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을 살리자 삶을 바꾸자] (31) 도랑 살리기 운동 성과 및 활성화 방안 워크숍

도랑 살리기 운동은 경남에서만 7년 정도 진행됐다. 처음 한두 개 마을에서 벌어지던 운동이 이제는 경남을 넘어 전국 곳곳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서도 서서히 그 가치를 인정해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다. '2012 도랑 살리기 운동 성과 및 활성화 방안 워크숍'이 지난 23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 606호에서 열렸다.

이번 워크숍은 사단법인 한국생태환경연구소와 하천사랑운동이 주최하고, 낙동강유역환경청과 금강유역환경청이 후원했다. 이 같은 도랑 살리기 관련 워크숍은 올해로 3년째다. 이날 도랑 또는 하천 전문가들, 금강과 낙동강 유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도랑 살리기를 진행한 이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도랑 살리기 운동이 얼마나 실효를 거뒀는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네 사람의 주장과 제안, 아이디어 등을 간추려봤다.

   

◇"도로 관리처럼 하천 관리도 해야" = 사단법인 하천사랑운동 김재승 대표는 '도랑 살리기 운동 추진 성과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여기서 김 대표는 "자연과 동화하는 마음으로 주민들이나 지자체가 도랑 살리기 운동을 지속해가야 한다. 활동 성과나 사업성만 보고 도랑 살리기를 한다면, 주민들의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지역에 어떤 사람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느냐가 그 지역 도랑 살리기 성공의 열쇠"라며 주체의 적극성이 중요하다고도 짚었다.

오산천 살리기 지역협의회 일행이 민관 협력 도랑살리기 운동의 발원지로 알려진 창원 북면 신음마을을 둘러보고 있다./이동욱 기자

김 대표는 앞으로 도랑 살리기 운동의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강조한 대목이 있다.

"하천 관리 기구나 팀을 구성해 도로 관리처럼 하천 관리도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한다. 여기에 사회적기업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천이나 마을별로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그는 "도랑 살리기 활동 규모를 마을 단위에서 이제는 유역 개념으로 나아가야 한다. 유역 안에서 지역별로 도랑 살리기 사업을 하고, 선(Line), 지역(Area), 점(Point)의 소규모 사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도랑 살리기 사업 지역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모든 물길에는 수질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고, 도랑 살리기 운동에 촉매 역할을 하는 외부 인력이나 활동가가 투입돼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현재 농촌에 가면 마을 퇴비장이나 쓰레기장이 거의 없는데, 이러한 것을 만들어야 할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적은 예산으로 경제적 이익 동반해야" = 토론자로 참여한 전북대 환경공학과 강기철 겸임교수는 "물을 깨끗이 하는 것과 동시에 마을의 특성을 살려야 한다. 전북 임실 치즈마을을 예로 하천 중심 활동이 아니라 마을 살리기 운동을 하면서 하천 살리기를 부수적인 활동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주민들이 왜 도랑을 살려야 하는지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실, 경제적 이익이 동반되지 않으면, 주민들도 참여를 잘 안 하려고 한다. 또, 댐 주변 주민들이 '다른 지역 주민들 먹는 물을 우리가 왜 깨끗이 해야 하느냐'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앞으로 도랑 살리기 운동은 마을이나 도랑 안팎에서 쓰레기 줍기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통해 마을에 도움이 되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런 여건을 만드는 쪽으로 진행돼야 한다. 예를 들면, 임실 중금마을에는 쓰레기가 없다. 에너지 자립 마을로 지정돼 기관에서 태양열 전지를 놔주고 지원해주는데, 주민들이 쓰레기를 모아 10여 가지로 분류해 판매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비록 많지는 않아도 1년에 돼지 한두 마리 값을 벌어 마을 잔치를 하고 있다."

또한, 강 교수는 "도랑을 살리는 데는 많은 돈이 필요치 않다. 적은 돈을 자주 많은 곳에 지원해줘야 마을 주민들도 자주 찾아보고 관심을 두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도랑 살리기 운동을 저예산으로 많이 다양하게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후 관리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 물포럼코리아 최충식 사무처장은 '도랑 살리기 운동 활성화를 위한 교육기관 필요성'이라는 발표를 통해 "도랑 살리기 운동과 사후 관리 주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처장의 이 같은 주장에는 배경이 있다. "도랑 살리기 운동은 사후 관리가 잘 안 된다. 먼저, 주민들의 자발성을 끌어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도랑 살리기 사업 이후 1년 뒤 다시 풀이 무성하고 거기에 다시 쓰레기를 버리게 되는 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시민단체 운동가가 매일 마을 도랑을 살피러 가는 것보다 아예 마을에서 관리 주체를 정해 한 달 10만~20만 원 관리비를 지원하는 것이 낫겠다 싶다. 이렇게 하면, 처음 사업을 하고 2~3년이 지나 다시 수천만 원을 들여 똑같은 사업을 하는 것보다 현실적이고 예산도 줄일 수가 있다. 아직 주민들의 자발성이나 정책의 연속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마을 이장이나 환경단체 활동가의 전문성 배가를 위한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그러면서 최 처장은 "'도랑 살리기 지도자'로 환경부, 지자체, 읍·면에 있는 사업 담당 공직자나 시민단체 운동가, 자원봉사자, 다른 기관이나 기업 등 협력자, 이장 등 주민 대표가 교육 대상"이라며 "교육은 일정 기간 4대 강 유역을 순회하면서 강연을 하거나 전문가들이 모여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하천관리 체계, 하천 소유역 운동, 마을 만들기 사업, 친환경 농산물, 저수지와 소류지 연계 방안, 하천과 습지의 생태적 기능, 도랑과 마을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 등을 교육 내용에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천 관리하는 인력 둬야" = 한국생태환경연구소 양운진 이사장은 토론을 통해 "하천 관리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산불관리인이 있는데, 이들은 1년 내내 일하지 않고 산불이 빈번한 건조기를 중심으로 일정 기간만 근무한다"며 "반대로 하천은 우기가 위험해 산불관리인이 하천 관리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초를 베어내는 등 관리하면, 하천의 부패를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이끌어 간다는 의미가 강한 도랑 살리기 '지도자'라는 말을 대체할 용어를 고민했으면 한다. 도우미, 생태 해설사, 가이드 등이 있겠다"며 "도랑에 대한 정의 또한 '마을 앞을 지나는'이라고 한정하기는 어렵다. 물길이 흐르는 위치가 마을 뒤나 중앙이 될 수도 있다. 또, '마을'은 동·이와 달리 행정적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한다. 객관적으로 정의하려면, 반경 몇 ㎞ 안에 인구가 몇 명이냐 등으로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도랑에 대한 관점도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빨래 기능 등 하천의 실용적 가치뿐 아니라 이제 하천의 미적, 경관 가치를 시골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창원 북면 신음마을도 출타했던 사람들이 와서 도랑이 멋있게 변했다고 점수를 줬다. 경제가 나아지면, 경관 가치도 중요시할 것 같다."

앞서 양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구조도 다르고 지정학적으로 너무 달라 매뉴얼을 만들 수 없는 것이 도랑"이라며 "수질이나 홍수와 치수만 가지고 도랑을 말할 수 없고, 마을을 흘러가기 때문에 인문학적 조건을 배제하고 도랑을 말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행정에서 지원받으려면 도로를 놓듯이 뚜렷하게 눈에 드러나는 것이 있어야 하고 획일화해야만 했다. 그러나 도랑 살리기는 획일화할 수 없는 일이고,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에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면서 "이런 위험성에도, 물을 살리는 데 도랑을 살리는 길밖에는 없다는 인식을 했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협조해 다행히 도랑 살리기 운동이 걸음마를 떼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