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꽃향유…발한·이뇨·수종 등에 약효

오늘은 우리 들꽃의 향을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는 차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허브차를 마실 때마다 그 향 속에서 우리 들꽃의 향을 추적합니다. 라벤더, 로즈메리, 타임…. 투명 유리잔에 파르라니 우러나오는 연둣빛 찻물 속에는 그 이름도 아름다운 허브차의 로맨틱한 이름들이 향과 함께 들어있습니다. 특히 이 가을엔 우리 산야에 흐드러진 들꽃들로 차 만들기 좋은 계절입니다.

들꽃으로 차를 만들어 향과 건강을 함께 즐기는 겨울을 맞아보면 어떨까 하여 올가을에는 우리 꽃차 만들기에 심취했습니다. 목이 칼칼하고 잔기침이 나면 인동차 한잔 따뜻하게 타서 마시고, 꽃향유 꽃차 한잔 그윽이 우려서 그 진한 향과 빛깔에 취해 그 맛을 음미하며 한나절 보내고 나면 감기가 거뜬히 나을 것입니다. 차로 만들 수 없는 꽃이 없을 정도로 향기와 빛깔, 약성이 뛰어난 우리 들꽃을 찾아 가을여행 떠나봅니다.

무리를 지어 피는 꽃향유.

우리 산과 들에 자라는 들풀들의 꽃과 잎을 잘 살펴보면 온갖 향기를 가득 품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 향의 강함에서 가장 으뜸을 꼽는다면 여름 풀숲에서 만나는 '박하풀'이 있고, 다음이 아마 이 '꽃향유'의 잎과 줄기일 겁니다. 박하향과 솔향, 그리고 여러 가지의 향이 섞여 나는 꽃향유의 향은 가슴 속 깊숙이 스며들어 상쾌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9월부터 자주색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여 서리 내리는 초겨울까지도 꽃송이를 피워 올리는 강인한 꽃향유는 무리를 지어 피는 특징이 있습니다. 길 가 낮은 언덕이나 밭두렁 같은 데서 발갛게 떼 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먼데서 바라보면 더 아름답기도 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솜털 같은 꽃잎이 한쪽으로 모여 꼭 솔빗 같은 모양을 하고 벌·나비들을 잔뜩 불러 모은답니다. '꿀풀과'의 꽃이라 꿀 따는 벌들이 많이 모이지요. 꽃을 따서 향기를 맡아보면 정작 꽃에서는 짙은 향이 나지 않는답니다. 그러나 손끝으로 툭툭 쳐보면 짙은 향기를 내보내 줍니다. 나아가 그 줄기나 잎에서 독특한 향기가 많이 나는 방향성(芳香性) 식물이랍니다. 한 다발 꺾어서 방 모퉁이에 거꾸로 매달아 놓으면 그 상쾌한 향기를 겨우내 맡을 수 있어 좋습니다.

어린순은 따서 먹으면 입맛을 돋울 수도 있고 '배초향'처럼 비린내 나는 음식 위에다 뿌려 먹을 수도 있습니다. 녹차나 쑥처럼 목욕탕에 풀어써도 향이 그만이라고 합니다. 전초(全草)는 한방에서 발한·이뇨·수종 등에 약으로 쓰기도 하고요. 요즘 들어 이 꽃향유가 유난히도 많이 피어납니다. 가득 피어 있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저 풀꽃을 허브처럼 식물자원으로 개발하고 활용하면 멋질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만들어본 꽃향유 차의 향과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허브차를 마시면서 우리 야생차의 개발과 미래에 대해 행복한 설계를 해봅니다. 얼마 전부터 붐이 일었던 허브산업이 이젠 집안 곳곳을 가득 채우는 문명의 향이 되었습니다. 한겨울 풀 향기 가득한 우리 차를 우려 마시면서 가을의 추억에 젖어 볼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꽃향유의 꽃말은 '마지막 향기'입니다. '추향'이라고도 하고요.

추향 가득한 꽃향유를 따서 기름기 없는 프라이팬에 낮은 온도로 습기를 제한 후 손으로 곱게 덖어서 밀폐용기에 넣고 일주일 정도 숙성시킨 후 우려 마시면서 감기도 예방하고 치유해 보면 어떨까요. 차와 함께 겨울준비 해보시기 바랍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공동대표)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