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현장 ] 음반 ‘사랑에 빚지다’ 기념콘서트

“옆에 있는 사람 소개 좀 시켜주소.”

“뭔 간섭이 그리 많습니까? 때 되면 알아서 합니다.”

무슨 대활까? 이게 콘서트 현장에서 관객과 가수가 나눈 대화라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9월 7일과 8일,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도파니 아트홀’에서는 가수 이경민 음반 발매기념 콘서트가 열렸다.

가수 이경민(37) 씨는 1999년부터 창원 가수 활동 십수 년 만에 이번에 1집 음반을 냈다. 그런데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사랑에 빚지다’ 무슨 뜻일까?

“제가 가수 생활을 하면서 많은 분에게 빚을 졌어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도와주신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물론 반대로 제 노래를 들으면서 감동을 받으며 ‘빚지는’ 분들도 있었겠지요. 이렇게 세상만사 빚을 주고받는 것 아닌가 싶어서 그랬습니다.”

그렇다. 이경민 가수는 사람과 삶을 노래하는 가수다. 흔해 빠진 사랑타령과는 뭔가 격이 달랐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깊은 분노를 표출하지도 않았다. 그저 사람 사는 세상을 담담하게 그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통기타와 포크송은 그에게 잘 어울려 보였다.

가수와 관객의 대화로 이어지는 ‘소통의 콘서트’

이경민 콘서트

콘서트가 시작될 무렵, 100석 남짓한 도파니 아트홀은 이미 만원이었다. 계단에 앉아서 콘서트를 보는 사람도 있었다. ‘이경민’, ‘황금성대’ 등 곳곳에 플랜카드도 보였다. 객석과 이경민 씨와의 거리는 불과 3미터 남짓. 가수와 관객은 서로서로 눈을 맞춰가며 콘서트를 천천히 끌어가고 있었다.

콘서트는 전반적으로 재미났다. 예를 들어보면 ‘친구’를 주제로 관련 노래들을 편집해서 메들리송을 불렀다. 그러다 갑자기 노래를 끊고.

“친구야 우리 진짜 친구 맞제?”

“그라모. 니캉 내캉 어떤 사인데.”

“우리 목숨 같은 친구 사이 맞나?”

“하모. 두 말하면 잔소리지.”

“그럼, 돈 좀 빌려주라”

“…”

   
  이경민 콘서트  

또 노래를 끊고.

“친구야 오늘 내 힘들다 술 한 잔 하자.”

“아…. 오늘 내가 중요한 일이 있는데. 이거 미안해서 우야노.”

“아이다. 담에 또 시간 되겠지. 그래 잘 지내라”

“오빠, 어디야? 시간 있어?”

“10분 내로 갈게.”

그렇다. 콘서트가 재밌었다. 정작 본인은 ‘오늘은 재미보다는 음악성을’이라고 했지만, 난생처음 그의 콘서트를 보는 기자는 시종일관 재밌었다. 하긴 그의 빨간 바지를 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재밌고, 대화하고, 눈을 마주치면서 관객과 가수는 일체가 됐다. 기사 제목으로 쓴다면 ‘모두가 주인공인 무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작은 숨소리도 다 들리는 소극장이었지만, 결집을 깰 만한 작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대단한 응집력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재미나고 소통 잘 돼도 가수는 뭐니 뭐니 해도 노래를 잘 불러야 한다. 그리고 콘서트 온 사람은 노래를 들으러 온 사람이었다. 그는 ‘왜 저는 중요한 무대에 오를 때마다 감기에 걸릴까요?’라며 엄살을 떨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호소력이 있었다. 톤은 다르지만 고 김광석의 목소리처럼 심금을 파고들어 마음을 흔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또한 <나는 가수다> 이후 매우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 ‘고음처리’도 잘 된다. 감기가 걸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쭉쭉 올라간다. ‘오늘 가사 전달이 부실하네요’라고 했지만, 가사 전달도 정확했다.

   
  이경민 콘서트  

콘서트가 끝나고, 사람들은 떠나지 않았다. 그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수선한 콘서트장을 빠져 나오면서 느낀 점은 ‘역시 세상은 넓고 인물은 많다’였다. 서울 큰 무대나 방송에 나오는 가수 말고도, 우리 주변에 ‘나가수 급’ 가수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콘서트장 입구에서 바로 이경민 가수 1집 앨범을 샀다. 그는 기자가 2005년 이후 8년 만에 음반을 사도록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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