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게 이런 곳] 함안 금동굴

'동굴' 하면 어두침침하고,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

하지만 자주 접할 수 없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 또한 발동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함안에는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함안군 칠원면 장암리 자양산 기슭에는 '금동굴'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50여 년 세월 동안 100톤 이상되는 금을 채취했다고 한다. 갱구는 11개이며 그 길이는 모두 30km에 달한다. 굴 전체에 금 성분이 포함되어 있고, 순금 질은 국내 그 어느 곳보다 뛰어났다고 한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동굴 내부에 물길이 터져 순금 채취도 중단되었다.

   

이곳 동굴은 여느 동굴과 마찬가지로 여름에는 등골 오싹한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포근한 기운이 감돈다. 금 성분 있는 동굴에서 자연 그대로 음이온이 나온다 하여 '금풍'이라고 표현된다. 동굴 주변 지리 또한 특별나다 하여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풍수'라는 말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실제 기력 좋지 않던 인근 마을 노인들은 이곳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이러한 곳을 폐광되었다고 해서 그냥 놀려 두기는 아까웠나 보다. 10여 년 전 한 개인이 나서 이곳을 휴양공간으로 조성했다. 음이온 바람 부는 동굴에서는 백숙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 그 앞에는 참숯찜질방·숙박·레저 공간을 만들었다. 2년여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휴양공간이 조성됐다.

지금은 참숯찜질방은 운영되지 않고, 그 외 시설은 그대로다.

식당은 동굴 입구 한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백숙·오리고기·도토리묵·해물파전 같은 것이 주메뉴다.

한여름 백숙 파는 집에 에어컨 없으면 사람 발길 이어질 리 없는데, 이곳은 그럴 필요가 없다. 동굴 안에서 부는 바람만으로도 충분하다. 백숙 한 입하고, 땀이 송골송골 나온다 하면, 잠시 수저를 놓고 바로 옆 동굴로 들어가 식히고 오면 된다. 동굴 안에는 목욕탕용 간이 의자와 깔판이 있어, 여유롭게 쉴 수 있다.

30km에 이르는 동굴 저편으로 연결되는 길목은 철문으로 폐쇄돼 있다. 동굴 바닥에서는 냉수가 샘솟기도 한다. 손대면 얼얼하기 그지없다. 밀양 얼음골 계곡물 못지않다. 벽면은 순금 캐던 곳이라 그런지 번쩍번쩍 빛이 난다. 그 옛날 광부들이 이곳에서 금 캐기 위해 구슬땀 흘렸을 모습이 잠시 스쳐 가기도 한다.

   

동굴 한 자리는 장독 몫이다. 식탁에 내놓는 김치를 비롯한 밑반찬은 여기에 보관된 것들이다.

금동굴 찾는 길이 좀 험하기는 하다. 차 한대 겨우 지날 수 있는 마을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 해질 무렵에는 가로등도 없어 어두컴컴한 길을 헤쳐야해 주의해야 한다. 처음 찾는 이라면 '이런 곳에 뭐가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기는 하겠다. 하지만, 사람 눈 많이 띄는 곳에 특별한 공간이 있을 리 없다는 점을 함께 떠올리면 되겠다.

금동굴 인근에는 작은 저수지도 있어 내려오는 길 또 다른 운치를 즐길 수 있다.

△주소: 함안군 칠원면 장암리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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