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20) 노영도 창녕 동광농장 대표

'감'의 계절이 왔다. 선선한 가을 날씨가 단감 농가를 방문하기에 적기. 그런데 경상남도 농업기술원 석정태 계장은 단감 재배 강소농으로 창녕 동광농장 노영도 대표를 소개했다.

사실 창녕은 '양파'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런데 창녕은 단감 재배 면적이 창원·김해·사천·진주와 함께 전국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란다.

창녕군 농업기술센터 안석경 과수화훼담당은 "창녕은 단감재배의 한계지역이며 산지 과원으로 경사지에 주야 일교차가 심하고 토양 배수가 잘 된다. 단감 과육이 단단하고 아삭아삭하며 조직이 치밀해 저장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라고 자랑했다. 창녕군에는 현재 1357 농가가 744㏊에서 단감을 재배해 180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창녕에서 고품질 단감 재배를 선도하는 노영도 대표를 만났다.

노영도(40)·손문경(39) 씨 부부는 창녕 이방면 '동광농장'에서 단감을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노 대표 부부의 손을 거치는 단감은 동광농장 물량만이 아니다. 하루 출하량은 4t. 혼자서는 물량을 맞추지 못해 인근 작목반에서 재배된 단감을 '농업회사 법인 동광'을 통해 위탁판매한다. 노 대표는 생산부터 유통, 가공, 판매까지 원스톱 체계를 갖춰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려고 2009년 농업회사 법인 동광을 설립했다.

선별장 등이 있는 작업 시설 전경.

노 대표 부부가 귀농한 것은 6년 전. 노 대표의 부친(노순석·73)이 고령이라 과수원 일이 힘에 부치자 도시에서 직장 생활 등을 하던 노 대표 부부가 이어받았다.

"1997년 첫해에는 매출이 300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관행 농업의 한계였죠. 판로도 없어서 공판장에 내다 파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지금은 연 매출이 5억 원가량 됩니다. 하지만, 버는 만큼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통장에 잔고가 없습니다. 하하하." 노 대표는 선별장과 저온저장고, 다목적 전시관, 교육장 등을 갖추고 각종 기계·장비를 구입했다. GAP(우수농산물) 인증을 받으려고 기준에 맞는 시설 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또, 친환경 인증과 탑프루트 우수상 수상, 도 추천 상품 지정 등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노 대표는 "복이 많다. 주위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젊은 사람이 노력하는 게 기특해 보였는지 선배 농민들과 공무원 등 모두 잘 도와줬다"며 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렸다.

노영도(사진 오른쪽)·손문경 씨 부부가 선별장에서 감에 흠이 난 것을 골라내고 있다. /김구연 기자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각종 재배 교육과 사이버 교육은 물론 융자·보조 등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죠. 진주에 단감 명인 등 선배 농민들도 많이 도와줬습니다. 진주에 재배 스승이 있는데 노하우를 다 가르쳐주더군요. 직접 창녕까지 찾아와서 개인지도도 해주고, 판로 개척도 도와줬습니다."

노 대표는 현재 경북대학교 농산업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요즘은 교육 과정들이 참 좋습니다. 활용을 잘하면 30년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교육 10번에 매출 10~20% 상승은 기본으로 따라옵니다. 그것이 교육의 힘입니다. 문제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하는 겁니다. 교육 내용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막상 과수원에 가면 하던 방법 그대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젊은 귀농인은 유리합니다. 고정관념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농기센터 등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90%는 성공합니다."

지금은 판로 걱정은커녕, 수확량이 주문량에 못 미쳐 걱정이란다. 동광의 단감은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현대백화점에 납품되고 있으며, 올해 이마트와 접촉 중이다. 유기농 매장 초록마을에도 입점했다.

매출 3000만 원의 초보 귀농인이 6년 만에 연 매출 5억 원, 법인 매출 9억 원의 성공 CEO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감이 맛있습니다. 맛있으니까 시세가 좋아요. 최고 수준의 값을 받습니다. 욕심을 버리니까 소득이 배가되더군요."

노 대표 부부(사진 가운데)와 창녕군 농업기술센터 안석경 담당(왼쪽)·추창호 과장(오른쪽)이 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배움과 투자에 대한 열정과 욕심은 스스로 "무대포 기질이 있다"고 할 정도지만, '자연'에 대해서는 욕심을 버렸다.

"비료의 경우, 관행 농사에서는 옛날 국가 시책에 따라 다수확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교본 그대로 참 많이 줬습니다. 그런데 비료를 많이 주면 과일은 큰데 제 맛은 안 났습니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질소질 비료를 최대한 줄였습니다. 매일 나무를 정성껏 살펴 꼭 비료를 줘야겠다 싶은 나무가 있을 때만 주니까, 실제로는 거의 안주는 편입니다. 단감나무에 단풍이 드는 과수원은 거의 없는데, 이곳에는 10월 말이 되면 나뭇잎이 빨갛게 단풍이 들어 감인지 나뭇잎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장관이 연출됩니다. 자연의 힘이죠. 비료를 지양하고, 단감나무를 그냥 둬도 잘 큽니다."

동광의 단감은 선별장에서 크기별로 분류돼 포장되기 때문에 단감 크기가 고르다. 상자 위쪽에는 크고 좋은 것이 있지만, 아래쪽은 작은 단감이 포장되는 경우가 있을 수 없다. 흠이 난 것은 분류해 시장 소매상인 등에게 따로 판매된다.

이 역시 '작은 욕심'을 버리고 오로지 맛과 신뢰로 승부하는 것이다.

마침 인터뷰 끝 무렵 동광농장을 방문한 창녕군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추창호 기술지원과장과 안석경 과수화훼담당은 노 대표에 대해 "젊지만 아주 부지런하고 뛰어난 농업인"이라고 소개했다. 추 과장은 "교육이 있으면 누구보다 열심히 받는다. 또 전국 단감 농가들을 연락해서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유대를 만든다. 그런 부지런함으로 10~20년 이상 단감을 재배한 다른 농가들보다 재배기술이 더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동광농장에서는 농업기술센터의 추천으로 30년 전부터 참다래를 재배하고 있다. "80년대 초반, 아버지가 시작했습니다. 참다래는 온대성 넝쿨 식물로, 다른 농가는 실패했는데, 여긴 기온이 맞더군요. 올해는 농업기술센터 시범 사업으로 양앵두(체리)를 5000㎡(1500평)에 신규로 심었습니다. 단감은 가을에만 소득이 있기 때문에 자본 회전을 위한 틈새 소득 작물로 최근 국내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는 체리 재배를 시험 중입니다."

11만 5700㎡(3만 5000평) 중 감을 9만 9000㎡(3만 평) 재배하며, 지난해 200t을 수확했다. 올해는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 대표의 앞으로 계획은 농업회사 법인 동광의 매출을 연 50억 원까지 올리는 것이다. 앞으로 5년 안에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법인 동광은 지난해 9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5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또, 우수농산물(GAP) 인증을 받으려고 각종 시설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복숭아 등 다른 작물도 도입해 연중 유통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추천 이유>

△안석경 창녕군농업기술센터 과수화훼담당 = 동광농장 노영도 농장주는 귀농한 지 10년이 안 된 새내기 농부로, 단감과 참다래 과수원을 경영하면서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새로운 농업기술을 조기습득하고 있습니다. 수확기 홍수 출하를 대비해 유통시설을 확보, '해다음'이라는 고유브랜드로 연중 공급하는 차별화된 유통으로 농가소득 증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창녕단감연구회 임원으로 작목반·연구회 등의 조직 활성화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봉사활동은 물론 과학영농 실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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