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self-portrait)은 '발견하다'라는 의미가 담긴 라틴어 'protrahere(프로트라헤레)' 앞에 '자신'을 뜻하는 'self(셀프)'를 붙인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그리는 그림'이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자화상을 보면 그들의 삶과 예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까 자화상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인 셈이다.

자화상의 아버지로 불리는 뒤러에서부터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을 이끈 다빈치와 라파엘로, 그리고 홀바인, 틴토레토, 루벤스, 렘브란트, 고야, 고흐, 고갱, 쿠르베, 밀레, 마네, 뭉크 및 피카소와 달리에 이르기까지 거장들의 자화상은 그 자체가 미술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자화상은 왜 그리는 것일까?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에는 연인에게 버림받고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미셀이 확장 개보수 중인 루브르박물관에서 늙은 스탈렌의 어깨 위에 올라앉아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감독 레오 카락스는 시력을 잃어가는 미셀에게 왜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보게 했을까?

렘브란트는 100점이 넘는 자화상을 그렸다. 인기 작가였던 젊은 시절부터 고독했던 말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초상화를 그렸는데, 자신의 얼굴을 결코 감추려 하지 않았다. 꾸밈도 가식도 없는 자신의 모습. 어쩌면 미셀이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통해 보려고 한 것도 자신이 아니었을까?

렘브란트만큼은 아니지만 루벤스도 인생의 전환기에 맞춰 여러 점의 자화상을 그렸다. 예순두 살에 그린 '노년의 루벤스'는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완성한 그림으로 주름진 화가의 얼굴은 세월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26살에 붓을 잡아 그림에 몰두한 것은 고작 4년이지만 40점의 자화상을 그린 사람.

우울증에 서른일곱의 짧은 생을 권총 자살로 마감한 그는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람들의 말처럼 그의 자화상은 섬뜩하다.

"명화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화가의 모습이 담긴 자화상부터 감상하라"는 말이 있다. 때로 예술은 자유로운 생의 찬미(讚美)이면서 부자유스러운 생에 대한 찬악(讚惡)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그리는 그림', 자화상의 미학은 자신을 조형적으로 표현하고자하는 인간 욕구의 발현일 것이다.

   

흔히 자화상을 많이 그리는 화가는 불안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한다.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존재를 되물어 자신의 정체를 확인해야 하는 종류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발견과 자기성찰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대이다. 지금 우리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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