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킬로 구간에 수만 마리 떠올라…환경단체 "보로 인해 오염물질에 취약"

지난 18일 충남 부여군 '백제보' 인근 주변에서 한두 마리 보이던 물고기 사체가 20일 무더기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오전에만 건져올린 물고기 사체는 약 10~20kg의 무게에 달하는 포대를 기준으로 30포대 정도나 된다. 오후 5시 현재 물고기 사체가 수만 마리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날 금강유역환경청(이하 금강청)은 부여군, 소방서, 수자원공사, 청양군 등에서 인력 및 장비 지원을 받아 물고기 사체 수거에 나섰다. 그러나 죽은 물고기가 부여군 왕진교부터 부여 석성면까지 대략 20km 정도 이어지는 구간에서 떠오른 상황.

폐사한 물고기는 눈치, 누치, 강준치, 모래무지, 끄리, 배스, 쏘가리 등으로 부여대교 인근에서만 2~3천 마리의 사체가 떠오르고 있다. 죽은 물고기는 대부분 다 자란 성어들이다.

수거된 물고기가 대부분 성어들로 20일 오전에만 30자루 정도가 수거되었다./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하지만 관계당국은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백제보' 하류에서 만난 부여군 환경보호과 직원은 "금강청에서 지원요청이 들어와서 어제부터 오염사고 여부를 조사했지만 별다른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 10여 명이 투입된 가운데 수거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도 "죽은 물고기는 국과수에 시료를 보냈고 수질은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월요일쯤에 분석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 담당자도 "환경청 소관으로 우리는 방문객이 찾는 보 주변에 3명의 인력과 1대의 보트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거한 물고기를 강변에 그대로 묻는 과정도 목격됐다. 한 직원은 기자가 '강변에 묻으면 또 다른 오염원인이 되지 않겠냐'고 묻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의 강바닥을 파헤치자 30여 마리의 파묻힌 물고기 사체가 드러났다. 이처럼 강변에 파묻은 물고기 사체가 상당량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금강유역환경청 담당자는 "부여군 직원들이 미처 모르고 그런 것 같다. 오후부터는 포대를 지급하고 땅에 묻은 사체를 다시 수거하겠다"고 말했다.

죽은 물고기는 법에 절차에 따라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지만 일부 불법으로 매립되고 있다./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이런 가운데 4대강 공사로 만든 보 자체가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수온변화가 작은 물에 사는 물고기가 급격한 수온변화에 매우 예민하다. 보로 만들어진 저수지는 수온하강이 느리지만 정체수역으로 수면이 넓어져 수온 상승이 빨라지고 과거보다 더 뜨거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수온변화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물고기들이 미처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또 "다른 한편 백제보가 없던 시절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던 오염물질의 유입량(농도)이 백제보 때문에 인공저수지에 축적되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며 "4대강 사업이 물의 움직임과 자정작용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일상의 일들이 지금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트 2대와 환경청, 부여군, 수자원공사 등 수십 명이 거둬들이고 있지만 완전 수거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여름에는 보 주변으로 녹조가 발생한 데 이어 물고기 떼죽음 현상이 발생했다"며 "보 담수로 인해 물이 정체되고 정화능력이 떨어지면서 오염물질 유입에 매우 취약한 구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4대강 16개보에 수문을 열어서 물을 흐르게 하고 대안과 대처를 만들지 않는다면 이같은 환경 재앙은 끊이질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금강을지키는사람들'은 이날 현장을 확인한 데 이어 21일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