들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화포천 습지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가을 바람을 귀로 들으며, 억새의 장관과 볼에 와 닿는 기분 좋은 차가운 기운의 가을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말 화포천 습지를 가보는 것은 어떨까? 둘레길도 걷고 대통령 길도 걷고, 좀 있으면 스러져갈 억새가 있는 곳으로.

◇ 찾아가는 길 = 내비게이션에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을 입력하면 제대로 안내가 되지 않는다. 지도만 보고 찾아온다 해도 주차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내비게이션에는 이북초등학교(김해시 한림면 한림로 98-9번지)를 입력한다. 봉하마을을 통과한다면 자광사에서 김해 한림 방향 안내판을 따라 우회전과 좌회전을 한 뒤, 철길 아래를 지나 공터에 주차해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문의 055-342-9834.

[창원 감미로운 마을] 수확 기쁨 있는 이색체험 가득

화포천 생태 습지에서 20분 남짓 거리에 있는 '감미로운 마을'(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모산리 672-4). 눈과 귀, 그리고 바람으로 가을을 느꼈다면 입으로 가을을 느낄 차례. 가을 하면 떠오르는 과일, 감이 익어가는 마을을 찾았다.

지난 9월 개관한 생태학습관에서는 화포천의 이야기들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26일부터 28일까지 창원 단감의 역사와, 단감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축제를 즐길 수 있는 '100년 감문화축제'를 앞둔 감미로운 마을.

지난 주말에는 단감 따기 등 체험 활동에 나선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빛 논을 지나면 마을 곳곳에 빨갛게 익어가는 감이 나무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특히 이곳은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되는 과일들을 직접 맛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단감을 수확해보는 체험도 좋지만, 벼를 옛날 방식으로 탈곡해 보는 장소도 마련해 놓는 등 이색적인 볼거리가 다양하다.

아기자기한 마을 벽화와 함께 뗏목 타기 체험장, 장체험장, 단감 따기 등 다양한 놀거리·볼거리가 가득한 감미로운 마을도 이 가을 꼭 가보면 좋을 듯하다.

창원 감미로운 마을에서는 벼를 옛날 방식으로 탈곡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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