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41) 영남 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선명한 하늘색의 가을, 그리고 서서히 물들어 가는 단풍. 그 가을을 좀 더 가까이 가보고 싶어 찾은 밀양 영남 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지난 9월 22일 개통한 이곳의 정식 명칭은 '영남 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산 24-1, 내비게이션에서 밀양 얼음골로 지정해 오면 된다)이다. 현존하는 국내 최장거리의 왕복식 케이블카로 선로 길이만 1.8km. 밀양 얼음골 입구에서 출발해 천황산과 능동산 사이의 능선 해발 1020m까지 불과 10여 분만에 도착할 수 있다.

사실 개통하기까지 12년이 걸릴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국화이바 자회사인 (주)에이디에스레일이 시행하는 전액 민자개발 사업으로 1998년 시작됐다. 천연기념물인 얼음골의 훼손 우려가 있어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가 지난 2007년에 노선을 변경하고, 사전 환경성 검토와 공원계획변경 결정 등을 거친 후 2010년 1월 착공했다. 2012년 9월, 사업비 200억 원을 들여 이번에 준공하게 됐다.

천황산과 능동산 사이 능선을 불과 10여 분 만에 오를 수 있는 케이블카. 국내 최장 거리를 운행하는 왕복식 케이블카로 선로 길이만 1.8km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쨌든 지금 밀양은 케이블카를 타려고 몰린 사람들 덕분에 한 마디로 '인산인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불과 3개월 전 찾았던 밀양은 이번 가을에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지난여름 계곡을 찾아 떠났던 밀양 호박소(얼음골 케이블카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거리에 있다)에서 느꼈던 한산함과 여유로움은 찾을 수가 없다.

하루 평균 손님이 1700명에 달한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평일에 찾았다. 아침 일찍 출발해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께. 그런데 짐작과는 다른 일들이 벌어졌다. 얼음골 입구부터 사람과 차가 서로 엉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설프게 주차장까지 오르겠다고 버티다간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아 적당히 길가에 주차를 하고 걸었다. 청명한 가을 날씨 덕분에 걷는 것은 부담이 없다.

케이블카 승차장 전경.

케이블카 타는 곳 인근 주차장도 차를 댈 곳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방송. "지금 예매하시면 오후 3시 30분 케이블카 탑승이 가능합니다. 오늘은 강풍 탓으로 케이블카 운행 간격이 15분입니다."

매표소 앞은 탑승권을 사려고 줄 서는 사람, 환불하는 사람 등으로 북적인다. 케이블카는 탑승 정원이 70인승으로 설계됐지만 최대 탑승 정원을 50인으로 운행 중이었다.

평소에는 10분이던 운행 간격도 이날은 강풍 탓에 조금 길어졌다. 표를 사면서 탑승 시간이 정해지기 때문에 하염없이 기다릴 필요는 없다.

매표소 앞이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평일은 수월하게 케이블카 탑승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어김없이 무너졌다. 앞으로 4시간을 기다려 탑승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고민에 빠졌다.

서성거리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린다. 휴일 오전에 왔다가 모든 승차권이 다 팔리는 바람에 케이블카를 구경만 하다가 평일 다시 찾았는데 또다시 허탕치게 생겼다며 울상인 사람부터, 내일 더 일찍 오자며 미련없이 발길을 돌리는 사람, 그래도 어떻게 온 건데 밥도 먹고 인근 구경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탑승하자는 사람 등 가지각색이다.

단체 관광객이 많아 보여 한 명 정도는 어떻게 비집고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웃거려 봤지만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의 이런저런 사연을 듣고 있자니 그건 답이 아니지 싶다.

케이블카 하부 승강장은 3층 건물이다. 1층에는 매표소와 탑승장, 매점, 카페테리아가 있고 2층은 식당, 3층은 전망대다. 전망대는 백운산과 연결돼 있어 잠깐 산책하거나 숲 속에서 간단한 끼니 해결을 하면 소풍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케이블카가 미끄러지듯이 내려온다. 소음도 거의 없다. 줄 하나에 매달려 오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4개의 줄에 매달려 있어 '만에 하나' 줄이 하나 끊어지더라도 아래로 떨어질 일은 없다.

왕복하는 케이블카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아래로 내려왔다. 얼음골 케이블카뿐만 아니라 가을, 밀양은 축제로 들썩인다. '제5회 밀양대추축제'가 오는 20일부터 이틀간 밀양시 범도리 아불교 하천변에서 열리고, '2012 밀양얼음골사과축제'가 내달 3일부터 이틀간 밀양시 산내면 체육공원 일대에서 마련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당분간 많을 듯하다. 될 수 있으면 주말은 피하는 게 좋고(쉬운 일은 아니다) 평일이더라도 가급적 일찍 나서는 것이 허탕치지 않을 방법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호박소 가는 길로 걸었다. 사과로 유명한 밀양답게 곳곳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당도가 다른 지역보다 3∼4도 정도 높고 과즙이 풍부하다는 밀양 얼음골 사과도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다. 문의 (055) 359-3000∼1.

   

◇밀양 영남 알프스 하늘 정원 주변 주요산 및 등산로

상부승강장에서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려 갈 수 있는 산으로는 천황산·능동산·재약산·사자평 억새 등이고, 2시간에서 3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산은 운문산·신불산·간월산 등이다. 하부승강장에서 가지산은 3시간, 백운산은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산행을 계획한다면 편도 티켓을 구입하면 된다.

◇얼음골 케이블카 가는 길

△창원·마산 방면

남해고속도로 동창원 IC→진영(국도 25호선)→밀양경찰서→밀양시청→긴늪사거리→산내면 사무소→남명삼거리→가지산 도립공원(얼음골)→밀양케이블카 하부 승강장

△김해방면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삼랑진 IC→밀양 IC 하차→금곡삼거리→산내면사무소→남명삼거리→가지산도립공원(얼음골)→밀양케이블카 하부 승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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