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 영향 인체진액 부족…섬유질 풍부한 과일·채소 섭취

가을에 왜 변비 환자가 증가할까?

얼마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변비 환자는 봄철부터 증가해 9~10월에 가장 많이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 가을과 변비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학적으로 변비는 1주일에 배변 횟수가 3회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횟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느냐 하는 것이다. 남은 변이 없이 시원하게 배변을 했는지, 그리고 대변의 딱딱한 정도도 중요한 판단 요인이 된다.

변비의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차가운 체질, 스트레스, 운동 부족으로 인해 장의 활동성이 좋지 않을 때, 편중된 식습관 때문에 섬유질의 섭취가 부족할 때, 열성체질로 체내 수분의 소모량이 많은 경우, 원활한 배변을 위해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할 장액의 분비가 부족할 때 등이다. 이 중 가을과 관계가 있는 것은 장액 부족이다.

식습관(식이섬유 부족·편식·과식), 생활환경(스트레스·운동 부족), 체질(열성체질·한성체질) 등 개인적인 차이가 원인이 되어 생기는 변비는 계절적인 영향을 덜 받는다. 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평소 인체의 특정 부분에 '건조함'이 있는 사람들은 가을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가을이라는 계절의 기운과도 관계가 깊다. 가을을 지배하는 기운은 건조함(燥)이다. 기후가 건조해지고, 풀잎은 마르고, 나뭇잎은 낙엽이 되는 것 모두 건조함 때문이다.

사람의 몸도 가을이면 건조해져서 인체는 진액이 부족해지기 쉽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가을에 상응하는 인체의 장부는 폐이고, 폐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인체의 다른 부분은 대장과 피부이다. 그래서 가을의 건조한 기운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면 폐·대장·피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폐가 건조해지면서 나타나기 쉬운 주요 증세는 마른기침이다. 감기가 아니면서 가래도 별로 없으나 간헐적인 기침이 반복된다. 기침의 정도는 심하지는 않으나 빨리 낫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각질이 잘 생기고 얼굴에 버짐이 생기는 일도 있으며, 눈으로 보기에는 발진 등 아무 이상이 없는데 피부가 가려운 증세도 나타날 수 있다.

대장이 건조해지면 진액이 마르게 되어 장액 부족 때문에 변비가 생기기 쉽다. 한방에서 말하는 혈조변비가 이와 비슷하다.

건조한 기운에 필요한 것은 윤(潤), 진액이다. 가을에 수확되는 호두·잣·땅콩 등은 윤이 많으므로 우리 몸에 진액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장에서 진액의 역할을 해주어 변비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건조한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폐를 윤하게 해 마른기침을 완화시켜 줄 수 있다.

   

계절의 영향을 받는 질환은 계절에 나는 채소·과일·열매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많다. 하우스에서 일찍 나오는 것보다 제철에 나오는 먹을거리가 더 가치 있는 이유이다.

/아이한의원 옥상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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