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산청군 하정리 '북어마을'

'산청' 하면 지리산과 황매산 등 높은 산이 아름다운 산간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산청군 역시 이러한 지리적 특성과 '허준'이라는 콘텐츠를 활용해 '약초 한방 도시'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더불어 여름철에는 래프팅을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레저 스포츠 도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처럼 '높은 산 맑은 강'이 자랑거리인 이곳에서 바다 생물을 이용한 음식으로 소위 '대박 신화'를 이어가는 집이 있어 찾았다.

산청 신안면 하정리 즉, '원지'에 자리잡은 '북어마을'. 이 집은 오로지 '북어찜' 하나만으로 일대 주민은 물론, 산청읍 그리고 가까운 진주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집이다. 올해로 만 4년을 맞은 '북어마을'의 역사는 합천에서 시작됐다.

본디 산청이 고향인 안영식(52) 사장은 언젠가 강원도 여행을 가서 먹은 북어찜 맛을 잊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합천에 여행을 갔다 그 곳에서 명성을 떨치던 '황태마을'이라는 식당을 찾게 됐다. 안 사장은 이곳에서 옛날 강원도에서 맛본 '북어찜' 맛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바다가 멀리 떨어진 합천에서도 뛰어난 맛으로 손님몰이를 하는 '황태마을'의 성공 비결을 유심히 살폈다. 창업에 대한 숙고와 시장 조사를 거듭하던 안 사장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북어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심이 서자 그길로 합천호 주변 회양관광단지에 '북어마을'을 열었다.

합천에서 장사는 소위 대박을 쳤다. 작은 접시 2만 5000원, 큰 접시 3만 원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맛을 보기 위해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손님들은 작은 것을 시켜도 서너명이 먹고 남길 정도로 푸짐한 찜의 양에 한 번, 입에 착착 감기는 맛에 두 번 반했다. 꼬박 2년 반을 힘든 줄도 모른 채 장사에 매진했다.

   

이내 시련이 닥쳤다. 장사가 번창하자 이를 눈여겨 본 건물 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했다. 아쉬웠지만, 음식에 자신이 있었기에 긴 말 없이 가게를 비웠다. 이렇게 해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8개월 전이다.

'북어마을'은 강원도 속초 한 덕장에서 반 건조된 명태를 냉동시킨 것을 주로 쓴다. 한 달에만 1600마리 넘는 북어가 찜에 쓰인다니 인기가 실감이 난다. 1년에만 2만 4000여 마리다.

한데 '북어마을' 북어는 '북어'라기에는 어색하다.

일반적으로 북어는 생태를 바싹 말려 건조한 것인데, 이집은 살점도 도톰하고 촉촉한 맛이 인상적이다. 때문에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집 '북어찜'은 '코다리찜'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먼저 널찍한 볼에 물을 넣은 후 산청에서 재배한 고춧가루를 푼다. 별다른 육수를 쓰지 않는다.

이는 북어가 가진 깊은 맛을 살리기 위함이다. 다음 작은 것 기준으로 잘 손질된 북어 세 마리(큰 것은 네 마리)를 올린다. 모두 25㎝ 넘는 특대형이라 보기만 해도 푸짐하다. 여기에 손두부 한 모를 듬벙듬벙 썰어넣는다.

이렇게 20여 분을 센불에 졸인다. 붉은 양념이 서서히 졸아 북어 속살과 두부를 빠알갛게 물들이면, 콩나물을 얹어 버무려낸다. 마지막에 어슷 썬 파로 장식한다.

화학조미료는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간장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이 들어간다. 더불어 표고버섯 가루, 양파, 다시마, 멸치 등을 갈아 만든 수제 천연조미료를 이용해 바다의 풍미를 살린다.

보기만 해도 감칠맛 나는 바알간 양념이 침샘을 자극한다. 수북이 쌓인 북어들이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붉은 기운 탓에 칼칼할 것만 같은 첫맛은 의외로 자극적이지 않다.

맵싸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매실액을 조금 넣는다고 했다. 대신 전분을 넣지 않았다. 덕분에 원조 마산아구찜처럼 '국물'이 만들어지는데, 맵싸하면서도 시원 칼칼한 것이 일품이다.

북어는 러시아 북극해 추운 겨울 바다에서 잡은 녀석들이라 그런지 살이 차지고 여물다. 살도 많아 손으로 잡고 뼈를 발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안영식 사장 부인인 장문수(49) 조리장이 추천하는 북어찜 맛있게 먹는 비법은 이렇다.

"북어살과 콩나물, 두부를 한 젓가락에 집어 한 입에 넣으면 가장 맛있습니다. 북어살의 고소함과 콩나물의 아삭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데다, 두부가 양념이 가진 매운 기운을 잡아주기 때문이지요. 남은 양념으로는 라면이나 국수사리를 넣어드시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지요." 푸짐한 북어찜만 봐도 배가 부른 마당에 사리에 밥까지 얹으면 소화불량은 각오해야 한다.

너무나도 청결한 주방 위생 상태 역시 맛을 내는데 한몫한다. 기자가 직접 본 주방 내부에는 벽면, 가스레인지 후드, 조리대 할 것 없이 때가 낀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늘 청결을 중요시 하는 안영식 사장이 매일 장사가 끝나면 주방 청소를 하기 때문이다.

매일하는 청소 외에도 한 달에 한 번 쉬는 날이면 주방 전체 대청소를 따로 할 정도로 위생에 많은 신경을 쓴다. 넓은 홀에는 250만 원을 들여 산 고성능 청소기가 항시 대기 중이다.

"앞으로 북어탕수 같은 신메뉴도 구상해놨는데, 될는지 모르겠네요. 하하."

한 가지 메뉴만 전문적으로 한다는 점. 위생 관념이 철저하다는 점. 비싸더라도 좋은 음식을 제공하려는 마인드를 갖춘 점. '북어마을'은 믿을만한 음식점이 가져야 할 여러 요건들을 두루 갖춘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공, 시기, 지역따라 명태 이름 가지가지

명태는 잡는 방법, 가공방법, 잡는 시기, 지역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이름이 달라진다.

   

먼저 시기 따라 봄에 잡은 것은 '춘태', 가을에 잡은 것은 '추태', 겨울에 잡은 것은 '동태'(冬太)로 나뉜다.

잡는 방법에 따라서는 그물로 잡아 올리면 '망태',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로 불린다. 지역에 따라서는 강원도에서 나는 것은 '강태'(江太), 함경도 연안에서 잡힌 작은놈은 '왜태'(倭太), 함경남도에서 봄철 최종 어기(漁期)에 잡힌 놈은 '막물태', 정월에 잡힌 놈은 '일태'(一太), 이월에 잡힌 놈은 '이태', '삼태', '사태', '오태'가 있으며, 강원도 간성 연해에서 잡힌 놈은 '간태'(간太)라 한다.

또한, 가공법에 따라 갓 잡았을 때는 '생태', 얼린 것은 '동태'(凍太), 그냥 건조시키면 '북어'(또는 건태 乾太), 꾸들꾸들하게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 얼렸다 녹였다 반복해서 노랗게 말린 것은 '황태'로 구분된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북어찜 大 3만 5000원 △북어찜 小 3만 원 △콩나물 사리·두부사리·국수사리·라면사리 각 2000원.

□주소 :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 929-10(원지강변도로 1·2구 경로당 옆). 055-974-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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