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점심시간 창원시청 식당가

창원시청 직원식당은 시의회 건물 지하에 있다. 하지만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 이날은 외식의 날로 정해 인근 상가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모르고 찾았다가 아쉬워하는 외부인들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오전 11시 50분.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창원시청 직원들이 시의회 출입구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이 시간대는 좀 나이 있는 남자 직원이 대부분이다.

12시 가까이 되자 몰려든 직원들이 절정을 이룬다. 이때는 젊은 직원들도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일행 가운데 연장자들이 역시 먼저 한 발짝 앞서 걷는다. 대부분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루고 발걸음 옮긴다. 점심메뉴는 사무실 나올 때 이미 정했는지 목적지를 향해 다들 발걸음을 바삐 움직인다. 예약하지 않았다면 몇 분 차이에 따라 자리 없어 발걸음을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

   

바쁜 걸음 속에서도 이런저런 대화는 오간다. 업무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단순한 잡담을 나누기도 한다.

깔끔한 정장 차림 두 중년 남성은 건널목을 지나기 위해 잠시 발걸음을 멈춘 가운데 소곤소곤 대화를 이어간다.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한 남성은 살짝 손을 귀에 얹고 귓속말까지 한다. 귓속말 들은 다른 남성은 고개를 옆으로 크게 흔들며 말없이 눈으로 본인 뜻을 전한다.

여자 직원들만 있는 무리 분위기가 좀 더 쾌활하게 느껴진다. '언니'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시청 직원들이 향하는 곳은 주로 '용호문화의거리' 일대 식당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호등 없는 왕복 4차로 건널목을 지나야 한다. 지나는 차가 적지 않아 가장 많은 사람 발걸음이 이 건널목 앞에서 멈춘다. 타 부서 사람들끼리 인사 건네는 일도 여기서 잦아진다.

"오랜만이네" "많이 바쁜가 봐"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 같은 인사치레가 여기저기 오간다. 잠깐 나누는 인사 속에서도 어느 사람 직급이 높고 낮은지, 대략 드러난다.

건널목을 혼자 지나려면 좀 버겁지만, 무리가 있기에 다른 때보다는 수월하다. 한 사람이 먼저 나서면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뒤따른다. 차들도 이 시간이면 평소보다 속도를 줄이며 지나가려 한다. 그 와중에도 종종 양보 없이 지나가는 차도 있다. 건너는 이들은 이런 차를 향해 "네가지 없네"라는 비속어를 허공에 날린다.

   

건널목 앞에는 멀리 가려는 이들을 기다리는 택시 한두 대가 손님을 기다리기도 한다.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사람은 택시기사 눈빛을 외면하며 휴대전화로 시간을 보는 척한다. 잠시 후 앞에 멈춘 자가용에 올라탄다.

이들이 각자 향한 식당 가운데는 손님이 꽉찬 곳도 자주 있다. 발걸음 돌리는 이도 있지만, 기다리는 이들도 많다. 기다리는 일행 셋 가운데 남자 두 명은 담배 한대 피울 수 있는 여유가 나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옆에 서 있는 여자는 바람에 휘날리는 담배 연기를 손으로 내저으며 인상을 찡그린다.

낮 12시 5~20분에는 식당 바깥이 다시 한산하다. 하지만 낮 12시 20분을 넘어서면 식사 마치고 일터로 들어가려는 이들로 다시 넘쳐난다.

   

식사를 좀 일찍 끝낸 이들 가운데는 커피전문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낮 12시 40분을 넘어섰을 때는 들어가는 이들 발걸음이 빨라진다. 자판기커피 한잔 마시며 담배 한 대 피우고, 양치질까지 해야 하는데, 1시 이후부터 다시 업무를 시작하려면 시간이 그리 넉넉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점심시간 끝 무렵 뒤늦게 혼자 식사하러 가는 이들도 있다. 그 시간 짜장면집은 혼자 온 사람 각각이 많은 테이블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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